조기 은퇴 시니어보릿고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 직장에서 은퇴시기를 놓고 흔히 하는 말로 <45정, 56도>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가장 빠른 45정에 은퇴를 하는 사람들은 70년생이 되고, 가장 늦게까지 도둑놈 소리 들으면서 버티다가 나오는 사람이라도 59년생이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서 이제 베비비부머 세대들이 대부분은 은퇴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리고 이들의 앞날은 어떠할까? 결코 이들이 불행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부터 이야기를 하고 따져 보려고 한다.

59년생이 내가 근무하던 초등<국민>학교를 졸업하던 해가 1972년일 것이다. 그해 나는 6학년 담임을 하였었다. 졸업을 할 때까지 점심을 굶는 어린아이들은 요즘 같은 급식이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한 사료용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빵을 점심 대신 먹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졸업시절, 그들의 실태를 너무나 확실하게 잘 안다. 그러니까 72년에는 전국적으로 중학교 무시험이 시행 되었던 해이다. 서울에서는 무시험 진학이 69년에 시행 되었지만, 시골에서는 마지막 중학 입시를 치르던 해가 1971년까지였다.

그 이전까지 내가 근무하던 이 학교의 중학교 진학률이 30% 정도였고, 면 소재지에 새로 생긴 고등공민학교-학력 인정이 안 되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였음-에 진학한 아이들까지 합쳐야 겨우 50%를 넘을까 말까 하였다. 그렇게 초등학교만 졸업 하고서 중학교에 진학을 못한 50% 안팎의 어린 졸업생들은 집에서 농삿일을 돕거나 도시로 나가서 밥벌이를 하여야 했다. 사실 대부분은 농사를 지을 땅도 별로 없는 형편이어서, 가족들이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므로, 입을 하나라도 줄이기-밥 먹을 식구를 줄여 드리기- 위해서 도시로 나가야 하였다.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한 어린아이가 낯선 서울 같은 도시로 나와 할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혹시 지금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어린아이를 데려다가 월급주고 고용을 하겠는가? 그러니 그들은 가게의 심부름꾼으로, 공장에서는 ‘시다‘라고 부르는 잡 심부름꾼으로 일을 시작하게 마련이었다. 물론 월급 같은 것은 없었고, 겨우 밥이나 얻어먹으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2,3년을 일하면 그 때에 가서야 양심적인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얼마씩 용돈이라도 주었고, 심한 사람들은 5,6년이 되도록 부려만 먹으면서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는 핑계로 그냥 내보내기도 하였었다.

이렇게 일을 시작하였던 그들이 3,40년 일해서 45정이 되었는데, 과연 그들이 돈을 벌만큼의 위치가 되었을까? 기껏해야 공장 생산라인의 반장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인 경우가 대부분인 그들이다. 그러니 돈도 그렇게 많이 받지도 못하는 처지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돈이 많이 나가니까 그만 두어 달라.’고 내쫓김을 당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어렵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모시기를 가장 잘하는 효성스러운 세대였다. 흔히 말해서 “부모봉양을 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이제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되고 만 것이다.

부모 봉양으로 그치지 않고, 자식들에게 “나는 못 배워서 이렇게 살았지마는 너희들은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 자식들 교육에 전념을 한 세대들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아직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라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녀 학비를 대주어야만 하는데, 부모가 직장에서 은퇴하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니, 수입은 단절이 되고 만다. 학비문제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만약에 대학을 졸업한 경우라도 요즘 정규직 비율이 3,40% 정도 밖에 안 되니 자녀들이 벌어서 부모봉양을 할 만한 여유가 생기기 어렵다. 또한 결혼을 하려면 남녀 불문하고 약 2억에 가까운 돈이 들어야 하는 요즘의 현실에서 부모가 월급이 없는 상황이 되면, 젊은 시절 피땀을 흘리면서 벌어서 목숨을 걸고 장만한 집 한 채를 팔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처지가 된다. 이러한 상황이 어린 시절 가난하여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자란 베이비부머들 대부분의 현실이다.

자, 이제 직장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들에게 제2의 인생은 과연 어떤 것인가? 집 한 채 있던 것을 팔아서 결혼자금이나 학비로 대주고 나면 무엇인가를 해서 벌지 않으면 당장 식구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절실함에 밀려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을 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50대 은퇴자들이 창업을 하였을 때, 2년을 버티는 경우가 10%도 안 되는 실태여서, 만약에 이렇게 창업에 뛰어 들었다가 실패를 하면 1,2억의 빚만 지고 쓰러지는 게 다반사이다.

이런 현실에 있는 베비비부머 세대들에게 나라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복지가 잘 된 북유럽의 나라들은 직장에서 은퇴를 하더라도 적어도 퇴직전 수입의 절반 정도는 공적부조로 도움을 받는다. 그러므로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부조가 10% 안팎이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도 나이가 차야만 탈 수가 있다. 아직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라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간은 그나마 넘볼 자격조차 없다.

일생에 가장 큰 돈이 필요한 시기에 수입은 단절이 되었고, 일할 자리도 없어서 고달픈 시기를 ‘시니어보릿고개‘라고 한다.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이겨내고, 고생고생하며 일생을 살아 온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제 나이 들어서 또다시 ’시니어보릿고개‘를 겪으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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