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46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키시오!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2~115일째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7.12.26l수정2018.01.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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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안에는 수양(修養)되지 않는 무엇이 있어 늘 일을 망가뜨리고 만다. 바로 사랑에 대한 갈망이 그것이다. 그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나를 달리게 한다. 나는 돌쇠처럼 우직해서 한번 마음먹은 길은 뒤돌아보지 않고 가지만 잘못된 길인 것을 알면 더 가지 못하는 남자다. 자존심을 굽히느니 고난의 길을 택하는 남자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고독의 길이다. 예정된 편안한 삶보다 자유를 더 사랑하는 남자가 기꺼이 선택한 길이다.

▲ 터키 YAKAKENT로 가는 길

달리기는 명상과 사색, 관능과 쾌락, 자연 그대로의 비루함과 불편함이 함께 어우러져 다니는 묘한 모험이다. 자연의 오묘한 관능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의 다른 여인들과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 바람처럼 파도처럼 찾아오는 로맨스를 꿈꾸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구구절절한 감정의 벼랑 끝에 서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연애는 감정과 시간의 엄청난 소모를 요구하고 배타적이기 때문에 선뜻 연애의 감정에 빠져들 수 없다. 그러니 낯선 여자와 말만 섞고 눈빛만 나누어도 설레는 쾌감을 얻는 것은 편리하기까지 하다.

나는 언제라도 남자이고 싶다. 열병 같은 사랑을 하고, 그런 사랑을 받는 남자이고 싶다. 동녘에 해 떠오르는 황량한 길을 끝없이 달릴 줄 알고, 황혼의 저녁처럼 사랑이 지나간 후에 빈털터리가 되어도 아낌없는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남자이고 싶다. 나는 이미 빈털터리 마음으로 유라시아와 사랑을 나누며 이 길을 달려가고 있다. 이 여정이 끝나면 진짜로 디오게네스처럼 빈털터리가 되겠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한 풍성한 추억만은 남을 것이다.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이며 셀주크족 후예인 잔다르(Jandar) 공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시노프를 향해서 달려갈 때는 헤이그를 출발해서 4,000km를 돌파하는 날이었다. 그날 드디어 서울에서 지원군이 왔다. 님 만나듯이 반가워 공항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마음이 그렇게 쏠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창준씨는 1년 전부터 이 평화마라톤을 함께 준비하고 제일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도움을 주고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송인엽 교수는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지만, 이 계획을 듣는 순간부터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 송인엽 교수와 같이 뛰는 비오는 도로, 강명구 선수의 안전을 위해 뒤에서 따라가는 차

어느 날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찾아왔다. 공손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 물었을 때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라고 했다.

디오게네스는 이곳 출신이라 그를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라 부르기도 한다.

나는 개에 물리는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 개 트라우마가 생겼다. 디오게네스가 “개처럼 살자.”고 부르짖은 견유학파의 대표 철학자인 것도 재미있다. 그는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향인 시노프에서 쫓겨나 아테네로 가서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된다.

그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집으로 삼아 개처럼 살면서 사람들에게 개처럼 살라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설파했다. 개처럼 욕심 없이, 이 순간에 만족하며 어느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어떤 고통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본능을 짓누르는 문화나 풍습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자연은 우리를 아무것도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했으므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에 개처럼 살아보자!

오늘 아침에도 개들 때문에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다리는 후덜덜 떨리는 일이 세 번 정도 있었다. 지금까지 무수히 개들과 실랑이를 했지만 오늘 같은 공포를 느끼지는 못했다. 캉갈이라는 개는 터키 고유종으로 양치기 개다. 덩치가 늑대보다 커서 늑대를 덩치로 덮쳐서 제압한다고 해서 늑대 잡는 개로 알려졌다. 이런 어마 무시한 개들이 대여섯 마리 떼거리로 몰려들어 으르렁거리면 웬만한 간담을 가진 사람도 그 무서움을 감당하기 힘들다.

쇠파이프로도 해결이 안 되고 어떤 사람의 조언처럼 시위용 스프레이로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이 개들의 천국, 터키구간 난제를 송인엽 교수가 해결해 주었다. 내 뒤에 지원차량을 바싹 붙이고 따라와서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차에 올라타서 피하는 것이다. 이제 개처럼 욕심 없이, 이 순간을 만족하며, 아무 부끄러움 없이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동북아가 평화공존 시대에 들어선다면 바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공동체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축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때 한반도는 용의 입에 물린 여의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그런 희망이 나의 마라톤을 평화마라톤으로 미화하려는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 터키 Gerze 에서 Yakakent 가는 길에서 마주친 태권소년

한반도에는 지금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서로 손을 잡은 강강수월래처럼, 극과 극이 모순을 극복하고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융합된 희망의 빛이 한반도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동맹의 이름으로 상서로운 기운을 막는 사드배치나 군사훈련을 중단하기 바란다.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

 

▲ 2017년 12월 24일 일요일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평화마라톤 115일째 누적 4139.92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 강명구, 송인엽  /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강명구선수유라시아평화마라톤 115일째(2017년 12월 24일)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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