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보내고 2018년을 맞이하였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작년과 금년이 크게 다를 것은 없겠지만, 우리 국민은 그래도 뭔가 달라야 한다는 소망과 달라질 거라는 그런 기대는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며칠 전 ‘1987’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박종철 고문 치사에서 이한열 최루탄 가격 사망으로 이어지는 6월 항쟁의 얘기를 꽤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박정희 군사 정권에 이어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서 군부독재를 이어가기 위해 자행한 국가폭력은 극에 달했었지요.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나 체포하고 구속하고 고문하여 간첩단으로 조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여대생을 잡아다가 성고문까지 하였더랬습니다. 이에 대학생들은 저항했고 일반 시민들까지 힘을 보태며 결국 전두환은 대통령 직접선거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야권 대통령 후보가 분열하며 다시 정권은 군부 후계자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의 얘기입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서 또다시 힘든 저항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촛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감옥에까지 가뒀습니다. 이번에도 야권 대통령 후보는 분열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이 대통령 후보들보다 지혜로웠습니다. 괜찮은 후보를 선택하여 표를 밀어줬습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하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빛은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여전히 촛불시민은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라고 헌법1조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폐세력들은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적폐세력들은 ‘정치보복이다’, ‘헌법을 파괴한다’라며 국회에서, 법정에서, 언론에서, 재계에서, 학계에서 완강히 버티며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국민들에게 적폐 중심축의 1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의가 정의를 다시 짓밟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적페 청산은 중단하면 안 됩니다. 적폐청산이 어찌 기간이 있겠습니까? 적폐청산에 어찌 신분이 있겠습니까? 부정이 있으면 언제든 누구든 처벌을 해야지요. 프랑스는 89세의 나찌부역자 모리스 파퐁을 50년 전의 매국 행위로 종신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국격은 한껏 올라갔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나찌 부역자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가면서까지 색출하여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보다 민주주의가 조금 더 앞서 있습니다.

국가가 안정되게 존속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의로운 원칙이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야 국민들에게 법질서를 수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금은 혼란스럽더라도, 조금은 시끄럽더라도 적폐청산은 끝까지 가야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이들은 정부가 이정도로 과거 문제는 정리하고 이제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데 힘써야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선택의 조건이 아닙니다. 적폐 청산 외에도 개헌이 필요하고, 재벌규제가 필요하고,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고, 지방 분권이 필요하고, 차별 철폐가 필요하고, 인권 보호가 필요하고, 교육 개혁이 필요하고, 복지 확대 등등도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개혁해야 할 것은 많습니다. 그러나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러한 것들은 말장난이 되어버립니다.

광복 후에도 친일 청산을 제대로 못하였기에, 4·19 직후에도 부패청산을 제대로 못하였기에, 6월 항쟁때에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하고 군부 후계자에게 정권을 물려주었기에 적폐세력은 마음 놓고 다시 준동하여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민을 짓밟아왔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옛집을 허물지 않고 새집을 지을 수 없고, 파사(破邪) 없이 현정(顯正)이 있을 수 없듯이 적폐 청산 없이 새로운 역사는 만들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적폐는 끝까지, 상대가 누구든 찾아서 청산해야 합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통신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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