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재봉 시민통신원은 현재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1999년 창립한 북한동포돕기 단체인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 공동대표이며, 함께 사는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함석헌 학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1월 21일 아침이지만 여기 뉴욕은 20일 저녁입니다. 16일 워싱턴에서 강연/간담회 잘 마치고 어제 뉴욕으로 옮겼습니다. 내일 21일 이곳에서의 강연/간담회를 앞두고 미리 온 것이지요.

오늘 뉴욕 맨해튼에서 점심 약속과 저녁 약속 사이에 여유가 있어 센트럴 파크에 나가 산책과 조깅을 즐겼습니다. 공원 가는 길에 위용을 과시하는 ‘트럼프 타워’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길 건너편에서 한 중년남성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Shitholes(똥냄새 진동하는 곳)의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보내자는 피켓을 들고요. 지나던 여인이 주저 없이 합류해 가운데손가락을 내밀며 욕을 하더군요. 재미있어 얼른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

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데 저만치 큰길 쪽에서 거대한 함성이 들리고 끝없는 시위행렬이 보이더군요. 즉시 길로 뛰어나갔습니다. 역시 높이 치솟은 ‘트럼프 국제호텔타워’ 앞이었습니다. 앞으로나 뒤로나 도로를 가득 채운 시위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켓이나 포스터를 보니 트럼프의 ‘여성’, ‘환경’, ‘이민’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더군요. ‘탄핵’이라는 구호도 보이고 ‘뮬러 (Muller)’ 특별검사의 이름도 보였습니다.

시위대와 같이 걸으면서 오늘이 1월 20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규모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선물인 셈이지요. 한 중년남성에게 물어보니 센트럴파크 북쪽 끝부분인 72가 근처에서 시작했답니다. 믿기 어렵습니다만 대략 40-50만이 모여 네 시간 정도 행진했다는군요. 저는 남쪽 끝부분인 60가 근처에서부터 42가 근처에서 해산할 때까지 1시간 정도 머릿수 하나 보탠 셈이었고요.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피켓과 포스터 등을 거리 한쪽에 쌓아두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4일 전 워싱턴 강연에서나 내일 뉴욕 강연에서 제가 강조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를 잘 활용하자는 겁니다.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문제만 좀 챙기면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에 응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좀 더 정상적인 대통령을 뽑아 좀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수록 북미수교로 이어질 한반도 평화협정이 좀 더 어려워지리라 생각하거든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구실의 하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고, 수단의 하나가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 강화니까요.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대통령 잘못 뽑은 죄로 고통스럽겠지만, 그가 아들 부시에 이어 ‘제국으로서의 미국’ 수명과 영향력을 감축시키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 아니겠어요?

참고로 제 워싱턴 강연에 대해 ≪한국일보≫ 워싱턴DC판 1월 18일자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더군요. “남북 자유 왕래만 해도 통일: 함석헌사상연구회, 이재봉 교수 강연회”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80118/1099382

로스앤젤레스에서까지 취재온 ≪민족통신≫기자는 1월 17일자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는데 한국에서는 접속되지 않을 겁니다. 이른바 ‘친북빨갱이’ 신문이거든요. “이재봉 교수 <워싱턴 디씨 간담회> 통해 단결단합 강조” http://minjok.com/bbs/board.php?bo_table=tongil&wr_id=9191

트럼프 취임 1주년을 맞아, 뉴욕에서 이재봉 드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이재봉 시민통신원  pbp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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