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가 1638년 3월 15일 영덕으로 유배되었다가 다음해인 1639년 2월 해배가 되어 돌아오는 길에 서자 미(尾)가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슬퍼하면서 미(尾)를 애도하며 지은 시다.

이때 윤선도 나이 53세 때이다.

미(尾)는 천출로 태어난 나의 자식이다. 나면서부터 뛰어나게 총명하여 온통 내 사랑을 쏟았다. 기묘년의 중춘에 나는 영덕의 적소에서 귀양이 풀리어 집에 돌아오던 중이었다. 20일 아침 경주의 요강원에 이르렀을 때 尾가 두창을 앓다가 이달 초하루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통하고 창자를 끊는듯하여 그 애통한 감회 어찌할 수 없었다. 말위에서 시어를 엮어 나의 슬픔을 쏟아 놓는다.

도미아(悼尾兒)

귀함과 천함이란 분명 다르기는 하나

아버지와 자식의 정만은 어찌 다르랴.

귀로에 너의 죽음 소식을 듣고

눈물이 앞서 가슴이 부들부들 떨려 두려웠다.

내 나이 46세 때에

기쁘게도 슬하에 너를 얻었는데

생긴 용모는 진실로 나의 아이라.

평범하지 않음을 알았느니라.

겨우 서너 살이 되어도

행동거지는 내 뜻과 같아서

지필을 좋아할 줄 알았고

제사에 정성 다할 줄 알았느니라.

때때로 정성으로 편지할 줄도 알고

배움은 쉽게 익혀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너 여섯 살에 바다 섬에 들어가서

바다 선산의 깊은 곳을 찾아다닐 때에

포장한 수레를 끌고 노를 저어 배타고 다니던 곳

나를 따르지 않는 곳이 없었느니라.

내가 앞뒤 계곡을 유람하고 다닐 때는

짚신에 신코를 조여 매고 나를 앞섰고

나 홀로 석실에 살고 있을 때는

날마다 바위틈에 와서 재롱을 했다.

기이하게 가파른 곳 즐겨 찾을 때면

신비하고 신령스러운 곳 찾아 주었고

옛 사람 선행을 기꺼이 들었으되

내 쉬운 것만 가르치는 것을 싫어하였다.

화내어 꾸짖음에 이를수록

등잔불 가물거리는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고

지난해 체포되어 내 길 떠날 때는

정신없이 헤어져서 서로 잊은 듯했다.

너 내 말 옆에 와 있을 때에

잡은 채찍 잠깐 멈추고 한 번 보았지 않느냐

산 속에 갇혀 있으면서 누구와 함께 즐길까.

너의 일을 생각하니 어찌 일찍 잊어버리겠느냐.

금년 봄에 꿈에 네가 보였는데

역력히 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옆에 섰더구나.

네가 어찌 먼 곳을 잘 왔을까.

의심이 나서 마음에 항상 걸리었다.

다행이도 귀양이 풀려서 돌아올 적에

너를 보고 싶어서 날짜를 손꼽아 가면서 기다렷다.

어찌 네가 죽었다는 소식 올 줄 알았겠는가.

오늘 곧장 이곳에 와서 들었다.

네가 죽었어도 내 손 한번 어루만져 염장도 못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도 약 한번 써주지 못하였으니

내 마음 아픔만 갈수록 도하고

서럽고 슬프기 한이 없구나.

밥상을 대함에 눈물이 수저에 떨어져 밥을 먹지 못하고

말을 타려함에 쏟아진 눈물이 안장을 적신다.

지난 날 꾸짖을 적에는 재롱을 멈추었는데

이제는 다시 만나 꾸짖을 수 없게 되었구나.

비록 나와 부자의 연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이러한 가혹한 벌 하느님 무슨 일이신지요.

지난해에는 머리 좋은 수재가 죽어서

이제까지도 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제 또 네가 나를 버리고 가니

내 마음 갈피를 못 잡고 몸은 곧 쓰러질 것 같다.

명의 장단은 비록 천명이라 하나

생리의 원리를 망친 것이 인생 가는 길에 하자가 된다.

아무리 비통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 생각 땅 속에 깊이 묻어버린 것이 나의 바람이네.

 

견회(遣懷)

길 가다 한 마리의 개를 만났는데

꼬리는 길고 털은 하얗다.

이틀 동안 타고 가던 말을 따라오더니

말에서 내리자 내 발 앞에서 맴도는구나.

불러도 끝내 오려고 하지는 않고

꼬리만 흔들고 무엇을 찾는듯하다.

함께 가던 종들 흔쾌히 밥을 던져주며

다투어 토끼 쫓을 방책을 궁리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보이지 않아

일행은 탄식하며 애석해 한다.

올 때는 부르지 않았는데 어디서 왔다가

갈 때는 쫓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갔는가.

조물주는 인간 세상에서

온갖 일 희극으로 만드네.

얻었다고 기뻐할 것도 없고

잃었다고 떠들 것도 아니로다.

사람의 삶과 죽음

그 흔적 이와 무엇이 다르랴.

이에 죽어간 너를 알고 보니

팔년을 머물다 간 나의 길손이었구나.

이로 인해 문득 깨닫고 나니

답답한 이 가슴 비로소 숨통 트인다.

편안히 신선이 벗이 되었는데

나를 애닯게 하는 슬픈 회포 더하는구나.

이것들을 보냄으로

흐트러진 내 마음을 열어주는가.

길가에서 모래와 물 반짝이고

이제 내 마음은 도리어 편안하도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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