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총회 회칙 개정안 통과 묘책과 학회 발전방안 논의

한글학회 건물 앞에서 한 사람이 체감온도 영하17도 혹한을 견디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고려대학교 한국사 연구소 박용규 교수이다.

지난 1월 23일에 출범한 한글학회 개혁위원회의 회원들이 1시간씩 돌아가면서 시위를 한단다. 도대체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정치적으로 권세를 누리거나 경제적으로 큰 소득이 생기는 단체도 아닌 110년이나 지난 순수학술단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한글학회 회칙을 정상으로 돌려야 합니다. 현재 한글학회 회칙은 이 군사독재체제와 같은 형태에요. 한글학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학술 단체이지만 정부지원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정회원이 내는 일정 회비와 학회건물 임대 수입 정도로 운영이 되고 있지요. 그런데 정작 정회원은 이 학회운영에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 1인 시위 중인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박용규 교수. 체감온도 영하17도 혹한을 견디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교수는 한글학회 회칙이 노예의 회칙이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정회원은 회칙 개정을 발의할 수 없다. 이사만이 발의하게 규정했다.

둘째, 정회원은 임원(이사, 회장, 부회장) 선출권이 전혀 없다. 이사가 임명한 평의원이 이사를 선출한다. 다시 이사들이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다. 그들끼리만 선출한다. 현재의 이사와 회장, 부회장도 그리 뽑혔다. 초등학생도 반의 회장과 부회장은 내손으로 뽑는다.

셋째, 정회원은 정기총회에서 임원 선출 결과만 노예처럼 보고 받는다. 박수를 칠 수 있겠는가? 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모여 지난 1월 23일에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출범 모임을 가졌다.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조직도

공동대표 : 김정수, 밝한샘, 조규태.

운영위원장 : 박용규

운영위원 : 김두루한, 김영환, 성낙수, 이창수, 최기호, 최용기, 허경무.

참가자 명단 : 김두루한, 김선태, 김영환, 김정수, 박용규, 박용식, 밝한샘,

설성경, 성낙수, 성충모, 이창덕, 이창수, 조규태, 최기호, 최상락, 최용기, 한재준, 허경무, 홍현보.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이자 고려대 한국사 연구소 교수가 한글학회사를 연구하다가 너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면서 조직화되기 시작한 모임이다.

법인은 물론 비법인 또는 친목단체일지라도 한글학회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다면 당연히 총회를 통해서 구성원 전원 의견을 수렴해서 단체를 운영하는 게 단체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아동문학회는 한글학회의 절반도 못 미치지만, 64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최초의 문학단체이다. 아직 법인도 아니고 임의단체이자 친목단체라 할 수 있는 우리 한국아동문학회는 지난해에 만 1년이 걸려서 회칙을 개정하였다.

2016년 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출하는데 회칙을 어기고 출마를 한 후보가 있어서 말썽이 생겼고, 이로 인하여 회가 반쪽이 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를 겪고 난 회의 고문단은 회칙의 개정으로 회원들의 단합을 위한 회칙의 개정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1월에 회칙개정위원회를 만들고, 개정안을 두 차례 협의를 거쳐 완성하였다. 이 개정안을 이사회를 통하여 통과시키고 지난여름 정기총회에서 통과를 시켜서 정식 채택이 된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글학회는 이런 기본이 전혀 작동되지 않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일부 인사들이 요식행위를 거쳐 독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학회운영 방식은 서기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웅 당시 이사장은 자기 인맥을 학회에 심었는데 영남지역 인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때 회칙을 정회원 배제, 평의원 통한 운영진 구성을 골자로 개정하고자 당시 버스 3대를 동원했다고 고발했다. 이후 학회는 영남지역 출신인사들이 장악하고 자기들이 임명한 평의원을 통해서 회장, 부회장, 이사를 선출했고 이 방식으로 그들만의 학회로 추락시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학회 정회원이 되려면 언어학, 국어학 전공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시절이던 1980년에 한글학회 특별회원<한글새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임시회원>으로 입회를 하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정회원이 되고 싶다고 입회 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국어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반려가 되었다. 정회원이 되는 방법을 물으니 한글관계 논문을 써서 학회에서 통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현복 교수의 언어학 강습을 듣고 150여장의 논문을 써서 제출하였었다. 그리하여 1991년에 정회원으로 입회가 허락되었었다. 학회이다 보니 일정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글학회는 국어를 사랑하고, 국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우리말을 연구 보급하는 단체가 아닌가? 비록 국어과 전공은 아니지만 나처럼 초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한글학회에 입회하여 좀 더 배우고 연구하겠다는데 안 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기어이 입회를 하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그러나 정회원이 되었다고 달라진 것은 회비가 4배로 더 오른 것과 매년 발행하는 학술지를 받아보는 것 이외에는 회 운영에 대해서 전혀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

▲ 한글회관1960대 마련한 회관으로 110년 역사를 지켜낸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학회회칙이 이렇다 보니 학회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일부 인사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학술모임으로 전락했다고 박 교수는 꼬집는다.

“허웅 체제가 들어서기 전에 학회활동과 구성원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모르죠? 이전에는 정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될 수 있었어요. 우리말을 사랑하고 한글관련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정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에는 학자는 물론 한글서예나 한글모양 설계 기술을 가진 사람, 법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했었지요.”

“한글학회는 원래 대일항쟁기에 이미 설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했다. 서기1908년 주시경 선생이 국어연구회로 시작했고 이어 서기1931년에는 조선어학회로 바뀌었다. 해방 후 서기1949년에 지금처럼 외솔 최현배 주도로 한글학회로 자리매김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회는 대일항쟁기에는 일제의 한국어 말살정책에 맞서 우리말 독립투쟁을 벌였다. 지금까지 학회는 한국어 표준말을 만들었고 맞춤법 통일안을 내었으며 외래어 표기법 및 우리말 사전을 제작해 국민들의 국어생활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사대주의에 우리말화 된 외래어가 아니라 생 영어가 우리말에 그대로 쓰인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민 말과 글 생활을 만들어온 단체 한글학회가 바른 소리에 귀 기울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박 교수는 이날 비민주 회칙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1인 시위를 돌아가며 벌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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