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의 잊혀진 장소, 페어파크(Fair Park)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보들레르의 절규가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을 때, 멀리 떠나지 않아도 우리 곁에 역사적 상징성과 다문화 예술이 혼재되어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달라스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2마일 정도 되는 거리에 많은 시민들에게 잊혀진 ‘페어파크’(Fair Park)이다.

우리는 종종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며 방황하지만, 때로 우리 곁에 어떤 가면도 쓰지 않고,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간다. 달라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이민자 사회의 속도에 어지럽고, 미국 용광로 문화의 생소함에 질릴 때 위안을 얻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3809 Grand Avenue에 위치해 있는 ‘페어파크’이다.

이 공원은 277에이커의 면적에 8개의 박물관, 6개의 공연시설, 스포츠 스타디움이 배치되어 있다. 이 공원은 달라스의 보석박힌 왕관이라 불릴 정도로 도시의 역사와 미국 문화의 유산을 갖고 있다.

▲ 페어파크에서 바라본 달라스 다운타운 전경

도시미화운동

공원구역은 주 정부가 공원으로 토지를 매입하기 이전에는 목화밭이었으나, 텍사스 주 박람회를 위해 시 지도자들이 1886년 토지를 구입하였다. 뉴욕 센트럴 파크 설계에 참여한 조경건축가 조지 케슬러(George Kessler)가 주도하여 단지계획과 공원설계, 장래 건축물 배치를 위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했다. 케슬러는 20세기 전환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시카고, 워싱톤 D.C., 뉴욕, 디트로이드 등에 영향을 미친『도시미화운동』의 핵심인물이었는데, 이 운동의 중심 개념인 공공 공간, 가로수가 배열된 불바드, 기념탑, 옥외예술, 분수들의 배치를 ‘페어파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시미화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케슬러는 시카고 도시 계획가 다니엘 번햄을 위시한 『도시미화운동』 주창자들의 아이디어를 공원구역내의 건축물 종합배치계획 요소 요소에 적용해 ‘페어파크’ 공원에 가면 『도시미화운동』의 세례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르데코 양식

‘페어파크’는 또한 1차세계대전 직전에 프랑스에서 등장해 유행한 『아르데코』 양식의 건축물이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이 배치되어 있는 장소인데, 시카고, 뉴욕보다 많은 수의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이 집결되어 있다. 공원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건축가 조지 달(George Dahl)이었다. 그는 1936년 텍사스 100주년 박람회를 위해 ‘페어파크’를 개조하는 책임을 맡아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의 설계와 건설을 지휘했다.

달라스가 1936년 텍사스 100주년 전시회 도시로 선정되자, 책임건축가 조지 달은 건축가들에게 14개월의 시간을 주고 26개의 주요 건축물을 설계하도록 했다. 그 결과 텍사스에서 가장 비싼 텍사스 주 건물(Hall of State)이 세워졌으며, 달라스 과학박물관,수족관, 디스커버리 가든, 자동차 박물관, 여성박물관, 아프리카-아메리컨 박물관 그리고 공원내에 북미에서 가장 높은 회전바퀴가 세워졌다. ‘페어파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아 중앙으로 이끄는 것은 700피트 길이의 명상 분수대(Esplanade) 이다. 이 분수대는 2009년에 개조되어 조명시설까지 갖추었으며, 물과 음악, 조명이 동시에 작동하는 종합공연체계를 갖추었다. 이 분수대 중앙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달라스 다운타운의 스카이 라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백주년 기념관 건물앞에 남부연합군, 스페인,텍사스 정부, 멕시코, 프랑스,미국을 나타내는 거대 조각물들을 인상적인 벽화와 함께 설치했다. 공원의 다른 지역에는 농업지구를 조성했고, 그곳으로의 연결은 건물 양쪽에 좁은 가로를 통해 도달하도록 했다. 그리고, 유기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갈대숲이 공원을 관통하는 긴 척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놀이시설을 적절히 배치했다. 그 옆으로 92,000좌석의 목화밭 풋볼 스타디움을 배치했다. 그리고 ‘페어파크’로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다트 경전철 역을 2군데(Park Avenue gate, Martin Luther King Boulevard) 만들어 대중교통에 의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으며, 차량,자전거, 도보에 의한 접근도 편하게 했다.

도심속의 피난처

저명한 잡지 내셔날 지오그라피는 “페어파크는 단순 건물들의 집합체 이상이며, 수십개의 문화를 배경으로 수십개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기술했을 만큼, 텍사스의 역사와 문화에 배여있는 다문화의 특성을 이 공원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페어파크’는 1986년 국립역사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으며, 지금까지25개 이상의 훈장과 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7년에는 텍사스 도시계획가협회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을 위한 공간’(The Great Public Place)으로 선정되었다.

▲ 텍사스 주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페어파크’에는 1936년의 텍사스 100주년 박람회 번영의 흔적이 남아 있고, 1885년 주박람회 축제의 일상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2018년 1월의 ‘페어파크’는 ‘존재’보다는 ‘부재’를 생각하게 했다. 번영했던 한때를 조용히 반추하게 하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는 빛났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달라스 ‘역사적 랜드마크 위원회’에 따르면,  ‘페어파크’가 갖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의 가치와 의미를 살려 다운타운과 함께 번영하는 장소로 재탄생시키려는 플랜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많은 시민에게 잊혀진 장소가 된 ‘페어파크’는 여행과 일상의 사이에서 약간의 긴장과 느슨함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번영을 회상케 하는 장소이다.

<조재성(JAE SEONG CHO) 약력>

원광대학교 명예교수(현) ,KOTRA Global 지역전문가

Columnist, KOREA TOWN NEWS , globalcityrnd@gmail.com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조재성 시민통신원  globalcityr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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