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미투운동', 가해자 처벌로 끝날 일 아니다

김용택 시민통신원l승인2018.03.06l수정2018.03.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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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쓰나미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어제 저녁 더불어 민주당 대통령후보였던 안희정 충남 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충격을 넘어 멘붕 그 자체다. 초상집이 된 더민주당은 안희정도지사를 즉각 출당조치하고 제명했다. 본인은 즉각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정치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그 충격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갈수록 세상을 놀라게 하는 미투운동. 그 끝은 어딜까? 미투운동은 노벨수상자 물망에 오르던 중진급 인사가 대상이 되는가 하면 학계, 예술계, 법조계, 언론계, 정치계, 교육계, 종교계를 가릴 것 없이 휩쓸고 있다. 과거가 있는 남자들은 좌불안석이다. 가해대상자로 거론되기만 하면 자신이 애서 쌓아 온 명예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하며 살아 온 말 못할 고통을 남자들은 모른다. 만약 그들이 당한 고통을 폭로라도 할라치면 제2, 제3의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혹자는 말한다. ‘10년 전, 20년 전 까마득한 옛날 얘기를 꺼내 어쩌자는 말이냐’고. 하지만 그건 남자들 생각이다. 실제로 피해를 당한 여성이 재판에서 가해자가 무죄판결을 받자 고통을 견디지 못해 부부가 함께 자살한 사건은 여성이 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은 아직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 수컷은 많은 곳에 씨를 심으려는 본능이 있다”는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투 운동에 퍼부은 막말에서 우리나라 남성들의 성의식 수준이 어디쯤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남자 중심의 사고방식, 제도, 교육, 종교, 직업 .등 어느 한 분야도 완전하게 평등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없다. 특히 성평등 의식을 가르쳐야 할 학교의 교과서에는 성차별의 내용이 버젓이 남아 있고 교명이며 출석부, 학생대표 출마조차 남학생 중심이다.

여성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성차별. 성추행, 성폭력 '미투운동'의 연원(淵源)은 어디서부터일까? 가부장중심의 유교사회, 전통사회의 가치관에서는 여성은 남자가 되다만 미완성의 존재쯤으로 인식해 왔다. 삼종지도(三從之道), 7거지악(七去之惡)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사회의 여성은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남자의 종속자다. 이런 가치관이 고착된 또 하나의 이유는 종교에서 남녀 불평등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헌에는 행정수장인 총무원장 자격을 비구로 한정하는가 하면 비구니는 계를 받을 때 이중수계를 해야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고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하는 개신교단도 적지 않다.

성차별문화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남자는 씩씩해야 하고 여자 아이는 다소곳하고 순종적으로 키우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좋아 하는 애니메이션의 <뽀로로>, <타요>, <로보카 폴리>, <코코몽>은 주인공이 전부 남자다. 색깔도 '뽀로로'도 파랑, '폴리'도 파랑이고, 주인공 친구로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은 주로 연분홍, 노랑, 보라색이다. 교과서를 어디를 뒤져봐도 분홍색 옷을 입은 남자는 없다. 학교에는 여학생은 교복은 바지가 아닌 치마로 한정한 학교도 많다.

"대한민국의 성교육은 내 몸에 대한 의사 표현보다는 일단 '섹스를 하지 않는다'를 기본 전제로 하고 가르칩니다. 외국에서는 섹스 잘하는 방법을 공교육에서 가르쳐줘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요. 독일 같은 경우는 아예 체위를 가르치기도 해요. 첫 경험을 상상해보는 수업도 하고요. 남녀의 첫 성관계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많이 삐뚤어져 있어요. 남자애들 같은 경우에는 지배, 정복이라고 생각하고, 여자애들은 뭔가 빼앗기고 약탈당했다고 생각하죠.” 상선초등학교 서한솔교사가 프레시안지에 기고한 "분홍 옷 입은 남자 없는 교과서, 성 역할 고착화한다"에서 나오는 글이다.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대한민국은 지금 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출산의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교육, 법조계,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서 '미투운동'이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권력이나 돈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 성폭행은 죄질이 역겹다. 죄의식도 없이 관행처럼 자행해 온 범죄를 두둔하거나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성차별없는 세상, 성추행,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법과 교육, 종교 그리고 제도적인 불평등문화도 함께 바꾸어 나가야 한다. 언론의 힘을 빌려 잠시 뜨거워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회성, 전시성 '미투운동'으로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성차별문화, 성추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김용택 시민통신원  kyongt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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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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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익배 2018-03-09 06:40:59

    김용택 통신원님의 미투운동에 대한 근원적 처방의글 내용에 100% 동감합니다.여성들이 안전한 사회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결혼과 출산, 육아를 잘할수 있을테니 범정부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봅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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