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식 칼럼] '타인의 몸'에 대한 욕망과 환상

심창식 부에디터l승인2018.03.09l수정2018.03.12 09:0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모든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미국에서 촉발된 최근의 미투운동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며 사회 전반에 걸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이 선하건 악하건 간에 공통되는 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끔찍히 위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몸을 해치거나 해치려는 자는 무조건 적으로 간주된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두고두고 복수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본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타인의 몸을 만진다는 것은 일단 생명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무조건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 건드리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어떤 의도로 몸을 건드리는 것인지에 따라 적대적으로 해석될지 우호적으로 해석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남녀 사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동성 간이라도 마찬가지다.

요즘같이 감각과 감성이 발달한 시대에 이르러서 몸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존재요 무시될 수 없는 실체이다. 누가 이 사실을 부인하겠는가? 이제 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나 도구 정도가 아니라 몸 자체가 목적이요, 몸이 마음인 시대가 되었다. 자신의 몸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타인의 몸 또한 그만큼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욕망이라는 요소가 결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욕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 욕망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욕망을 품은 자는 반드시 어떻게 해서든 그 욕망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의 대상이 물건이나 음식이 아니라 타인의 몸을 향한 욕망일 때 문제가 된다. 타인의 몸을 욕망하는 자는 스스로 욕망의 노예가 되고 욕망의 대상마저 노예화하려 한다. 일단 욕망의 노예가 된 사람은 자신의 몸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몸도 소중할 거라는 생각을 멀리 떨쳐버린다. 오히려 상대방도 자신을 원할 거라는 착각과 환상에 사로잡힌다.     

▲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룰수 있는 세상을 다룬 영화 '콩그레스'의 한 장면

타인의 몸을 욕망하는 것은 권력이나 부와 명예를 욕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타인이 자신을 원하지 않을 때 타인의 몸을 욕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 욕망을 달성하는 방법이 사회적 질서에 부합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회적 질서를 해칠 경우 그 욕망이 범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몸에 대한 욕망은 소위 형이하학적인 욕망으로 격하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권력이나 부를 지니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그 욕망이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타인의 몸에 대한 욕망을 부자는 돈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고 권력을 지닌 자는 권력을 이용해 욕망을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 권력이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어떤 관계 속에서의 권력이든 간에 그 때가 바로 권력이 범죄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감성이 최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타인의 몸을 가지기를 원하는 자는 이제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인권의 사각지대는 노동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숨어 은폐되어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심창식 부에디터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창식 부에디터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최호진 2018-03-11 13:26:02

    욕망. 그리고 직위를 이용한 충족형 겁탈 , 남자들의 욕구가 동물적 형태를 바라보는 눈 그런데 반성도 해 봅니다 좋은 글 시대에 맞아서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신고 |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참여소통 데스크  |  전화 : 02)710-0093  |  등록일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23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김광호  |  에디터 : 이동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호
    편집위원 : 김경애, 김미경, 박효삼, 서기철, 심창식, 안지애, 양성숙, 정혁준, 김국화  |  객원편집위원 : 김동호, 김태평, 김혜성,허익배
    Copyright © 2018 한겨레: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