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가 길러내고 있는 인간상이다. 오늘날 학교는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고, 변칙을 용납하지 않는 보증수표와 같은’ 교과서 같은 사람을 길러내고 있다. 이런 사람이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모범적인 사람, 민주적인 사람,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을까? 원칙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변칙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교과서 같은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거나 무능한 사람이 된다.

교육이란 사회화의 과정이다. 학교는 미숙한 사람이 사회화를 위한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변칙이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이런 교과서 같은 학생은 이용당하거나 희생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자본주의는 진화(?)했고 학교는 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미투운동 하나만 봐도 그렇다.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부끄럽고 참담하다. 정치계, 학계, 교육계, 언론계, 종교계, 연예계를 막론하고 터져 나오는 남자들의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은 평등의식이 어디까지 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등의식뿐만 아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시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비판의식, 민주의식을 길러주고 있는가? 힘이 있으면 힘으로 돈이 있으면 돈으로 혹은 권력이 있으면 권력으로 군림하고 갑질하는 사회는 후진사회다. 남자라는 이유로, 돈으로, 권력으로, 혹은 사회적 지위로 갑질하고 군림하는 이러한 폭력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러한 후진성은 남존여비의 유교문화의 가치관이며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혹은 사회적 지위가 곧 그 사람의 인품이 되는 저질 자본주의 그리고 관료주의가 불러온 병폐가 아닌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학교가 교육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 사회변화에 따라 학교는 교육과정을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고 철학교육, 성교육, 인권교육, 헌법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지자체는 또 어떤가? 대한민국 어느 지자체에서 헌법에 명시된 ‘평생교육의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지자체에 따라서는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정조차 없이 유명인사 중심, 일회성 강좌가 전부다.

지금 대한민국은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거대한 정신혁명이 진행 중이다. 낡아빠진 유교문화, 남존여비의 가치관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남자 중심의 직장 문화, 권위주의문화도 폐기처분해야 한다. 종교에 남아 있는 여성비하와 학교 사회를 비롯한 사회곳곳에 남아 있는 불평등문화는 청소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저질자본의 폭력도 청소해야 한다. 들키면 죄가 되는 범법자 몇 명을 처벌하는 수준으로 구석구석 썩은 내가 진동하는 불평등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부에디터

김용택 시민통신원  kyongt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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