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로 이루어진 역대급 공연

 제주 4·3을 추모하는 70주년 기념행사가 광화문 403 퍼포먼스로 진행되었다.

▲ 403 퍼포먼스 1차 리허설 후, 분장을 마치고

행사 시작 전, 오전 9시에 모인 시민들은 70년 전 제주에서 무참히 학살 당한 죽은 영혼들로 다시 태어나 광화문 일대 곳곳을 부유했다. 저마다 묻힌 기억들을 안고 눈을 뜬 혼령들은 조금씩 주변을 더듬으며 잊힌 기억들을 되살려 낸다.

각자의 상상력으로 수행된 이번 퍼포먼스는 403인의 시민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제주 4·3을 기리는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재능 기부로 기획 되었다. 극단 경험과 상상의 연출대표 유성은 참가자들에게 절제된 현장 디렉션을 주며, 광장 전반에 감도는 슬픔과 평화의 기운을 집중도 있게 담아내었다.

▲ 신나게 서로의 얼굴에 머드분장을 하는 고등학생 참가자 C-4조 팀원들

참여자 전원이 각자의 생업이 있지만, 4·3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희생 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이었다. 극단 경험과 상상은 자신들을 일반 공무원처럼 대해주지 말라는 사전 당부를 카톡으로 나누었다. 행사 당일에는 꼼꼼한 성교육 안내글도 게시되는 등 행사 전반에 높은 인권 감수성과 참가자의 배려가 돋보였던 역대급 퍼포먼스였다.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대표 유성 현장 리허설

참가자의 다수를 이루었던 초중고생의 현장 안전을 강조하면서,

시민 참가자들의 자율성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현장 지휘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403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하며, 공연 전반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한겨레 주주통신원 심연우 임남희도 인권 감수성이 뛰어난 공연 현장에 매료되어 기쁨이 컸던 날이었다. 시민 참가자들은 마지막까지 서로의 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4·3 역사에 마음의 위로를 담아 행사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국화를 헌화하였고, 마음 깊은 추모행렬을 조용히 이어나갔다.

조금씩 살아나 부유하는 영혼들을 연기하며, 함께 울음 섞인 목소리를 공기 밖으로 새어내가며 만들었던 공명들은, 내 이름은 000라고 광장 하늘에 외치며, 묻힌 존재의 슬픔을 알렸다. 입고 있던 겉옷들을 벗어던지고, 한반도 지도안에 모으면서, 신명나는 풍물패 놀이로 공연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미 군정하에 자행된 제주 도민을 향한 대규모 학살, 80년대까지 금기의 역사로 침묵돼 왔던 잔인했던 학살과 항쟁의 현장들은 이제 다시 한번, 온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 극단 경험과 상상의 대표 유성 현장 리허설

참가자의 다수를 이루었던 초중고생의 현장 안전을 강조하면서,

시민 참가자들의 자율성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현장 지휘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함께 공연에 참가했던 17세 원동연 학생은 안국역에 위치한 오딧세이 학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1년 정도 새롭게 창의적인 대안 교육을 경험하고 본래의 고등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헤어짐이 아쉬웠던 한겨레 온 주주통신원도, 미투혁명으로 남성들의 성적 본능과 발산에 대해서 고민스러웠던 마음들도 건강하게 움트는 역사를 배워나가는 청소년들 보며 매우 기쁘고 열정 충만했던 시간이였다.

▲ 강원도 평창 평화걷기에서 만났던 안지영 청년, 작으마한 체구에 맨날 깃발에, 행사 진행용품을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

이번 제주4.3 70주년 광화문 403 퍼포먼스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쁨 가득 기념 사진을 촬칵한다.

슬픔 속에 먹먹한 가슴도, 행사 전반의 안전에 대한 온전한 사전준비들로 가득 채워지면서 뭉클한 감동이 전해진다. 일제 잔재물의 공교육 체계 안에서 답답해 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배움을 외치며 공교육 체계 밖으로 나와 변화하는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참배움이 실천되어 매우 반가웠던 날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대간에 함께 어울리며, 풍물패 소리에 어깨를 이어가는 기차놀이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쌓여가는 주체적 역사 인식에 스스로 놀라는 날들이다. 3.1민회 때 무료로 시민들에게 상연되었던 <하늘색심포니>영화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강함과 약함의 어우러짐이 주체적인 힘으로 발현되는 평화 협정 체결되는 날 곧 오리라 상상해본다.

▲ 리허설 아침, 여유있는 시간틈새를 타 한겨레 신문을 펼쳐든 고등학생 참가자가 눈에 띈다.

공명을 만들어 울림을 주었던 403퍼포먼스를 통해 만났던 많은 참가자들과 오늘의 기억을 오래동안 나누고 싶다.

▲ 403 공연 연출 제작팀에서 준비한 소정의 상품들은 참가자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4.3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앞으로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역사를 만들어 간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연우 시민통신원  vvvv77vv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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