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초고층 건축(2)

시카고의 초고층 건축(2): 고층 건축물의 출현

조재성

20세기 전환기에 시카고에서 이루어진 건축 기술의 변화는 초고층 건축을 가능하게한 눈부신 성과였다. 건축기술의 혁신에 있어서 시카고에  맞설 수 있는 도시는 지구상에 없었다. 그러나 시카고에서 새로운 혁신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역사성과 전통을 보존하며 인간의 체취가 묻어나는 도시를 만들려하고 있다.  

루프

시카고의 중심업무지구는 “루프(Loop)”라고 불리는데, 1897년  닫힌 사각형 형상으로 2층 고가의 교통체계를 설치하여 업무지구를 둘러싸도록 하였다.  시카고는 미국의 서부 및 중서부 생산물 집산지였으며, 생산물 중심지의 급격한 성장이 폭발적인 고층건물 수요를 낳았고, 고층건물이 “루프”지역 내에 세워지게 되었다.  2층 고가의 지하철은 달릴때마다 덜커덕 거리는 소음을 내어, 지하철이 지나갈 때면 거리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말소리가 지하철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시카고 시민들은 낡고, 흉물스럽게 보이는 2층의 철골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있다.  “2층의 오래되고, 낡은 고가지하철을 “왜” 철거하지 않느냐?”고 시카고 건축재단에서 나온 해설가에게 물으니, “삐거덕 소음을 내며 달리는 2층의 고가전철은 바로 시카고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철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카고 대화재라는 아픈 상처를 딛고, 도시의 성장을 함께 해온 2층의 고가전철을 사랑하고, 시카고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시카고가 현대적인 최첨단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성과 시카고 문화를 보존하며 가꾸기 때문에 매력적인 도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도시를 고생스럽게 걷고, 답사하다가 인간의 정취가 풍기는 도시건축을 만날때 희열을 얻게되는데, 이것이 답사를 계속하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                       <시카고 루프>

 

시카고의 건축

시카고 대화재에 의한 도시파괴는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건축붐을 시카고에서 일으켰다.  시카고의 고층 건물은 새로운 기술적 발명으로 인해 가능했다. 강철을 사용한 철골구조 시스템을 구조 기술자 제니(William Le baron Jenney, 1832-1907)가  완성시켜, 하층 기둥에 과대한 응력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고층화하는 것과 외벽면에 큰 유리창을 만들어서 넓은 실내를 밝게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1894년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시카고 케이슨”(Chicago caisson) 기초 공법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857년 증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최초로 뉴욕에 설치된 후, 그 뒤를 이어 시카고는 1864년에 증기 엘리베이터를 채택하였다. 엘리베이터, 전화, 기송관등에 의한 기술혁신은 고층 사무소, 호텔, 식당 등의 건설과 운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카고에 최초의 초고층 건물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시카고에서 개발된 철과 강재로 만든 건물골조로 내외의 벽을 지탱하는 구조체는 점차적으로  미국내 모든 대도시 건축의 일반적인 특징이 되었다. 이 구조방식의 적용은 시카고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를 위한 “시카고 학파”의 실험은 근대건축운동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09 시카고 계획”의 주역 다니엘 번햄(Daniel Burnham)은 엘리베이터 기술과 철강 구조 건설을 즐겨 사용했으며, 사선제한에 의한 건물 높이제한 기술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그 대신에 개별 건물들이 대로와 공공공간을 전면에 갖는 보다 큰 계획에 연계시키기를 즐겼다.

                  

​                     <루프내 2층 고가철도역>

 

고층 건축물의 출현

번햄의 구상은 1891년 세워진 시카고 초고층의 진화에 큰 족적을 남긴 “모나드녹(MONADNOCK)” 건물로 나타났다(53 West Jackson Boulevard). 건축설비를 위해 전기를 사용한  “모나드녹” 건물은 시카고 최초의 고층건물로 건축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2017년 10월  “모나드녹” 건물의 1층 실내에서 육중하면서도 두꺼운 암갈색의 테라코타 기둥을 볼수있고, 1층은 모두 개방해서 “국제식당가”(International Food Court)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양한 나라출신의 사람들이 북적대며, 점심시간을 즐기는것을 볼 수 있었다. 실내 조명은 최초의 조명방식 그대로 두꺼운 기둥에 필라멘트 전구가 매달려 있어, 건물 세워질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고있어, 건물의 역사성과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이 차가운 돌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체온을 전달하는  피부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16층의 높이를 지탱하기 위해 기단부는  6피트 두께의 조적조로, 3년에 걸쳐 건설되었다. 그리고 개발로 인한 임대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16층 높이로 세워졌다. 테라코타 장식을 갖춘, 그리스 - 로마 스타일의 건물이면서 금속구조물을 사용한 커다란 창문을 갖춘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초고층의 상업용 건물이었다.

초기에 4개의 연속적인 건물로 계획된 “모나드녹” 건물은 외관에 장식이 없는 기능주의 건물로 시카고의 상업용 건축물의 실용적인 정신을 구현했다. 이 건물은 400 X 68피트의 좁은 부지위에 세워졌으며, 풍부한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창문을 돌출형으로 만든것 또한 특징적이다. 건물의 나머지 4분지 1은 낡은 구조방식인 조적조 내력벽 대신에 새로 도입되기 시작한 철강구조로 지지되었다.

3년의 기간에 걸쳐 건설된  “모나드녹”건물은 낡은 조적조 건설방식에서 철강구조 공법으로 건설공법의 세대교체를 보여줘 시카고에 초고층 건축물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모나드녹”건물을 둘러보면서, 건물에서 따뜻한 체취와 오래된 것에서 묻어나는 정취를 느꼈다면 나만의 지나친 비약일까? 

​                            <모나드녹 건물>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조재성 시민통신원  globalcityr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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