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76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우리 조상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221~224일째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8.04.15l수정2018.04.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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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아직도 우리에서 낯선 나라다. 그러나 친근감이 가고 신비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나라다. 세계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는 짧은 두세 달 여름 동안, 생명들 삶이 이어지고 나머지는 한겨울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는 땅이다.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곳이라 한다. 그곳을 넘어야 했던 실크로드, 실크로드 중심 사마르칸트 역사에 우리 조상 발자취가 남아있다. 그 발자국은 지금 다 바람에 날아갔지만 바람에 배어있는 역사가 나를 여기까지 유혹하여 끌고 왔다.

이 길을 건너간 비단은 백 곱절 가격으로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고, 이 길은 건너는 자 거상이 되고 고승이 되었다. 이 길을 헤쳐나간 자 영웅호걸이 되고 천하제왕이 되었다. 이 길은 그야말로 세계적 스타의 산실이었다. 이 길을 지나오면서 쓴 여행기는 언제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고전으로 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면서 다른 문학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 길을 지나온 종교는 세계 종교가 되었다. 이 길을 건너온 발명품은 세계문명을 바꾸어놓았다. 철이 그랬고 종이가 그랬고 화약이 그랬다. 이 길에 결코 비단이 깔리지는 않았지만 거친 황무지를 목숨 내걸고 건너서 살아온 자는 부와 명예와 권력 중 최소한 하나는 손에 쥐었다. 살아서 가지지 못하면 죽어서라고 면류관을 썼다.

아무다리아 강을 건넌 혜초는 안국 부하라를 경유하여 강국 사마르칸트로 입성한다. 사기에 대월지국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파미르를 넘어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 전에 당나라와 혈전을 벌이던 연개소문 사신들이 이 파미르를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 왔다. 그리고 이곳에 큰 족적을 남긴 이로 고구려 유민으로 당나라 총사령관이 된 고선지가 있다.

1,300여 년 전 한반도는 지금처럼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당태종이 동아시아를 모두 평정했지만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나라가 고구려였다. 당시 당나라는 지금 미국과 비견되는 나라다. 지금 미국에 유일하게 맞장 뜨는 나라가 북한인 것도 우연이라기에는 절묘하다.

신라는 나제동맹을 깨고 한강유역을 차지하고 고구려를 압박하고 있었다. 당나라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던 고구려 연개소문은 당을 견제하는 동맹 세력이 절실하였다. 그는 동맹국을 찾으러 몽골 초원을 거쳐 서역까지 사신을 보냈다. 실제로 661년 제 2차 고당 정쟁 중 돌궐 부족 철륵이 당나라를 침공하여 당나라 군 일부가 철수하는 바람에 고구려가 전쟁에 승리를 하기도 하였다.

아프라시압 궁전 터에서 발견된 서벽 벽화에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사신 모습이 이때 역사를 잘 설명해준다. 중앙에는 바르후만 왕과 돌궐 왕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벽에 당나라 공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배를 타고 있다. 당시 바르후만 왕은 등거리외교를 펼치며 돌궐과 친하면서 당나라에서 벼슬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성과 사마르칸트까지는 약 8,000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은 조국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사의 외교전을 치르러 이 먼 곳까지 온 것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불교적 내용 외에도 그가 보고 느낀 각 지역 풍습과 생활, 사회제도 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중인도에서는 어머니나 누이를 아내로 삼는다거나, 여러 형제가 아내를 공유하는 이색적인 풍습 등이 기록되어 있다. 혜초는 카슈미르에는 노예제도나 인신매매가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 탐험가 펠리오가 중국 둔황 천불동에서 발견했다. 안타까운 것은 원본은 3권이었는데 현재 남은 것은 약본이며 그마저도 앞뒤가 떨어져서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구려 유민인 고선지가 어떻게 당시 세계 최강의 당나라 군대를 이끄는 총사령관이 됐고 실크로드를 호령하는 영웅호걸이 될 수 있었을까? 무사가 되어 무공을 세우고 그 나라에 충성하는 일만이 나라를 잃은 유민에게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고선지 삶은 중국 서부 간쑤성 우웨이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예로부터 중국과 이민족 전쟁이 끊임없이 펼쳐지던 곳이다. 그의 아버지 고사계는 처음에 하서군에 하급군인으로 근무했다. 그 뒤 고선지는 안서도호부로 이동하는 아버지 고사계를 따라 서역 깊숙이 이주했다. ‘쿠차’가 그곳이다.

1,300년 전 고선지는 1만 대군을 이끌고, 해발 평균 4,000m나 되는 파미르 고원을 행군했다. 그가 이끄는 1만 당나라 대군은 747년 여름, 1만 적군이 기다리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난공불락 와칸 계곡 절벽을 타고 넘었다. 이곳은 에베레스트 산만이 더 높을 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역이다. 고선지가 싸워서 이기지 못 할 상대는 없었다. 무려 72개국의 나라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닷새 동안 탈라스 강의 치열한 전투에서 당과 연맹을 맺은 부족이 배신하여 고선지 당나라군은 패하고 말았다. 중국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배권은 이때부터 상실하게 된다. 이 전투 이후 승리를 거둔 이슬람 제국은 사마르칸트에서 중국의 포로 중에서 제지기술자를 모아 제지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 중국이 비밀로 지켜왔던 종이 제작법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종이 사용이 이슬람 세계에 전파된 것은 이 무렵이었고, 이후 13세기에 유럽으로 전달된다.

▲ 2018년 4월 9일~12일 우즈벡을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 2018년 4월 9~10일 월요일 우즈벡 Zarafshon에서 Qorovul Tera지나 Jizzax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8년 4월 11~12일 수요일 우즈벡 Jizzax까지 Amir Temur 마을지나 Shodlik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4월 12일 우즈벡 Shodlik까지(누적 최소 거리 7659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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