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데 보체", 조민웅, 김동현, 안세권, 앙코르공연
서른, 그들은 포효했다
---『그란데 보체』조민웅, 김동현, 안세권, 앙코르공연
2018년 6월 16일 늦은 7시 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Grande Voce"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지금 산야에는 초록이 무성하다. 한창 물오른 초록은 빛나는 윤기를 머금었다. 서른, 청춘의 정점인 젊음은 늦봄 또는 초여름의 초록으로 가장 눈부신 시절이다.
지난 3월 24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센터에서 서른 어름의 세 청년이 팀을 이룬 “그란데 보체(기획/하늘이엔티)”의 첫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JTBC 팬텀싱어2에서 배출된 탁월한 성악가들이다. 독창으로도 충분히 뜨거운 이들 셋이 한 무대에 오르니 그야말로 공연장은 활활 타오르는 대보름 달집 같았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이외 가요와 팝송, 칸초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청중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인터미션(intermission) 없는 120분 공연 내내 심장은 화상을 입은 듯 뜨거웠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서늘하고도 뜨거운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영상과 녹음으로 듣는 음악과 실제공연의 차이는 만 배 쯤 된다.
▲ 스핀토테너 안세권
스핀토테너 안세권의 음량은 창공을 높이 선회하는 한 마리의 독수리가 날개짓하듯 자유롭게 터져나온다. 성량은 키와 관련이 없다. 그 작은 키의 몸집 어디에서 하늘을 가볍고도 힘차게 비상하는 음색이 나오는지 사뭇 신기했다. 전라도 땅끝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시절 씨름선수로 활약하다,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했다. 한 달 연습하고 고교성악대회에서 1등을 먹어버린 천부적 재능의 안세권은 뭐든 잘 먹게 생겼다. 여전히 땅끝마을 청년 티가 역력한 귀여운 그는, 나이가 들어도 땅끝마을 아저씨처럼 친근할 것 같다.
▲ 베이스 김동현
베이스 김동현은 우주와 지구별의 경계인 지평선처럼, 분명하며 안정감이 있었다. 지평선은 대기권이라는 투명한 캡슐에 의해 분열되지 않고 버티는 하나의 선이다. 그는 아주 아름다운 외양의 남자다. 첫 눈에 범생이를 연상시키는 반듯한 외모와 온실에서 자란 화초처럼 여려 보인다. 독일에서 정통 성악을 공부한 엘리트답게 그의 음색은 무뚝뚝하면서도 환하다. 경계의 첫 째 조건은 중심이다. 흔들림 없는 균형적 그의 발성은 일단 듣는 이의 귀에 신뢰를 심어주었다. 중저음의 무게중심에 흰목련 닮은 그의 음색이 피어났다.
▲ 테너 조민웅
그리고 조민웅, 수많은 팬들의 영혼을 앗아간 그는 백두대간처럼 웅장했다. 성악은 원래 유럽에서 생성된 음악이다. 유럽 대다수의 산들은 밋밋한 곡선의 구릉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백두대간은 거칠고도 온화하며, 깊고도 융숭하다. 백두대간 골짜기마다 우리는 둥지를 틀고 산다. 그렇듯 조민웅은 청중을 품어버린다. 그의 억센 품속에 들면 좀체 빠져나오기 힘 든다. 너무나 특이하고 매력적인 독보적 보이스의 조민웅은 아직 덜 자란 소년처럼 수줍어하고, 때론 다 자란 중년남자처럼 감정적으로 중후하며 시크하다.
요즘 날씨가 수상하다. 휴전의 분단에서 종전의 평화를 준비하는 과도기답게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극심하다. 그래도 계절은 제 이름을 버리지 않고 사계가 찬란한 우리나라가 될 것이다. 머잖아, 우리 7천 5백만의 염원이 이뤄지면, 저 푸르른 서른, 세 청년이 백두대간의 곳곳에서 맘껏 소리 칠 날이 올 것이다. 저들의 나이가 마흔, 쉰, 예순이 되기 전, 멀리서 받고 싶은 공연소식으로 간절하다.
[“그란데 보체” 관련음악 듣기]
https://youtu.be/AO6qDezvTho?list=RDAO6qDezvTho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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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싱어에 대한 표현이 공연 때 받은 감동을 되새겨 줍니다 그 감동 다시 느끼고자 앵콜 공연하는 충무아트센터로 향하는 마음 설레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