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해방

옛날 한적한 시골에 한 유생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홀로 잘 난 촌뜨기 서생) 날이면 날마다 무슨 생각에 골몰하는지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옳거니, 바로 그거야’ 하면서 두 손으로 무릎을 ‘탁’치고는 곧장 신주단지가 모셔져 있는 신방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신주단지 앞에 냅다 무릎을 꿇고는 상제께 간곡히 아뢰기를

▲ 사진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상제님 옥황상제님.

유생: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상제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왔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평범한 시골 유생이옵니다.

상제: (느긋하게 쳐다보면서) 그래, 네가 온 줄 알고 있다. 나는 안녕하시다. 그런데 어인 인인가?

유생: (전후좌우로 눈치를 살피면서) 다름이 아니오라, 저에게는 아주 작고 소박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부귀와 권세, 명예 그런 것은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습니다.

상제: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그러한가. 자신을 조금은 아는구만. 기특하고 훌륭하다. 그럼 됐지 않느냐? 뭐가 문제라 왔느냐?

유생: (눈을 치뜨고 끔벅끔벅하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예~ 저의 작은 소망을 말씀드리려 왔습니다. 그것은 식의주(食衣住)를 걱정하지 않고, 선인들이 남기신 서책을 읽으면서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산책을 하는 등, 그렇게 소박하고 조용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상제: (잠시 눈을 감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위를 쳐다본다) 오라~ 바로 그거였구나! 그거였어~

유생: (고개를 숙이면서) 예~ 상제님! 그렇습니다. 저의 이 작은 소망을 꼭 들어주십시오. 한 말씀 더 드린다면, 아내가 잔소리 좀 안하게 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상제: (소갈머리 없는 소리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잘 알았다. 잘 알았어. 하지만 말이다~

유생: (자세를 더 낮추며 하소연하듯이) 상제님, 왜 그러십니까? 제 소망이 너무 과해서 그러십니까? 제가 말씀을 잘 못 드렸습니까?

상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니다 아니야. 허허, 좀 과하기는 하구나.

유생: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무엇이 과하다 하십니까?

상제: (헛기침을 하면서) 어험, 그것 참! 솔직히 말하면 말이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서 그렇단다.

유생: (깜짝 놀라면서) 예? 뭐라고요? 상제님께서요? 무슨 그런 당치 않은 말씀을~

상제: (먼 곳을 쳐다보면서 허탈한 표정으로)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 당장, 이 모든 것 다 버리고, 그곳으로 달려 가겠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렇게 살겠다. 나도 말이다. 진정 그곳이 극락이고 천국이 아니겠느냐.

▲ 사진출처 : 네이버, 사유하는 여행작가 이지상블로그, 니코스카잔차키스 묘비, 크레타섬

<니코스카잔차키스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여기에 추가>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나는 뭣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해방이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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