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문제는 국제 평화에 관한 사안입니다.”

“‘평화’의 문제에 대하여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 ‘1학년’ 수준입니다.”


문: 지난 달 31일 용역과 해군까지 동원 된 강정 행정대집행을 몸으로 저지하던 당시 “평화활동가 여러분, 용역들이 우리의 폭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흔들려선 안 됩니다. 끝까지 평화의 정신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외치셨습니다.

답: 결국 평화가 힘입니다. 지난 달 말일 행정대집행 당시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14시간동안 돌, 침, 주먹을 쓰지 않고 무지막지한 공권력과 용역의 강압에도 의연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그래서 이긴 것입니다. 그렇게 해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구속은 얼마든지 더 당해도 좋습니다. 평화롭게 강정을 지키는 일은 언제까지든 계속 할 겁니다. 스무 번 구속 될 것을 각오하고 살고 있습니다.

 

문: 베트남전을 다룬 <플래툰>, <7월4일생> 등을 만든 세계적인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67)이 2013년 수감 당시 교도소를 방문했다는데요.

답: 그는 내게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뭡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보고 느낀 걸 해외에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강정마을 관련 한 집회에 참가해 우리말로 “여기에는 ‘아시아 회귀’라는 미국의 잘못된 정책이 개입되어 있다”고 말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관련 기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를 면회한 후 ‘(평화에 관한) 내 공부가 참 짧았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 나는 그에 대해 그저 ‘좋은 영화감독이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너무 몰랐던 겁니다. 그는 진짜 평화활동가였습니다. 그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평화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고, 지구촌 곳곳의 평화활동가 소식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와의 짧은 대화에서 내가 얼마나 사회문제에 대해 낭만적으로 대응해왔는지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영화감독이었지만 직업적인 평화활동가나 다름없었습니다. ‘평화’의 문제에 대하여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 ‘1학년’ 수준입니다.

 

문: 지난 7일(토) 한겨레신문에서 열린 강연 도중 “평화로운 우리의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답; 거대한 공권력의 힘으로 결국 마을을 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는 예정대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군 관사를 짓는다며 마을까지 점령하려 합니다. 강정의 평화는 깨진 지 오래입니다. 마을 공동체는 오랫동안 회유와 갈등에 고통 받았습니다. 폭력의 유혹을 다스려야 하나 현실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우리의 평화운동은 과연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요. 평화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 험한 거 같습니다.

 

 

“해외 취재진들과 평화운동가들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문: 강정마을에서 희망을 발견하셨나요?

답: 지난 8년 포기하지 않고 강정주민과 함께 했습니다. 처음엔 외지인은 저 하나였지만 지금은 전국의 시민들이 강정주민을 돕고 이곳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옵니다. 해외 취재진들과 평화운동가들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제 강정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동안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가 지역 발전을 방해하는 행동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던 제주시민들의 마음도 점점 돌아서고 있습니다. 지난 달 31일 행정대집행 당시 몸싸움 과정에서 찢어진 잠바를 들고 찾아간 수선집 부부는 처음으로 “정말 고생 많았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문: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답; 눈앞의 공사를 막아야 합니다. 군 관사는 막아야 합니다. 제주는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합니다.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헌법 개정운동을 해야 합니다.

‘제주내셔널리즘’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강정 주민들은 이제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나서서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각지에서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강정어학서클’을 조직해 통역과 번역을 돕고 있습니다.

 

“강정 문제는 국제 평화에 관한 사안입니다. 크든 작든 강정문제는 매일 매일 다뤄져야 합니다.”


문: 한겨레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답: 지난 8년 붙박이로 강정에 있으면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강정주민의 억울함과 기지 공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문제였습니다. 알려져야 도움도 받고 연대도 됩니다. 중앙 언론은 큰 이슈가 있을 때만 관심 가집니다. 이슈가 없으면 그냥 잊어버립니다. 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모 방송은 저를 인터뷰하는 조건으로 펀딩을 받기도 했습니다. 강정 문제에 대해 국내보다 해외 언론의 관심이 더 큰 거 같습니다.

강정 문제는 단순히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아닙니다. 한-중-미-일 간 군사 충돌의 장이 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강정 문제는 그래서 국제 평화에 관한 사안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관심 갖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류 언론이 강정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런 일입니다. 거기에 한겨레마저 외면할 때면 좌절감이 큽니다. 기사가 나오더라도 지역판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정은 제주 지역 갈등이 아니라 전 세계 평화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크든 작든 강정문제는 매일 매일 다뤄져야 합니다. 지난 해 4월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한겨레가 300여 일 넘게 꾸준히 관련 기사를 싣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집니다. ‘강정은 평화다.’ 평화는 숨 쉬는 산소처럼 소중하 것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정리 이동구 한겨레:온 에디터


관련 영상 보기: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2

 

이요상  yoyo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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