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 있는 한 대학 연구소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 9월 학기를 희망했는데 지도교수님은 5월 학기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다. 급하게 수속을 밟고 비자가 나온 즉시 집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알아보았는데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집들은 언제부터 들어가 살 수 있는 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없었다. 이멜로 수차례 문의해도 답변이 없었다. 간신히 연결된 곳은 몬트리올에 와서 직접 보고 계약하라는 거였다.

할 수없이 임시로 일주일간 머물 숙소를 구하고 4월 23일 몬트리올에 도착했다.  집을 빨리 구해야 했는데 구해지지 않았다. 이틀 허탕을 치고 지도교수님께 인사하러 갔을 때 교수님께서 내 사정을 들으시더니 도우미 학생을 붙여주셨다. 아주 선한 중국여학생이었다. 그 여학생도 몬트리올에 와서 집을 구하러 다닌 적이 있었기에 함께 다니면서 요령을 알려주었다. 연구소 근처 동네는 집이 나와도 인터넷에 등록하지 않고 집 앞에 렌트한다고 팻말을 붙여놓으므로 직접 동네를 돌아다녀 봐야 한다고 했다. 진짜 그렇게 했더니 임시숙소에서 나가기 바로 전날 저녁에 집을 구했다. 연구소에서 걸어서 7분 거리다. 첫 번째 조건이 걸어가는 거리의 집이었는데 아주 가까워서 너무 좋다.

하지만 이집은 가구가 세팅되어 있는 집이 아니라 냉장고, 싱크대, 레인지 만 있었다. 침대, 소파, 식탁, 부엌살림 등 전부 구입해야했다. 여자 혼자서 어떻게 하나? 막막했는데 다행히 토론토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이 달려왔다. 동생이 3일 동안  무거운 짐 다 날라주고 밤을 새가며 조립가구 세팅해주어 90% 완성된 실내를 꾸며주고 갔다. 어려선 내가 돌봐주었는데... 이젠 동생이 나를 돌봐준다. 

▲ 동생이 다 세팅해준 집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녔다. 1학년 때는 기숙사에서 기숙사 밥 먹고 살았다. 2학년부터는 친구들과 자취생활을 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친구들이 집을 구해놓으면 침대와 간단한 살림살이 정도만 준비하면 됐다. 이것도 친구들이 다 도와줬다. 이번엔 혼자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모든 걸 시작해야했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 24시간 야채가게. 야채를 아주 싸게 판다

이제 몬트리올에 온지 한 달이 넘었다. 연구도 흥미롭고 할 만하다. 내가 사는 동네도 조용하면서 소박하다. 가까운 곳에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싸게 파는 가게도 있다. 퇴근하면서 장을 봐서 집에서 밥 해먹고,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일도 익숙해졌다. 이제 모든 것이 안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뭔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자꾸 머리칼이 숙숙 뭉텅이로 빠진다. 대학 다닐 때도 머리칼이 그렇게 빠졌다. 한국에 있으면서 수북한 머리칼을 만들어 갖고 왔는데 여기서 또 빠지기 시작한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대머리 여학생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ㅠㅠㅠ

▲ 현대미술관

지난 일요일은 몬트리올에서 처음으로 문화생활을 했다. Sarah Anne Johnson 작품이 특별 전시된 현대미술관에 갔다. 1976년에 캐나다에서 태어난 Sarah는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그녀는 사진에 설치예술, 조각, 유화, 비디오, 행위예술, 춤까지 접목시켜 작품을 완성하는 멀티예술가이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힐링되는 기분이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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