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형과 달리기를 같이 한 지도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비슷한 점도 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점도 많다. 가장 큰 차이는 명구형은 미리 걱정하지 않고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타입이다. 명구형의 상황에 따라 닥치면 대처하는 성격이 이런 대단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달라도 말다툼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의견이 다른 경우 20 위엔(짜장면 한 그릇 가격)내기로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 동네 나라티에서 '돼지고기를 판다? 안 판다?' 같은 경우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지고 있다.

대부분 하루 종일 말없이 달리지만 가끔 뜨거운 대화를 하기도 한다.

"명구형, 가장 마음을 울리는 단어가 뭐야?"

"난 신명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

그럴 것이다. 그 신명이 어려운 시기에 먼저 통일을 외치며 먼 길을 달리게 했고 대동강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모인 맥주 파티를 꿈꾸게 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온 국민이 모든 것을 녹여내고 한바탕 어울려졌던 것도 그 신명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뭉클해지는 단어가 '엄마'라는 말이다. 어릴 적 엄마와의 이별이 마음속 깊은 속에 잠겨 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항상 뭉클함으로 살아나곤 한다. 내가 늦깎이 출가자가 된 이유도 그런 그리움이 바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구형은 통일은 비빕밥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각자 개성을 간직한 채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감이 간다. 통일은 내 자신의 외면과 자아가 일치하는 것,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9천km를 넘게 달리고, 천산산맥에 내린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속 깊은 물살을 이루듯, 일상의 작은 통일들이 우리 민족 전체를 신명나는 굿판으로 이끌 것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천산산맥을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거칠어질 호흡만큼 뜨거운 대화와 새로운 내기가 기대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덕원 시민통신원  dwkang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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