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용산참사 미사를 다니면서 알게 된 어르신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미사에 참여했는데 갈 때마다 계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매일 미사에 참석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눈으로만 알던 어르신과 4대강사업 반대미사를 할 때서야 비로소 통성명을 나눴다. 그리고 이런 저런 길거리 미사에 함께 다니면서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울 엄마와도 통성명을 하고, 70세 이상 4분이 동지로 의기투합하셔서 대한문 쌍용미사를 넘어 제주강정미사까지 다녀오셨다.

그런데 이번 1월 26일에서 2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세월호 안산-팽목항 도보행진에 어르신께서 참가한다고 하셨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이 온 상태이고, 작년에 대상포진으로 입원까지 하셨던 지라 “어르신 어르신은 일당 백이예요. 몸을 아끼셔야지요.” 라고 말씀드렸지만.. ‘내가 지금 어디에 있어야 되나?’ 라고 기도하면서 생각하면 할수록 세월호 도보행진 대열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뿐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하루 이틀이지.. 20일을 이 추운 겨울에...

어르신은 도보행진을 시작하면서 내 걱정을 아시는지 거의 매일 전화를 주셨다. 사진도 보내주셨다. ‘나는 일반인 11반’ 이라고 농담도 하셨다. 가끔 걷는지 자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온 적도 있었지만, 하룻밤 자고나면 말짱해져서 눈이 저절로 떠졌고 몸은 또 저절로 움직였다고 하셨다. 단 하루도 차량이동 없이 20일의 일정을 걸어서 완주하신 최고령자 어르신.. 그 기간 내내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셨을까?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그렇게 아픈 이들의 고통에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함께 해주신 어르신.. 그분이 나는 무척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그 어르신의 마음같이 살고 싶다.

어르신은 행진 중간에 신발 사진을 하나 보내주셨다. 신고 가셨던 신발이 한쪽으로 치우쳐 닳아 걷기 힘들다며 다른 사람이 신발 한 켤레를 사주었다고 했다. 그 신발을 버리기 아쉬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시다가 결국 버리셨다고 했다. 의미가 있는 신발이라서 사진으로라도 간직하고 싶다며 보내주셨다. 애들 말로 최고의 용자 어르신.

김미경 주주통신원

 

김미경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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