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과 연방 센터 빌딩

시카고의 초고층 건축(4): 모더니즘과 연방 센터 빌딩

밤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 반짝이는 많은 별들 중 오지를 개척하는 탐험가에게 방향을 안내해주는 별처럼, 도시건축의 역사에서도 인류에게 도시문명의 혜택을 받도록 기여한 스타가 있다. 20세기 인류의 도시건축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더니즘 사조가 시카고의 초고층 건물에서 꽃을 피웠다. 모더니즘을 창안하고 발전시켜온 빛나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미스 반 데로(Mies Van Der Rohe)”의 건물 답사를 생략한 채로 시카고의 초고층 건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시카고 남쪽에서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다운타운에 진입하면 감동과 탄성이 나오게 하는 시카고의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가? 어떻게? 이런 웅장한 파노라마를 연출했으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축물의 미학적 원리는 무엇인가?

시카고와 건축운동 : 프레이리 스쿨


시카고는 근대건축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2개의 그룹 “시카고 스쿨”과 “프라이리 스쿨”(Prairie School)의 본 고장이다. 특히 “프라이리 스쿨”의 건축 스타일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중서부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프라이리 스쿨”의 탄생은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콜롬비아 박람회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콜롬비아 박람회는 시카고가 대화재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났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프라이리 스쿨”의 건축가들은 박람회를 위해 건설되는 건물들이 그리스-로마 스타일의 고전주의 풍이며, 유럽의 클래식 스타일이 도시미화 운동을 주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일군의 젊은 건축가 그룹은 개성 있고, 현대적인 진정한 미국 스타일의 건축물을 세우고 싶어 했다. 이 운동을 주도한 건축가 중에는 초고층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설리번(Lewis Sullivan)”, 유기적 건축을 개척한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 등이 있었다. 이들은 고전으로 복귀하자는 운동에 대한 안티 테제로써 단순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현대적인 건축 스타일을 추구했다. 그 당시 예술 분야에서 유행하던 모더니즘의 씨앗이 건축에서도 자라기 시작했다.

▲ <”프라이리 스쿨”의 건축을 대변하는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로비하우스(Robie House)>

“프라이리” 스타일은 수평성을 강조해 넓고, 평탄하고, 나무가 없이 퍼져나간 미국 중서부의 풍경을 건축미학적으로 구현했다. 대표적인 건축가인 “라이트”는 유기적 건축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건축물은 대지에 속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라이트”가 강조한 수평적 방향성은 점차적으로 미국식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종국에는 “프라이리 스쿨”의 철학은 미니멀리스트(less is more), 바우하우스(form follows function), 데 스틸(De Stijl, grid-based design), 구성주의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모더니즘의 탄생


화려한 장식을 배격하고, 미니멀리즘을 수용한 모더니즘은 20세기 현대건축을 지배한 가장 중요한 사조였다. 모더니즘은 건물 기능에 대한 분석적 접근, 합리적인 신재료 사용, 혁신적인 건물 구조 시도, “장식은 범죄”라며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했다. 모더니즘은 국제주의 양식으로도 불리며, 미래파, 구성주의, 데 스틸, 바우하우스 등의 여러 갈래의 사조로 분화되며 20세기를 관통했다.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1883-1969),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미스 반 데로우(Mie Van Derohe, 1886-1969) 등은 이 운동의 리더였다.


“미스”를 빼놓고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상상하기 어렵다. “미스”는 “부족함으로도 충분하다(Less is More)”는 그의 철학을 적용한 IIT(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 캠퍼스 개조 계획과 시카고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여러 개의 초고층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가 설계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시그램" 빌딩은 20세기 인터내셔널 스타일을 대표하는 건물이 되었다. “미스”는 미국 건축가 협회에서 주는 AIA(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1960) 황금 메달상을 수상했다. “미스”의 60년에 걸친 건축 인생을 요약하면 모더니즘의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연방 센터 빌딩

“미스”에게도 시카고 스쿨의 걸작인 ”모나드녹(Monadnock)”이나 “마르퀘트(Marquette Building)”처럼 시카고 루프안에 현대적인 연방 센터(Federal Center) 건물을 세울 기회가 찾아왔다. 시카고 연방 센터 플라자로 알려진 이 건물은 3개의 건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조각가 “알렉산더 칼도(Alexander Calder, 1898-1976)가 만든 붉은 금속 철골인 플라밍고 동상이 플라자에 홀로 설치되고, 3개의 건물은 텅 빈 플라자를 마주 보게 했다. 건물들은 로비를 넓고, 시원하게 터 외관은 유리와 철강재를 사용하고, 필로티 수법적용, 커튼월 공법을 사용하고 검은색 그라나이트 페인트 칠이 된 철재 I-빔을 사용했다.

▲ <연방 센터 빌딩 단지 중 크루진스키(Kluczynski) 빌딩과 칼도의 조형장식물>

30층 높이의 “에버렛 맥킨리 덕센”(Everett McKinley Dirksen, 1964) 빌딩이 플라자의 동쪽에 먼저 완공되었고, “미스”가 1969년 사망한 이후 건축가 “썸머”(Gene Summers)와 “콘테라토”(Bruno Conterato)가 나머지 우체국 건물과 43층 높이의 “클루진스키 타워”(John C.Kluczynski Office Tower)를 1974년 완공했다.

  
건축은 시대의 표현이다. 연방 센터 단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카고에서 초고층 건물 건설 붐에 불을 댕긴 건물이며, 모더니즘 스타일의 초고층 건물을 상징하는 건물이 되었다. 20세기는 진보의 시대였고, 모더니즘 승리의 시대였다.

▲ <20세기 중반의 모더니즘을 나타내는 존 핸콕(John Hancock)빌딩(1968)>

 “미스”가 주도한 모더니즘은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객을 안내하는 새벽별처럼 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안내한 빛나는 건축운동이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조재성 시민통신원  globalcityr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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