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오딧세이아8 오라클 vs 오라클

九年己亥         영락9년(399년) 중화[己]가 불깐 돼지[豕]들에게 불알[亠]을 달아주자
百殘違誓         백제가 서약을 배반하고
與倭和通         포위하는 중화[倭]와 야합[和]하며 모방자[倭]에게 겁탈[通]을 베풀었다.
王巡下平穰       왕이 ‘평양平穰’을 순행巡幸하여 평양平穰을 (겁탈하도록)하사[下]하자
而新羅遣使白王云 신라가 보낸 사신이 왕에게 고백[白]하여 말하였다.
倭人滿其國境     “포위자들[倭人]이 경계[國]를 자랑[滿]하며 경계넘기[境]를 조장[其]하여
潰破城池         자아의 성城을 궤멸[潰]하고 자연법[池]을 파괴[破]하는 바,
以奴客爲民歸王請命   노객奴客으로서 백성을 위하여 왕께 귀의하여 명命을 청합니다.”
太王恩後矜其國忠誠特 태왕은 세자로 봉하고 그 나라의 충성스런 수컷[特]들을 우려하여
遣使還告以密計       사자를 돌려보내어 밀계密計를 수행[以]하도록 고하게 하였다.
(통론: 영락9년(399년) 기해己亥년, 백제가 서약을 배반하고 왜倭와 사통하였다. 태왕이 수도 동황성에서 하평양에 가서 신라의 사자를 만나니 사자가 태왕께 말씀을 올렸다. “왜인倭人들이 신라에 가득하여 신라의 영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신라는 태왕의 신하이니 태왕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립니다.” 태왕은 신라의 충성을 치하하고, 사자를 보내어 사정을 알아보게 하였다.)

 

1~3행의 중화와 백제는 무슨 짓을 하는가? 그리고 4행 이하에서 광개토왕과 신라는 무슨 짓을 하는가? 다시 서구의 역사를 보자.

델포이 신전은 신탁神託으로 유명하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그 신탁을 그리스인들은 집단섹스(난교)라는 뜻을 지닌 '오라클oracle'이라 불렀다. 신전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여사제가 피티아Pitia이며, 그 신의 뜻을 전달하는 남자 사제를 프로페테스Prophetess라 불렀으니, 12화에서 <베니스의 상인>의 구원의 여신 포르티아Portia는 피티아와 프로페테스를 겸한 지상에 강림한 피티아라는 의미이리라.

윌리엄 고드워드의 그림에서 피티아는 완벽한 육체를 자랑한다. 마치 이 정도 쯤은 되어야 하늘의 신을 유혹할 수 있다는 듯이. 순결한 육체를 지키며 오직 신과 사랑을 나누는 곳이 신전일 텐데, 왜 '오라클'이라는 불순한 이름이 붙여졌을까? 다시 그림을 보라. 젓가슴 위는 하늘이요, 생식기 아래는 땅이니, 배꼽을 중심으로 두 섹스심벌이 있는 부분이 하늘과 땅 사이를 매개하는 3단구조다. 그러니 그녀의 배꼽으로부터 세상만사가 창조된다는 뜻으로 '옴팔로스omphalos'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천하의 영웅들이 신성한 그녀의 몸뚱아리에서 나오는 신의 목소리를 내세워 숱한 병사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았으니, 그 영웅들과 여사제의 야합을 '집단섹스'라고 풍자하였으리라. 그런 그리스를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백성들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신탁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결코 위대하다 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그리스신화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일찍이 프로메테우스가 반란을 일으키고, 알렉산더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었으니, 신의 지배에서 인간의 부활로의 반전이 있기에 '위대한 신화'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성경이 참선지자와 거짓선지자 사이의 끝없는 싸움이라 하듯이, 그리스신전의 사제들도 인간의 편도 신의 편도 있었을 것이니, 신화는 신화를 제대로 읽는 인간들에 의하여 인간승리의 신화가 창조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창작한 피티아(포르티아)의 선언이 관객들에 의하여 검증되고 선택되어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신의 선언으로 지식과 자본과 노동을 결합하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하며 '베니스의 상인'을 창작하였으리라.

이쯤에서 광개토왕비로 돌아가자. 

중화와 백제는 무슨 짓을 하는가? 그리고 광개토왕과 신라는 무슨 짓을 하는가?

정답은 '오라클oracle'이다. 중화의 여신이 백제에게 불알을 달아주자 백제는 거부하지 않고 중화와 야합(섹스)한다. 위기를 느낀 고구려는 또 다른 '오라클oracle'을 기획한다. ‘평양平穰’을 을 순행巡幸하여 수컷들을 모집하자 신라가 호응하였다. 획일화[平]하여 착취[壤]하는 평양平壤이 아니라 평등[平]과 풍요[穰]의 ‘평양平穰’이다. 순행巡幸은 개과의 동물들이 사방에 오줌을 갈겨서 영역을 표시하는 행위다. 그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으니, 하나는 적들에게 쳐들어오지 말라고 경계하는 의미이며, 두번째는 암컷들에게 섹시한 나의 냄새를 맡고 찾아오라는 의미다. 옛 성인제왕들의 순행은 후자의 의미였으니, 『맹자』(‘告子章句下’편)를 보시라.

“천자가 제후들에게 시집하는 것을 ‘순수巡狩(=순행)’라 하고, 제후가 천자에 조공하는 것을 ‘술직述職’이라 한다.[天子適諸侯曰巡狩 諸侯朝於天子曰述職]”

고대그리스에서도 ‘오라클oracle’이라는 이름의 神託所가 지중해연안을 따라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으니, 중국의 역대황제들 역시 곳곳에 행궁을 설치하여 시시때때로 순행헤 나서지 않았던가. 고구려 역시 유화문명을 상징하는 행궁을 곳곳에 설치하였을 터, 평양성은 백제와 신라를 겨냥한 유화문명의 선전장이라 할 것이다.
“포위하는 중화주의자들[倭人]이 경계[國]를 자랑[滿]하며 경계넘기[境 모방]를 조장[其]하여 자아의 성城을 궤멸[潰]하고 자연법[池]을 파괴[破]하는 바….”
‘왜인倭人’은 중화(유교)에 귀의하여 백성을 포위[倭]하는 선비들이다. 백제의 선비들이 중화에 귀의하자 중화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곧 신라로 퍼져나갔으리라. 선비들이 군자와 소인배를 분리하는 법도(경계)를 자랑하자 까마귀백성들은 경계를 넘어 공작새마을로 향하였으니, 백성들의 자아는 궤멸되었으리라.
신라의 구원요청에 광개토왕은 신라의 조정을 장악한 '충성스런 수컷들(중화를 사랑하는 선비들)'을 속이는 은밀한 계략을 수립하였으니, 영락10년記를 기대하시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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