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오딧세이아 10 삼족오깃발을 휘날리며

十四年甲辰         영락14년(404년) 용[辰]을 친압[甲]하더니

而倭不軌侵入帶方界 짝퉁[倭 후연?]이 불경하게도 대방(오리지널)의 경계를 침입하여

和通殘兵至         파괴[殘]하는 병사[兵≒無]를 회유[和]하고 지극함[至]을 주입[通]하매

石城爲連船擧兵     자연의 자아[石城]가 연선連船을 조직[爲]하여 거병擧兵하였다.

太王率水軍從平穰   태왕이 수군을 인솔하여 ‘평양平穰’을 업그레이드[從]하자

倭寇先鋒相遇       ‘짝퉁 비구들[倭寇]’은 선봉에서 섹스[遇]를 비난[相]하였다.

王幢               왕이 머슴[童]의 깃발[巾]을 휘날리자[幢]

要截湯刺           욕구[要 needs]가 요절[截]내고 욕망[湯 desire]이 찔러서[刺]

倭寇潰敗           ‘짝퉁 비구들[倭寇]’이 무너져 패주하였으니

斬煞無數           무無를 도륙[斬]하고 꾸짖기[數]를 척살[煞]하였다.

(통론: 영락14년(404년) 갑진甲辰, 그러나 왜倭가 법도를 어기고 대방 경계를 침입하였다. 그들은 백제군과 연합하여 석성을 공격하였다. 태왕은 군사를 이끌고 평양으로 출발하였다. 왜구가 선봉에서 고구려군과 만났다. 태왕의 군대가 적의 대오를 끊고 좌우에서 공격하자 왜구는 궤멸하고 죽은 적은 수없이 많았다.)

 

먼저 통론을 보시라. 광개토왕비문 중에서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악용되는 부분은 '신묘년기'와 '영락10년기(임나가라)'이다. 그러나 지금 영락14년기에서도 학자들은 '왜倭'가 백제군과 연합하여 평양성을 공격하였다는 엉뚱한 역사를 조작하고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이 역사기록을 오독함으로써 벌어지는 왜곡은 비단 고대사 뿐만이 아닐 것이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학'이다.

학자들은 人乃天을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역한다. 하늘만큼 존엄하다는 말이지만, '사람이 하늘을 창조[乃]'한다는 주체적 인간 선언을 간과한 무기력한 해석이다. 중화의 하늘[乾]을 파괴하고 인간의 하늘[人乃天]을 건설한다는 주제를 묻어버린 학자들은 中學의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東學의 기치를 西學을 배척하는 東學으로 똥칠해버린다. 물론 학자들은 '척왜양이'라는 구호를 그 근거라고 하리라.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은 구호와 진실 사이이다. 오늘날 선거철만 되면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중도를 표방하듯이, 동학의 지도자들도 너무나 전복적인 구호로는 쉽사리 민중에게 다가갈 수 없기에 보다 보편적인 구호를 내걸었던 것이다.

‘궤軌’는 수레바퀴 자국이다. 중화의 수레바퀴가 지나간 길만 따라가는 것이 중화의 道다. 사칭하는 짝퉁 주제에 일찍이 오리지널(대방)이 있다가 떠난 자리를 침입한 것은 중화의 법도를 어긴 불경죄[不軌]이리라.

3행(和通殘兵至=和殘兵+通至)의 兵은 욕망하는 백성과 병사들의 의식[無]이다.

4행의 ‘연선連船’은 忠-孝-烈을 연결[連]하며 절개를 우상화하는 중화의 배[船]다. 고구려자아[石城]들이 중화에 포획되어 충성하고 있으니(4행), 광개토왕이 자유·풍요의 아이콘인 평양平穰을 업그레이드하자(5행), 짝퉁[倭寇]들은 과부가 섹스[遇]하는 무도한 오랑캐라고 헐뜯는다.(6행)

7행의 ‘당幢’은 ‘주역’ 제11지천태地天泰의 ‘편편翩翩’에 상응하는 글자다. 중화가 ‘편견의 깃발을 휘날리며’ 병사들의 투지를 부추긴다면.(열하일기 7월27일자에서 연암은 "저 무례한 되놈들!"하면서 청나라에 비분강개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중화의 대의명분을 풍자한다.), 고구려는 삼족오(머슴)깃발을 휘날리며 분노를 일깨운다.

8행의 ‘요절탕자要截湯刺’는 맹자 만장편에 나오는 중화의 비결에 대항하는 유화문명의 전략이다. 

「맹자」‘만장萬章’편.

萬章問曰        만장이 맹자에게 물어 가로되,

人有言          사람들이 말하길

伊尹以割烹要湯  이윤은 (백성을)분리[割]하고 구워삶아[烹] 탕湯왕을 붙잡았다는데

有諸            유有가 장아찌[諸]를 담았나요?

탕湯은 이윤伊尹의 도움을 받아 하夏나라의 걸왕을 죽이고 은殷나라를 세운다. 이윤伊尹이 탕왕을 붙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할팽요탕割烹要湯. 無로써 백성을 분리[割]하고 구워삶아[烹] 탕湯왕의 총애를 얻은 것이다.

‘요절탕자要截湯刺’는 이윤의 ‘할팽요탕割烹要湯’을 조롱하는 광개토왕의 깃털병법이다. 이윤의 트로이목마(텅 비움의 無)가 백성을 제압하면, 탕왕은 재물을 착취하였으리라. 그러니 광개토왕은 그들이 잠재워버린 욕망[要]에 불을 붙여 펄펄 끓어오르게[湯] 함으로써 중화의 군대를 요절[截]내고 칼질[刺]한다는 말이다.

영락14년기는 짝퉁[倭]과의 전쟁이다. 비문이 無의 전쟁을 간명하게 기술하였다면, 有의 전쟁으로서 '짝퉁[倭]'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인지는 모호하다. 그럼에도 '후연'으로 보는 견해는, 중화를 사칭하는 오랑캐라는 점과 '연燕'이라는 지극히 중화적인 이름에 비추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영락9년기(오라클 vs 오라클)가 '문명의 충돌'이라는 동북아역사의 구도라면, 영락10년기(백이숙제를 추격하라)는 신라 땅에서 유화문명(유화의 오라클)을 부활한다. 지금 영락14년기에서 승리의 비결은 '민중의 각성'에 있다. 영락10년기가 지도자(신라매금)와의 오라클이라면, 영락14년기는 백성과의 오라클(소통)이다. 욕망하는 까마귀들과 하나가 될 때 유화문명은 승리하리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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