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녹색족의 기원 3

동학전쟁에서 촛불시위까지 시간 여행 김시열 시민통신원l승인2018.07.04l수정2018.07.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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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게마쓰. ‘빨리빨리! 높이높이!’를 조선인들 가슴 속에 심도록.

아리토모는 쓰쿠바호(筑波號) 목포항에 정박하기 바로 전 시게마쓰에게 귀엣말을 건넸다. 

시게마쓰는 조선 방방골골 아파트라는 탑과 망루를 올렸다. 조선인들은 저마다 높이 올라가기 위해 서로 끌어내리고 비방하는, 아파트를 쌓고 또 쌓았다. 아파트는 먹고 자고 쉬는 곳이 아니라 자기를 과시하는 곳이었다. '서민 아파트, 고급 아파트, 임대 아파트, 갤러리 아포페, 현대 아파트, 삼성 아파트, 빌 폴라리스' 따위 아파트는 저마다 조선인들 이름이자 계급장이다. 아파트는 땅이 아닌 조선 사람들 마음 한 복판에 지어졌다. 아파트는 으스대는 조선인들 차별심 위에 세워졌다.

시게미쓰는 아파트로 조선인들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마당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사람들을 헬리포트같이 널찍하게 만든 지하주차장으로만 드나들도록 했다. 아파트 주차장은 언제 누가 오가는지 차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무언지 잡아내는 더듬이다.

사람들은 아파트 안내실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특별하고 보호 받는다’는 차별심을 오장육보에 심어 넣었다. 순식간에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조선인들은 조금도 기다리지 못하고 한 순간도 참지 못하는 기질로 바뀌어갔다. ‘빨리빨리’란 말이 조금씩 퍼져 나갔다. 골목길 너머 숲길을 내다보는 들창문 대신 내 집 대문 앞만 바라보는 카메라를 달았고 사람들은 제 욕심만 좇는 외눈박이가 되어갔다.

▲ 자고 나면 올라 가는 아파트

새로 짓는 아파트 모델로 탐욕을 키워나갔다. 아파트가 조선인들 삶을 떠받치는 모든 것임을 느끼도록 날만 새면 콘크리트 더미를 쌓아 올렸다. 멀쩡한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만 탐닉하는 무리들이 늘어나고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시게미쓰는 마지막 작업에 몰두했다. 조선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탑을 서울 한 복판에 세우는 일이다. 오카모토는 겨우 31층 110m 높이탑으로 '조선인들을 먹여 살린 왕'처럼 추앙받고 있지 않은가. 시게미쓰는 500m 넘는 높이탑을 올려 조선인들 마음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영웅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조선인들한테 일어나는 일을 다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야 하고 그들을 순식간에 에워쌀 수 있어야 한다. 행동과 (인척)관계, 생활환경을 다 확인할 수 있고 어느 것 하나도 우리 감시에서 벗어나거나 우리 뜻에 어긋나지 않는 수단을 쥐어야 한다.

- 시게마쓰, 갑오년 돈화문을 깨고 경복궁을 점거한 무쓰 무네미쓰님 말씀 잊지 않았겠지. 아파트는 조선인들을 한 눈에 감시하는 파놉티콘이 되어야 한다. 500m가 넘는 탑으로 조선의 미래까지 손안에 움켜쥐어야 한다.

- 하! 명심하겠습니다.

 

1904년 5웧. 일본 대본영.

- 우에하라.

야마가타 아리토모 대장님 호출이다. 우에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본영 건물 2층 복도 가장 안쪽에 있는 금빛 문을 열고 들어간다.

- 우에하라, 조선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됐나?

문을 열자마자 우렁우렁한 아리토모 목소리가 덮쳐온다.

- 5년입니다.

- 조선말은 능통하게 할 수 있겠지?

- 물론입니다. 조선인과 어떤 말도 나눌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 요시, 앞으로!

아리토모는 우에하라에게 봉투와 금빛 두루마리를 건넨다.

 

작전3 - 搶光(창광)

모든 한글 소설을 회수하고 조선 서쾌(책거간꾼)를 포섭하라.

조선말을 없애는 일이 귀관의 마지막 임무다. 하지만 결코 앞에 나서서 모습을

드러내면 안된다. 대일본제국이 키운 조선 전문가들만 앞세워라.

 

짐이 생각건대 황조황종(皇祖皇宗)이 나라를 열어 굉원(宏遠)한 덕을 세움이 심후(深厚)하도다. 우리 신민이 지극한 충과 효로써 억조의 마음을 하나로 하여 대대로 그 아름다움을 이루는 바가 우리 국체(國體)의 정화(精華)인 바, 교육의 연원 또한 실로 여기에 있다.

그대들 신민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하며, 부부 간에 서로 화목하고, 붕우 간에 서로 신의하며, 스스로는 공손하고 겸손하며, 박애를 여러 사람에게 미치고, 학문을 닦고 기술을 익혀 그로써 지능을 계발하고, 덕과 재능을 성취하며, 나아가 공익을 넓혀 세상의 의무를 다하고, 항상 국헌을 중시하고 국법에 따라, 일단 유사시에는 의용(義勇)으로 봉공(奉公)하여 그로써 천양무궁(天壌無窮)한 황운(皇運)을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이 된다면 하나하나 짐의 충량한 신민이라 부를 뿐만 아니라, 족히 그대들 선조의 유풍(遺風)을 현창(顯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는 실로 우리 황조황종의 유훈(遺訓)으로 자손인 천황과 신민이 함께 준수해야 할 것들이다.

이는 고금을 통하여 그릇되지 않고, 이를 중외(中外)에 베풀더라도 도리에 어긋나는 바가 없다. 짐은 그대들 신민과 더불어 이를 항상 잊지 않고 지켜서 모두 한결같이 덕을 닦기를 바라는 바이다.

우에하라가 공손히 받들어 펼친 금빛 두루마리에는 붉은 글씨로 된 교육칙어(敎育勅語)가 수놓여 있었다.

'그대들 신민은 항상 국헌을 중시하고 국법에 따라, 일단 유사시에는 의용으로 봉공하여 그로써 천양무궁한 황운을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이 된다면 (그대 조선인들을)충량한 신민이라 부를 뿐만 아니라...'

교육칙어를 펼쳐 읽던 우에하라는 감격하여 파르르 떨리는 손길을 진정시키려는 듯 천천히 두루마리를 말아 접고는 아리토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 칙어를 외우게 한다고 조선인들이 자기네 말까지 버릴까요?

- 당장 그럴수야 없겠지. 아무리 어리석은 조선인이라고 해도. 조선인들이 조선말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어라. 조선말 사이로 대일본말을 넣어 퍼뜨려 경성에서 해남까지 일본말이 퍼지도록 해야 한다. 조선인 가운데 우에하라 자네보다 더 일본에 충성스런 인물, 일본인을 따라하지 못해 안달하는 조선인이 조선말을 짓밟을 걸세. 조선인들이 조선말을 더럽히고 천박하게 만들 것이야.

 

우리는 민족중흥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 처지를 약진 발판으로 삼아, 창조 힘과 개척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 융성이 나 발전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 길이며, 자유세계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나라 융성이 나 발전 근본임을 깨달아, 이에 우리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 지표로 삼는다.

 

- 조선말에는 '노(の)'가 없어. 모든 공문서에 노(の)를 퍼뜨려야 한다. 오카모토가 만든 저 국민교육헌장에는 노(の)가 겨우 스물 네 번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노(の)가 조선말을 잡아먹을 때까지 쓰고 또 써야한다. 노(の)는 말하는 사람은 감추고 물건만 드러낸다. 노(の)는 조선말을 없애고 한자말을 불러오는 징검다리 구실을 한다. 노(の)는 말을 어렵고 장황하게 늘여서 듣는 이들이 귀를 닫도록 만든다. 조선인들 몸짓을 나타내는 솔직한 말, 짧고 분명하게 쓰는 의사표현은 점점 줄어들다 마침내 없어질 것이다.

아리토모가 오카모토에게 전한 비밀사전이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밀사전에 적힌 ‘노(の) : 의’와 ‘기오쓰케 : 정신차렷’ 두 낱말은 야금야금 교실을 점령하더니, 아침저녁으로 조선 아이들과 청년들을 다그치고 조선말을 파고들었다. 조선은 일본식 한자말과 영어가 판치는 나라가 되어갔다.

한국과 결승에서판정 선택.

월드컵 축구에서 자살골

여행에 초대

조선에 약점

大聖庵沿革.

성공투자로 PREMIUM POINT3

학자에

미래에 전망

살던 고향은

고객과 함께 만든 쏘나타 커스텀핏-Custom Fit

▲ '노(の)'를  퍼뜨리는 비밀사던

오카모토 미노루, 스키야마 아키히로에 이어 시게미쓰 다케오가 비밀 사전을 넘겨 받았다. 조선 토박이말을 수집하고 감추는 일, 토박이말을 대신할 일본말을 퍼뜨리는 일, 옛날부터 내려오던 땅이름을 일본식 한자말로 바꾸어 나가는 일로 비밀사전은 점점 더 두꺼워졌다. 비밀사전은 대본영에서 내노라 하는 언어학자 수십 명이 달려들어 개발한 최고의 병기다.

우에하라는 비밀사전에 깊숙이 몸을 감추고 조선인들이 자유롭게 오가던 조선 말길을 가로막고 목을 조였다. (계속)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김시열 시민통신원  abuk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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