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첨성대 앞 '월성1호기 폐기 시위' 현장 취재를 가면서 꽃마차를 눈 여겨 보았다. 곁눈질을 할 수 없게 눈가리개를 한 사진을 찍으며 저 또한 동물학대 아닌가,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그리고 요리학원에 다니는 겨울 내내 그 말들이 거처하는 1톤 트럭 세 대를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큰 길가 공터에 세워둔 낡은 트럭이 마굿간을 대신하고 있었다. 덮개가 아닌 속이 훤히 보이는 그물망조차 찢겨져 바람에 휘날리고, 세 대의 트럭에 세 마리의 말이 묶인 것을 보며 겨울 추위를 걱정만 했다.


얼마 전 시의원을 만나 말의 열악한 환경을 얘기하며 경주시의 지도를 부탁했다. 민원이 들어와도 별 단속법이 없다는 원론적 답변이었다. 말발굽은 포장도로에서 깊은 통증을 일으키니 아예 마차 운행을 중단시키라는 견해도 전했다. 시의원 말로는 관광지의 마차 운행업체는 전국적 규모로 어떤 업체가 도맡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며 시의회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바쁜 일이 좀 끝나면 그 비바람 들이치는 트럭마굿간 사진을 찍어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저께 이런 사고가 났다.

마음이 여려서 충격적 장면을 보면 그 후유증이 깊은 탓에 종일 망설이다 끝내 보고 말았다. 한 사람(사람이라는 말이 아깝다)이 때리는 것도 모자라 동료까지 가세해 말이 기절할 때까지... "새로 온 말을 훈련시키느라" 라고 Jtbc기자에게 말한 것 거짓말이다. 늘 세 대의 트럭에 세 마리의 말이 한 겨울 삭풍과 비바람 속에 서 있었다. 늘 그렇게 사는 것도 불쌍했는데 무지막지 그렇게 매질을 당하는 줄 몰랐다. 내가 좀 더 일찍 관심을 두었다면 하는 후회가 깊다. 내일 말들이 살던 곳에 가보고 시청에도 갈 생각이다. 그런 악질적인 업체에 말 관리를 맡기지 않고 동물학대법으로 회수하여 경주 인근의 경마장 등에 보내는 방법도 알아 봐야겠다. 포유동물의 감각기관은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통증은 우리와 같다.

▲ 사진을 다시 보니 미간 가운데 오래된 상처가 있고 그 부분에 털이 나지 않은 걸 보니 심하게 다쳤던 것 같다. 그 옆에도 상처로 보이는 부분이...그들의 능란한 폭행이 처음은 아니란 추측이...


일찌기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동물을 대하는 것을 보면 그 국가의 위상을 안다."
지난 가을 내가 찍었던 꽃마차의 말 사진을 올린다. 화려하게 꾸민 장식의 이면은 참혹히 잔인하다. 사진 속의 말이 참혹한 구타를 당한 그 말은 아닌지... 몸통과 특히 얼굴을 각목과 쇠줄로 몹시 맞았는데 사진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렇게 때리는 것도 모자라 구둣발로 얼굴을 마구 짓밟고... 정말 동류의 인간이란 사실이 싫다.

이미진 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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