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섭지코지 꽃잔치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8.07.13l수정2018.07.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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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섭지코지는 유명 관광명소다. 보통 섭지코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다를 따라 쭉 올라갔다가 등대까지 간 후 돌아온다. 선녀바위와 어우러진 바다 풍광이 멋진 길이라 대부분 바다 쪽으로만 고개를 돌리다 온다. 그런데 눈을 반대로 육지 쪽으로 돌리면 은근 아기자기한 제주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 선녀 바위와 바람의 언덕

작년에 소개한 글라스하우스, 유민박물관 등 일본 건축학자 안도 다다오 작품 구경도 좋고 바람의 언덕에만 올라가도 좋다. 바람의 언덕 아래 휘닉스 아일랜드로 내려가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미로 돌담길을 만난다. 돌담길 곳곳에 숨어있는 현무암 의자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눌 수도 있다. 잘못하면 길도 잃어 깔깔 서로 부르며 길 찾는 재미도 있다. 현무암으로 장식한 야외공연장도 멋지다.

▲ 야외 공연장과 미로 돌담길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을 맘껏 맞으며 사방을 둘러보는 맛도 쏠쏠하다. 저 멀리 문을 닫은 달코미공장이 보인다. 대신 무엇이 들어설까? 섭지코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무언가 들어섰으면 좋겠다. 

▲ 바람의 언덕에서

글라스 하우스와 바람의 언덕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꽃들을 구경하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하루 반나절을 보내도 아깝지 않은 곳이다.

이제부터는 꽃구경이다.

▲ 애기범부채

제주도에 자생하는 애기범부채는 붓꽃과 식물이다. 범부채는 잎 모양이 부챗살처럼 퍼져있고 꽃잎 얼룩 반점이 표범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범부채 앞에 애기란 이름이 붙은 것은 범부채보다 꽃이 작아서 붙여졌다. 하지만 얼룩반점은 없다. 범부채가 하늘을 향해 꽃을 피웠다면 애기범부채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애기달맞이꽃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이름 그대로 달이 뜨면 달을 맞으러 그 잎을 활짝 벌려 달맞이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애기달맞이꽃은 주로 해안가에서 산다. 늘 거친 바람을 맞아 그런지 키가 많이 작았다. 노랑 달맞이꽃이 밤새워 활짝 피고나면 새벽에는 붉은 색을 띈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황 꽃잎은 달을 맞았던 얼굴이 발그스레 상기된 모습이라고나 할까?

▲ 땅찔레나무

고개를 숙이고 이런저런 꽃을 구경하다보니 어디선가 얕은 향이 느껴진다. 바로 땅찔레나무다. 바닷가나 산자락 아래 돌밭에 눕듯이 자라는 가시나무라고 해서 돌가시나무라고도 불린다. 땅찔레나무는 찔레꽃과 같이 은은한 향이 나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키게 하는 꽃이다. 

▲ 문주란

문주란은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자란다. 물도 많이 먹는 식물이다. 그런 환경과 딱 맞는 곳이 제주도다. 제주시 구좌읍에는 문주란로가 있고, 구좌읍 하도해변에서 약 50M 떨어져 있는 난섬(토끼섬)은 문주란 자생지다.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문주란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해류를 타고 온 씨앗이 난섬에 뿌리를 내렸다 한다. 난섬은 문주란의 마지막자를 따서 지은 이름인데 사실 문주란은 蘭은 아니고 수선화과 다년생화초다. 7월~9월이면 난섬이 문주란으로 하얗게 덮인다고 한다. 그 향기 또한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고 하니 다음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

▲ 나비바늘꽃 백접초

나비바늘꽃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다. 흰색은 백접초(白蝶草)라 부르고 분홍색은 홍접초(紅蝶草)라 부른다. 이름 그대로 나비같이 하늘하늘한 꽃잎에 긴 바늘 같은 수술이 달렸다. 바람의 언덕에 바람이 불면 가는 가지와 함께 그 꽃잎을 아낌없이 나풀거린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다.

▲ 송엽국과 칼잎막사국

송엽국과 칼잎막사국은 둘 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모양이 비슷하고 특성도 비슷한 꽃이다. 제주도 해안가에서 관상용으로 심어놓아 자주 볼 수 있다. 송엽국(松葉菊)은 소나무 잎을 가진 국화라는 뜻이다. 잎이 소나무 잎과 닮았지만 굉장히 두툼하다. 소나무와 같이 상록식물이다. 잎 모양과 피는 모습이 채송화와 닮아 ‘사철채송화’라고도 부른다. 칼잎막사국((漠沙菊)은 사막에서 피는 국화라는 이름을 가졌다. 송엽국보다 꽃과 잎이 훨씬 크다. 잎 모양이 칼 같아 칼잎이 붙지않았나 싶다. 염분이 있는 해안 모래언덕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제주도 함덕해변 올레길에 심어놓은 것 같다. 송엽국은 글라스하우스 뒤편이나 유민박물관 정원에 가면 볼 수 있다.

▲ 갯패랭이꽃

패랭이꽃라는 이름은 꽃이 패랭이 모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갯패랭이는 바닷가에 피는 패랭이꽃이라는 뜻이다. 바닷가 바위 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질긴 우리 야생화다.

▲ 술패랭이꽃

술패랭이꽃의 ‘술’은 꽃잎 끝부분이 가늘게 찢어져서 붙은 이름이다. 주로 고산지대, 한라산의 경우 해발 1500~2000m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제주도 해안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생보다는 관상용으로 심지 않았나 싶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바람이 불면 그 향기가 주변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알고 바람의 언덕에 심었을 거다.

▲ 팬지와 갯무우

우리 곁에 흔한 팬지도 바람 찬 언덕에서는 다른 꽃인 줄 알 정도로 이렇게 색이 연하다. 옆 갯무우는 바닷가에 사는 '무우'다. ‘무우’가 바닷가 바위틈에 살면서 야생화가 되었다. 뿌리가 가늘고 딱딱하며 굵어지지 않고 잎도 ‘무우’보다 작지만 꽃이 예쁘다.

▲ 태양국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태양국은 태양 모습의 국화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노랑, 주황, 분홍, 빨강, 흰색 등 색깔이 화려하다. 태양을 향해 활짝 핀 강렬한 모습에서 우리 야생화의 보일 듯 말 듯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왠지 바람의 언덕에는 어울리지 않는 꽃 같다.

▲ 괭이밥과 엉겅퀴

오히려 저절로 자랐을 흔한 괭이밥과 엉겅퀴가 바닷가와 더 잘 어울린다. 꼭 꽃이 아니어도 꽃같이 고운 잎도 여기저기 내 눈을 사로잡는다. 섭지코지 바람의 언덕에서 꽃구경 참 잘했다. 

관련기사 : 제주 '안도 다다오' 작품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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