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 가려고 오후 5시 30분부터 슬슬 준비를 했는데 5시 40분에 고객 전화가 왔다. 헉~ 어찌나 궁금한 것이 많은지 장장 40분이나 통화 하는 바람에 결국 가지 못했다. 미사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목요일 저녁에는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에 '순화동 미사'를 알리는 글을 하나 써보려 한다.

서울시 중구 순화동 재개발현장 앞에 1월 18일 천막이 쳐졌다. 두 철거민이 ‘주거권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7년 만에 다시 시작된 싸움이다. 이들은 유영숙씨와 지석준씨다. 유영숙씨는 용산연대투쟁에 동참했다가 망루에 올랐던 남편 윤용헌씨를 잃었다. 지석준씨는 용산연대투쟁 중 남일당에서 추락하면서 허리와 다리 부상을 입었다. 10회 이상의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완치가 안 돼 투병 중이다.

이곳에서 유영숙씨는 한정식집 ‘미락정’을 지석준씨는 ‘민물장어 나루’를 운영하고 있었다. 2007년 재개발되면서 70여 세대 대다수 상인과 주민들은 동부건설이 고용한 수백 명의 용역깡패에 의해 쫓겨났다. 보상금은 상가의 경우 영업보상금 1000만여 원이 전부. 이후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재개발은 미뤄졌고 빈 땅으로 남겨져 있다가, 2014년 롯데건설이 재개발 시공권을 넘겨받아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

쫓겨난 이들이 외치는 것은 생존과 주거의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처음 재개발이 될 때 요구했던 것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먹고 살 수 있도록 임시 상가를 마련해 달라는 것과 새로 지은 건물에 원주민들이 상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묵살되었다. 이 묵살된 요구를 7년 만에 다시 외치는 거다.

▲ 순화동 철거민 지석준씨

이들의 외침에 천주교도 발 벗고 나섰다. 용산참사미사를 주관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신부님들을 중심으로 작년 성탄 미사를 시작했다. 그후 이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 7시에 미사를 연다. 어제(25일)는 종교단체에서 저녁 7시에 거리 기도회도 열었다고 한다. 부디 힘없고 집 없는 서러운 이들의 눈물이,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기도가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다. 

배고픈 이들이 굶지 않는 세상... 서러운 이들이 울지 않는 세상... 돈이 없어도 죽지 않는 세상... 노동의 가치와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 비록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지 못했지만, 살면서 조금이나마 그런 세상을 만들다 죽고 싶다.   

▲ 지난 설날, 미사에서 이강서 신부님

신부님이 그러셨다. "새해 들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하는데 그 복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바로 여러분들이 이미 그 복을 다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복은 바로 약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 자리에 오게 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복을 받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참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신부님이다. 우리 보고 이미 복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이상 복을 빌어서는 안 되겠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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