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형효

꾹 꾹 눌러 참다가
방울방울 방울져 내리는 것
그것이 어쩌다 내 눈에 눈물이 된 것인지
용접을 할 때 떨어져 내리던
꾹 꾹 눌러 참고 살아가는 노동
노동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불꽃같던 삶이었습니다.
어쩌면 지난 당신의 불볕 같던 삶의 어느 날 같은
아파트 위에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던 불꽃
어찌 그것이 당신의 애를 태운 지상과의 작별이란 말입니까?
세상의 억울과 슬픔 속에 숨어사는 사악한 무리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잘도 살아가는데
당신은 왜, 그리 무참히 당신의 품속에
철저히 숨은 그들을 두고 가버린 겁니까?
당신이 세운 억울한 슬픔과 아픈 자의식을 가진
당차고 당찬 노동자, 서민의 기대는 절대 좌절하지 않을 겁니다.
붉은 햇발처럼 붉은 용접 불꽃처럼
슬픈 대지에도 당신의 유머가 우리를 위로하며
당신을 향한 아픔과 고통의 이별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히 고히 산 자의 마지막 말이
고작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일이라니.
당신이 잠시 노동의 현장에서 손 잡았던
용접봉이 녹아내리듯 수많은 노동자, 서민의
불똥같은 눈물이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오늘 하루 슬피 울고 있답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 첼로를 연주하는 사진은 작가 이하님의 작품
▲ 첼로를 연주하는 사진은 작가 이하님의 작품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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