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이 참 뜨겁다. 그러나 이 여름의 폭염도 고 노회찬 의원의 조문행렬을 막지는 못했다. 지방의 여러 도시에서도 분향소를 설치하여 조문을 하였다. 조문객 중에는 연신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고, 흐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국민들은 대다수의 국회의원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한 부류로 보는데, 이렇게 예외도 있다. 드루킹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다는데도 조문객은 끊이지 않고 눈물까지 쏟는다.

▲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추모객들이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추모하며 새구두를 묘소앞에 올려두었다. 연합뉴스(2018.7.27)

그러나 어찌 모두의 생각이 같기만 하랴! ‘정치인은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다 똑같다’고 찍어대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말 다 같을까? 세상에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사물에 무게가 다르듯이 가치에도 무거운 것이 있고, 가벼운 것이 있어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사건은 그 원인이 다르고, 과정이 다르고, 그래서 결과에 대한 판단도 달라진다. 사건을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재판정에 가기 전까지는 범죄인 취급을 받았는데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다르더라는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선과 악이 바뀌기도 한다. 빵을 하나 훔치면 악으로 취급받지만, 그 빵을 자신이 안 먹고 배고픈 아이에게 건네주었다면 훔치는 행위마저도 선으로 바뀐다. 심지어는 살인행위마저도 그렇다. 모든 살인은 다 나쁜가? 그렇다면 이순신장군과 안중근의사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현상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실의 문제에서도 그처럼 옳고 그름의 판단을 신중히 해야하겠지만 양적인 문제도 그렇다.

맹자와 혜왕의 대화에 ‘오십보백보’라는 말이 나온다. 오십보를 가든지 백보를 가든지 도망가기는 마찬 가지라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감히 맹자와는 다른 생각을 해본다. 어찌 오십보 도망간 사람과 백보 도망간 사람이 같을 것이며, 먼저 도망간 사람과 뒤에 도망간 사람이 같을 것인가?

이번 사건도 그렇다. 후원금을 후원처리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똑 같다’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 비겁함을 숨기거나 판단력이 부족함을 숨기기 위한 양비론자들이나 할 소리이다.

수억, 수십억의 뇌물을 받아 자기 재산을 늘리고 뻔뻔하게 변명하는 당사자는 물론, 방탄국회까지 열어 의리(?)를 지켜주는 무리들과 어찌 같겠는가? 그걸 같다고 하면 판단력에 문제 있는 것 아닌가?

또 하나, 이번 사건은 특검이 드루킹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지엽적인 건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특검이 드루킹 댓글 사건의 수사 상황은 진척시키지 않고 곁가지 사건인 노회찬 후원금에 수사를 집중하며 연이어 공표하였고, 언론은 이를 연일 보도하기에 바빴다.

특히 일부 보수 언론은 여기에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확대 생산하면서 노회찬은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도 망신주기를 하였으며 ‘진보 세력도 똑 같네’라는 여론을 조장하기에 바빴다. 특검이 그처럼 줄기는 놔두고 곁가지 수사에 열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일부 언론의 윤리기준에 어긋한 인격 살인에 가까운 과장 보도는 무엇때문일까? 세상에 의도가 없는 행위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진보죽이기에 작전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것일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통신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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