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를 기다립니다. 오늘도 저 멀리 동쪽하늘에 회색빛 비구름이 가득합니다. 눅눅한 날씨에 한차례 우당탕탕 쏟아질 것만 같은데 빗님은 애만 태웁니다. 가뭄과 무더위를 식혀줄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다보니 빗소리로 시원하게 시작하는 ‘여름비(Pluie D'Ete)’란 곡이 생각납니다. 루마니아 음악가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e Zamfir)가 팬플룻으로 연주한 곡입니다.

Pluie D'Ete : https://www.youtube.com/watch?v=7IwFyGDNljA

잠피르의 곡 중 여름비(Pluie D'Ete)보다 더 유명한 곡은 외로운 양치기(The Lonely Shepherd)입니다. 작년 루마니아에서 André Rieu와 외로운 양치기를 연주했는데, 76세 넘는 할아버지임에도 여전합니다. 음질도 좋네요.

André Rieu & Gheorghe Zamfir - The Lonely Shepherd : https://www.youtube.com/watch?v=orL-w2QBiN8

이 유명한 게오르그 잠피르와 함께 곡을 낸 음악가는 많겠지만, 저는 Sissel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1969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태어난 Sissel은 세계 최고 크로스오버 소프라노 가수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팝송과 포크송에서부터, 클래식과 오페라 아리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합니다. Sissel은 ‘crystalline’ voice라 부를 정도로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지녔습니다. 높은 고음에서 저음까지 음역대가 아주 넓어 많은 곡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 곡을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려서 합창단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9세가 되던 해 그녀는 뉴질랜드 출신 지휘자가 이끄는 합창단에 들어가 7년을 보냅니다. 그녀의 음악교육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합창단에서 그녀는 모든 노래를 불러봤다고 합니다. 클래식, 재즈, 포크송, 성가, 마오리족 음악까지... 이 경험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고 하네요.

그녀의 곡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Summer Snow’입니다. 잠피르의 팬플룻으로 시작하는 'Summer snow'를 먼저 소개합니다.

 

‘Summer snow’ 가락은 아일랜드 민요에서 나왔다 합니다. 여러 가수가 편곡해서 불렀지만 Sissel만큼 곡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해서 부른 가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Summer snow... 여름에 눈이 있을 리 없지요. 이 단어는 marine snow에서 나왔습니다. Marine snow는 죽은 플랑크톤 등이 눈처럼 바다 속으로 내려앉는 것을 말합니다.  이곡은 잡고 싶어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marine snow 같은 사랑을 그린 일본 TV 드라마(2000년) ‘Summer Snow’의 주제곡입니다.

'It's summer snow in the deep blue sea. I try to touch but it fades away. It must be a dream I will never get. Just like my love that's crying for you'로 이어지는 가사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잠피르와 함께 한 Seven Angels에서도 그녀 목소리는 청정지역 산새 소리 같이 청아합니다.

Sissel Kyrkjebø & Gheorghe Zamfir - Seven Angels : https://www.youtube.com/watch?v=6nQ7uXwOUB4

영국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웨버의 진혼곡 중 'Pie Jesu(자비 예수님)'와 슈베르트의 Ave Maria를 부를 때는 천사의 목소리 같습니다.

Pie Jesu : https://www.youtube.com/watch?v=I1ghkPFb90E&index=4&list=RDHNiq_YgDhyc
Ave Maria : https://www.youtube.com/watch?v=4DfHCa4O_4E

스웨덴 말로 부른 인어공주도 있습니다.

The Little Mermaid Part of That World (Swedish) : https://www.youtube.com/watch?v=kWZ2jZTYJb0

영화 타이타닉에서도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나오죠.

Titanic - Sissel's Overture : https://www.youtube.com/watch?v=syvJRs2Veg4

Albinoni의 Adagio도 불렀습니다. 두번째로 좋아하는 곡입니다.

Sissel Kyrkjebø - Adagio https://www.youtube.com/watch?v=fZKaEYLH62M

Sissel이 깔끔하게 부르는 Adagio를 들으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사라 브라이트만의 부르는 Adagio나 첼로로 연주하는 Adagio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묵직한 첼로의 선율은 어느 계절에 어울릴까요?

 

마지막으로 2019년 Sissel의 콘서트에서...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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