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한 내 장례식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 판타스틱 장례식 현수막 서울동부병원 3층 꿈터에 마련

때 : 2018.08.14. 16:00~18:30
곳 :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 3층 꿈터
누가 : 김병국노년유니온 위원장 생전 장례식
주최 : 노년유니온, 서울동부병원
참석 : 노년유니온 회원 10여명, 복지4단체 임원, 동부병원 근무자, 호스피스 봉사자, 터무늬있는집 입주쳥년.

오늘 집행하기로 한 김병국 위원장님의 생전 장례식에는 꿈터(약30평이상 50평 정도되는 작은 강당)를 가득 채워서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 초대받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김병국 어르신

참석한 분들은 노년유니온 회원과 기초연금을 비롯한 연금, 복지4단체의 연대 활동을 하였던 내만복공동위원장 두 분, 세밧사대표, 동자동사랑방, 국민연금공단 노조, 노후희망유니온 부위원장, 폐지, 폐자원연대 전대표 등 주로 복지운동을 함께한 사람들과 종로시니어클럽 대표하여서 신부님, 고실장은 이 사업의 진행 주체이지만 동부병원의 호스피스병동 관계자들도 모두 참여를 하여주었다.
  
 <부 고 장>  
저 김병국은 85세입니다. 전립선암으로 병원 생활을 한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병세가 완화되기 보다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몸 곳곳에 전이가 되었습니다.
소변 줄을 차고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습니다만 정신은 아직 반듯합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때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 장례식에 오세요.
죽어서 장례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을 때 인생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고인이 되어서 치르는 장례가 아닌 임종 전 가족, 지인과 함께 이별 인사를 나누는 살아서 치르는 장례식을 하려고 합니다.
검은 옷 대신 밝고 예쁜 옷 입고 오세요.
같이 춤추고 노래 불러요.
능동적인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 노래하는 장례식 본인 

본인의 희망에 의해 발행되었던 부고장에는 약 30명을 예상하였으나, 예상 외로 약 5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였다. 장례식장은 <판타스틱 장례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풍선아트는 벽과 천정을 아름답게 꾸몄고, 탁자와 앞쪽의 진행 테이블은 어느 행사장과 마찬가지로 멋지고 아름다운 꽃바구니까지 놓였다. 이 모든 것을 동부병원 여러분들이 준비하였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의 오늘 행사 안내에서는 오늘 행사를 하게 된 연유와 그동안 본인의 희망 사항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오늘은 장례식이지만 주인공 김병국 어르신의 희망에 따라 다 같이 노래하고 춤도 추면서 즐겁게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연을 마음껏 정담으로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를 한 다음에 터무늬있는 집의 젊은 음악악단의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 연주를 먼저 들었다. 다음으로 주요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듣는 순서를 가졌다. 오늘 준비를 하여준 동부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담당자들과 노년유니온, 그리고 함께 해온 복지 4단체의 대표들 그리고 복지운동에 참여했던 동지들이 대부분이었다.

▲ 식장을 가득 채운 초대받은 지인들. 친구, 동료, 사회활동가들이 모두 모여

나에게 맡겨진 김병국 어르신의 약력 소개는 내가 편집하여 출판하여드린 자서전 [열일곱 소녀를 만나 맞은 80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주요 내용을 간추려서 약 5분 정도 소개드렸다. 부잣집 9남매의 막내이자 장남으로 태어나 따로 병원을 차려 건강을 되찾기, 어린시절의 장난, 초등학생부터 밀무역?... 숙청 당해 쫓겨남, 6.25동란, 학도병, 제대 후 수많은 직장 옮겨다니기, 길거리에서 포효하시던 모습 등을 이야기하는 동안 당사자인 김병국 어르신은 웃으시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자국을 찍어내기도 하셨다.

▲ 눈물을 머금게 한 당신의 약력소개. 어린시절 신의주 이야기를 할 때엔 눈물을 훔치시기도


그동안 함께 했던 동지들이 나와서 인사드리고 포옹을 나누기도 하고, 짝꿍으로 살다가 한때 소원했던 친구가 찾아와 화해하고 화해의 포옹을 하는 동안 수많은 참석자들은 박수와 함께 눈을 붉히기도 하는 따뜻한 자리이었다. 잠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악단의 당사자를 위한 연주가 시작되고 당사자인 김병국 어르신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사가던 날'이란 노래를 열창하여주셨다. 모두 함께 따라 부르며 격려의 박수를 하는 모습은 차라리 응원이었다.

노래를 하시는 동안 너무 애를 쓰신 탓인지 너무 힘들어하셔서 잠시 쉬시게 해드리고 나머지 행사가 진행되었다. 멀리 경남 산청에서 오신 분들이 주도하여 어르신의 영면, 그리고 좋은 길로 안내하는 그런 춤을 모두 함께 추었다. 특히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노래한 곡에 맞추어 고인을 멀리 하늘나라로 모시는 동작을 표현한 춤은 조용하고 느리면서도 정성이 담긴 축도와 같은 의식이 되어 주었다. 이 춤을 마지막으로 준비한 행사를 마치고 모두 같이 이 행사장에 마련한 다과를 들면서 오늘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영면을 비는 춤추기. 모두 함께 손을 맞잡고 천상병의 [귀천]에 맞추어 소천의 춤을 추기도

오늘의 행사장에는 KBS[창] 팀<김병국 어르신을 여러 번 취재했던 팀>이 모든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멋진 장례식의 모습으로 영상이 마련되어서 정성스러운 작품으로 세상에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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