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공동 행사

▲ 해방 73주년을 맞아 친일문학 청산을 위해서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한 행사이다
광복 73주년을 맞은 8월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문단의 적폐,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친일문학 청산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작가회의 이경자(소설가) 이사장의 축사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문학평론가)의 격려사에 이어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항일시 낭독과 자유발언 순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작가회의 이경자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서 "1908년 서대문형무소가 세워진 후 일제는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운 조선인들을 사형하고 고문하였고, 그런 역사는 친미 이승만 정권, 군부독재 권력 박정희 정권과 그 후의 군사정권까지 민족통일을 갈망했던 사람들을 가두고 사형하였습니다. 이런 식민지 분단의 현실을 정직하고 용기있게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생활이어야 하겠다."며 친일문학 청산의 정당성을 찾았다.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친일문학 청산이 왜 필요한가에 대하여 격려사를 동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격려사를 통해 피천득의 말을 전하며 이광수는 피천득을 수필가로 이끈 은사였지만, 수필 <춘원>을 통하여 대표적인 친일문학인 춘원을 비판했다며 그 글을 소개하였다. "춘원은 산을 좋아했다. 여생을 산에서 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안타깝게도 1937년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더라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을까."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미당 서정주도 함께 비판하였다.

"일제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다. 작가는 인격이나 인물이 먼저 되어야 한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물건을 다 버려도 자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인품이 좋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라는 피천득 수필가의 말을 소개하면서 친일문학을 한 춘원과 미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임헌영은 이어서 "친일문학이란 (1) 천황제 이데올로기 (2) 군국주의 혹은 파시즘의 독재체제 이데올로기 (3) 제국주의적 침략전쟁 이데올로기 (4) 민족적 허무주의 내지 식민사관 이데올로기 (5) 반공주의 이데올로기 (6) 일본 중심적 동양주의 사상에 바탕한 반서구, 반기독교 이데올로기 (7) 반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등의 구조식을 지니고 있다."
 
"친일문학과 예술은 확고한 이데올로기 구조를 갖췄다고 하면서,  민주주의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며 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부추기는 극우파적인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하였다. 친일파는 친미파로 이어져서 그들은 독재권력을 옹호하고, 민주화 운동을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반대하며, 개혁과 개방을 반대한다. 노동자 농민의 관점이 아닌 재벌과 상류층 이익을 옹호하고, 사회 복지보다는 성장 정책을 지지하며, 이라크 파병 지지, 부시의 대북 강경 정책 지지로 이어지고, 국가보안법 유지를 지지한다. 일본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하고, 국정교과서 지지하며, 이는 이명박, 박근혜 지지, 태극기 부대로 귀결된다."고 분석하였다. 

친일문학은 촛불혁명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친일 혐의가 있는 문학인들은 각종 기념행사나 추모, 유적지 건립 등을 억제하는 것이 진정한 문학인의 자세다."라고 주문하면서 "독재정권을 몇 번 무너뜨린 위대한 국민들이 있는 나라에서 친일문학상 수상을 대문짝 만큼 보도하는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였다.

한국작가회의도 "친일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고, 친일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아직도 완전히 청산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에 세상을 떠난 최인훈 소설가는 2001년 동아일보의 '인촌문학상' 수상을 거부하였다"고 소개하였다.

지난해 미당문학상 후보로 추천이 되자, 후보로 추천되는 것을 거부했던 송경동 시인은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5.18이 되면 꼬박꼬박 광주를 찾는데,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을 미화하는 생일 축하시를 쓴 서정주를 기리는 상에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싫어서 후보를 거부했다."고 하여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하였다.

▲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어 자유발언시간에는 이철경 시인, 박몽구 시인 등이 나서서 친일문학상을 왜 반대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하면서 한국작가회의의 친일문학상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박몽구 시인은 작가회의 회원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친일문학인의 상을 받는 것 등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작가회의는 과거 반독재 투쟁을 했던 전통을 살려 촛불혁명의 정신으로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좀 더 전향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하자고 하였다.

▲ 조미희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이 항일시를 낭송하여 문학을 통하여 일제에 항거했던 문인들을 기렸다.

한편 이날 소개된 항일시로는 박세영의 <민족반역자>, 김소월의 <무슨 탓에 이다지>, 이육사의 <절정>, 심훈의 <그날이 오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용운의 <당신을 보았습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의 <창씨탄>, 이기영의 <전봉준의 최후 진술>, 김기림의 <우리들의 8월로 돌아가자>김명순의 <귀여운 내 수리>, 장성심의 <흰 새> 신채호 선생의 <무궁화의 노래> 등을 김자흔 시인 등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러 시인들이 나서서 낭송했다..

그런가 하면 대표적인 친일 문인들과 그들의 시가 소개되었다. 서정주의 <송정오장 송가>, 이광수의 <우리집의 노래>, 주요한의 <첫 피-지원병 이인석에게 줌>, 김기진의 <나도 가겠습니다>, 김동환의 <권군 '취천명'>, 김억의 <군신가등비행부대장>, 노천명의 <부인근로대>, 모윤숙의 <지원병에게>, 이원주의 <지원병을 보내며>, 김상용의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1>, 김종한의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2> 등이 자료집에 수록되었다.

한국작가회의는 2017년 10월 21일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통하여, "작가회의는 회원들이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을 심사하거나 수상하는데 대하여 특별한 조항을 만들어 강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제정 및 운영과 관련되는 모든 사안이 작가회의의 전통 및 지향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웅숭깊게 성찰해야 한다. 따라서 작가회의는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과 관련된 심사, 수상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모든 회원들에게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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