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최초 한글 국영신문 베한타임즈 대표 인터뷰

문재인 정부 남방정책 발표 이후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교류 협력이 강화되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효과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베트남은 한국 남방정책 한가운데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베트남에는 국영 한국어 신문이 있습니다. 그 발행인인 김종각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베트남 국영 언론 집단 최초로 외국인 신문 경영자가 되어 베한타임즈의 제작과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각 변호사는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교류 뿐만 아니라 양국민들 간 실질적 사업 교류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이메일과 SNS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베트남 국영신문사 외국어 신문대표가 된 김종각 변호사.

1. 안녕하세요 대표님. 지난 한 달 한국은 측정이래 가장 더운 폭염에 시달렸는데 베트남도 그렇게 더웠나요?

베트남은 열대기후에 속해 있지만, 남부 호찌민 지역 같은 경우 평균 기온이 32도 정도 됩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라서 1~2시간 소낙비로 더위가 식혀져 생각보다 덥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베트남에 휴가 온 제 지인들께서 호찌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이 왜 이리 시원하냐고 하시더군요. 아마 서울에서 38도를 웃도는 더위로 고생하시어 이런 느낌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2. 베트남에서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한국에 계실 때 변호사 개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베트남에 거주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서울에서 건설클레임, 부동산 개발 컨설팅 전문 변호사로 일을 했었는데, 2005년부터 하노이에서 진행된 대우건설 신도시 프로젝트에 건설 계약 자문을 추천받고,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2006년에 호찌민에 법률사무실을 개설하여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처음이라 아주 낯설었고, 여러 면에서 힘들었어요. 업무를 중단하든지 아니면 베트남에 와서 본격적으로 현지화를 하며 체질 개선을 하든지 양단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베트남 사무실을 정리하는 게 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베트남에 가서 한번 제대로 일을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가족과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가족 모두 이사 온 것이 2007년 11월이었으니 올해로 만 11년째 됩니다. 서울에서는 아직도 법무법인 집현에서 업무하고 있고, 현재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 자문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대신 이곳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가는 반대 업무구조가 되었죠.

3. 사모님이 음악가 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도 연주 활동을 하시나요?

사실 베트남으로 이사를 오는데, 가장 문제 된 부분이 집사람의 예술 활동이었습니다. 당시 “하필이면 베트남이냐, 유럽이나 미국같이 선진국도 많은데…”라고 말했지요. 집사람은 비엔나 국가 음악원에서 오랫동안 유학했던 경험도 있었으니 당연히 개발도상국에서 무슨 클래식 연주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달리 생각했어요. 오히려 아직 불모지일 수 있는 미개발지역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예술 분야에서도 더욱 경쟁력 있을 수 있다고 답했죠.  집사람은 제 말을 잘 받아주는 너그러운 성격이어서 좀 내키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큰 이견 없이 이사를 오는데 동의했습니다.

호찌민에 이사 오자마자 호찌민 국가음악원을 알게 되었고, 독일에서 유학한 베트남 교수를 우연히 만나 학교에 추천되었고, 학교 측에서 요청한 초청 연주회를 통해 대학원 교수로 위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학력이나 연주 이력을 통해 된 거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이 베트남 국가 대학에 정식 교수로 채용되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 음악대학원에 석사 과정을 개설하고 이 과정을 가르칠 박사학위 교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하노이에 계신 한 분이 호찌민까지 와서 가르치고 있었던 거지요. 이에 집사람이 나타나 필요한 부분을 감당해 줄 수 있게 되니 외국인이었지만 채용을 한 겁니다.

지난 11년 동안 베트남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학생 교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에 아주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최된 호찌민 국제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집사람 주선으로 상명대학과 경희대학교수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었습니다.     

4.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얼마나 되나요? 가장 많은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업종은요?

베트남 거주 한인 수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지만, 유동인구 등의 이유로 정확한 숫자는 잘 모릅니다. 대략적으로 호찌민시 지역에 약 15만 명 정도, 하노이시 지역에 약 1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 진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제조업 분야입니다. 베트남이 갖고 있는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의 장점으로 각 분야 제조업체들이 진출한 것이죠. 특히 중국에서 제조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1억 명 가까운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고 서비스업 분야, 상품 유통 분야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5. 발행인이자 대표로 계신 베한타임즈에 대해 말씀 좀 해주세요.

▲ 매주 발행되는 베한타임즈 종이신문 (2018년8월21일 베한타임즈)

제가 신문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베한타임즈는 2007년 초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교민신문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언론은 국가경영이고, 외국인에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 폐쇄 영역입니다. 이로 인해 초기 교민신문 인쇄를 한국에서 해서 항공운송으로 매주 보급했습니다. 이런 경영구조로 말미암아 초기 창립 투자자들이 2년 만에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게 되었고, 우연한 인연으로 제가 한국에 있는 엔텍월드 주식회사와 함께 이를 인수하게 된 것입니다.

▲ 베트남 호치민 시에 있는 베한타임즈 본사 전경

인수 후 했던 첫 번째 중요 업무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이곳에서 신문을 인쇄하는 것이었습니다. 3년 만에 베트남통신사가 이 길을 열어주었고, 주간 한국어 신문으로 허가를 얻게 해 준 것입니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미디어로서 2012년 12월 말 재창간된 것이지요. 이에 따라 제호도 베한타임즈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베한타임즈의 정확한 법적 지위는 한국어판 베트남 국영 신문입니다. 유일무이한 외국인 경영 베트남 국영 신문인 거죠. 처음에 베트남 정부는 이런 구조에 대해 아주 낯설어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호평하고 있습니다. 경영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6년간 양국 간 유익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고, 소통의 가교 역할에 충실했던 이유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베한타임즈에 대한 기대는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상호 유익을 주고받는 가교적 플랫폼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6. 혹시 수익구조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언론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문 운영에 대해 잘 몰랐고, 이에 따라 광고 분야 발전을 시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취약성이 다른 쪽으로 수익 다각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뒤돌아 봅니다. 베한타임즈가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푸미흥 신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어학원을 운영했습니다. 물론 어학원 운영 경험이 없으니 호찌민 국가 대학과 협력하여 베트남어 랭귀지 코스를 분교 형태로 개설하였지요. 대학교수진이 가르치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장점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교민들이 꾸준히 활용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 경영자들의 효율적인 업무 운영을 위해 베트남 지역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찌민국가경제대학'과 손잡고 1년 짜리 MBA 과정을 개설한 것입니다. 현재 10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졸업한 동문들로 오피니언 리더그룹의 좋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세미나, 전시회, 공연 등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7.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을 위한 베트남어 신문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사실 이 분야에 대해 여러 해 동안 깊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베트남 정부의 관심사가 높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지요. 해외에 사는 베트남 교민들을 위한 인터넷 방송은 있지만, 베트남어로 된 신문까지 계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예산 등의 이유로 어렵습니다.

제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한국에 사는 베트남 교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한국 뉴스들을 베트남어로 읽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들조차 한국 신문을 자유롭게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한국 소식들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국 사회에 더욱 충실히 동화되는 것이기에 당연한 요구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희 베한타임즈가 베트남에서 하는 역할이 바로 베트남 뉴스를 한국어로 한국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기에 이 반대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저희 신문이 능력이 된다면 이 부분까지 제공해 주고 싶지만, 현재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준다면 언제든지 공급자로 나설 용의가 있습니다.

8. 한국인들에게 베트남은 이미 기회의 땅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파트너 국가이지요. 하지만, 너무 환상만 갖고 있다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주로 좋은 점만 생각하고 오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 오려는 분이 있다면 사전에 시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면밀히 검토하여 어떤 진출이 좋은지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기 전 1년이든 2년이든 언어를 익히며 서서히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에 저희 신문을 통해 카페를 운영했던 젊은 사업가가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가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말이 기억납니다. 젊은 용기와 패기, 그리고 지나치게 앞선 아이디어로만 접근했는데, 카페를 오픈하기 전 차라리 베트남 현지 카페에 가서 한 1년 정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베트남 소비자들의 습성을 이해했다면 아마 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인데…라고 회고하는 글이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입니다.   

9.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방정책 핵심에 베트남이 있고 한국과 베트남은 이미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도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민간 부문 가교 역할로서 저희 신문은, 그동안 10년 넘게 축적한 공유 가능한 베트남 데이터가 있습니다. 네이버 등에 베한타임즈라고 치면 홈페이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곳에는 베트남 각종 경제, 역사, 문화, 관광 등 각 영역별 정보들이 빼곡합니다. 오셔서 많이 이용해 보세요. 베트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한겨레: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유원진 주주통신원  4thme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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