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고를 받은 트럼프가 그제야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은근히 점성술이 땡긴다. 점성술사 중에 누가 좋을까 생각해본다. 홍콩의 점성술사 프리실라 램이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맞추기는 했으나 왠지 꺼림칙했다. 램이 2017년 초에 언론을 통해 자신에 대해 한 예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기존 국제 경제, 외교 질서를 무너뜨리는 미국 우선주의와 상식에 어긋난 돌출 발언으로 세계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 부드러운 출발을 했다가 집권기 후반기에 반대 시위 등 난기류에 휩싸일 것이다."

램의 예언은 웬지 꺼림직하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트럼프가 결심을 한 듯이 K에게 피타고라스 점성술로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프로이트는 물론이고 아인슈타인의 수제자들까지도 초심리 현상을 믿었다는 것을 일전에 누군가에게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저명한 영매를 통해 피타고라스에게 직접 운세를 물어볼 수 있는지 알아볼 것도 주문했다. 그때 자칫 K의 입에서 욕이 나올 뻔 했다.

"이런 황당한 지시를 나에게 내리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건 누가 봐도 무리한 요청이다. 피타고라스 점성술은 피타고라스가 아니라도 그 점성술을 연구한 사람이면 누구든 점을 칠 수 있다. 더구나 아무리 뛰어난 영매라도 그렇지, 죽은지 2천 년이 넘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일단 지시가 떨어졌으니 알아볼 데까지는 알아봐야 한다. 그것이 측근 비서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K는 일단 미국영매협회를 통해 미국의 저명한 영매 S를 소개받았다. S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영매 중에서도 大영매였다. K가 S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며 피타고라스를 불러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물었다.

"트럼프대통령이 그런 요청을 할 만큼 뭔가 절실한 상황인가보군요. 흔한 일이 아니죠. 보통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보길 원하거든요. 고대 영을 불러내는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대통령의 요청이니 한번 알아 볼게요." 

완곡한 거절이었다. 꼭 좀 알아봐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자 며칠 후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피타고라스가 죽은 후, 그를 초대하는 영매들이 숱하게 많았지만 피타고라스가 직접 나선 적은 없으며 기껏해야 제자를 보내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보고를 받은 트럼프가 작심한 듯이 S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피타고라스와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으면 S의 아들이 경영하는 기업체에 특별세무조사를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의 성정을 잘 아는 S가 영계의 피타고라스에게 '자기 좀 한 번 살려달라'며 사정사정하여 극적으로 만남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그 만남은 영계의 피타고라스가 계속 미루는 바람에 그때로부터 1년도 휠씬 더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트럼프가 이미 탄핵위기에서 벗어난 시기였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트럼프는 그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2020년 새해의 바쁜 일정을 마친 어느날 트럼프가 최측근만 대동한 채 한밤중 극비리에 영매S가 거처하는 숲속 모처를 향했다. 지하 어두운 방 안에 트럼프와 영매S가 마주앉았다. 얼마 후 S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피타고라스에게 빙의되었다.

피타고라스(이하 '피'로 칭함) : 감히 나를 보자고 떼를 쓴 건방진 자가 누구인가?

트럼프(이하 '트'로 칭함) : (머리를 조아리며)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입니다만.

피 : (귀찮다는 듯이) 미래의 운명을 알고 싶은 게로군. 생년월일부터 밝히라.

트 : 1946년 6월14일생입니다.

피 : 생년월일 1946614의 개별 숫자를 다 더한 숫자가 그 사람의 기본운명수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보아하니 자네의 운명수는 안전성(安全星)이로군. 잔혹한 독재자였던 스탈린도 같은 운명수였지.

트 :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대 그리스에 사셨던 분이 현대에 살았던 스탈린에 대해서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요?

피 : 스탈린이 죽어서 영계에 오던 날 지옥에서 얼마나 떠들썩하게 환영잔치가 벌어졌는지 알기나 하나? 그 소문이 영계 전체에 자자하게 퍼졌는데 어찌 그걸 모를 수 있겠나. 세상에서 한 가닥하던 자들이 오면 영계가 들썩거린다네.   <계속>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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