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야기 61] 육왕의 도(陸王之道)와 양명학

김동호 객원편집위원l승인2018.09.07l수정2018.09.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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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왕수인)은 주희와 동시대에 심학을 창시한 육상산의 뒤를 이어 심학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왕양명은 명나라 때 사람입니다.

▲ 상산 육구연과 양명 왕수인(사진 : 위키피디아)

젊은 시절 왕양명도 과거를 보려고 시, 서, 역, 춘추, 예기 오경을 공부합니다. 유학의 경전이지요. 사서의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대한 주희의 해석인 격물궁리(格物窮理)를 보고 실행에 들어갑니다.

격물궁리는 나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그 나름의 이치가 있다.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만물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송나라 유학에는 이미 불교와 도교의 이론이 가미되었습니다. 격물궁리는 불교의 화두와도 유사하지요.

격물궁리(格物窮理)를 깨우치기 위해, 21살 젊은 왕양명은 대나무를 마주 보고 자리를 잡습니다. 7일 동안을 꼼작 않고 쳐다보며 궁리만 하다가 병들어 눕고 말지요. 주자에게 크게 실망한 왕양명은 유학을 버리고 불교와 도교, 서학인 천주학까지 두루 연구에 몰두합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감인데 모든 종교가 무리하게 인연을 끊고, 정신의 위안을 얻는다는 것은 실로 허망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유학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목숨을 건 탐구에 들어가지요. 관을 들고 용강산에 들어가 굴을 파고 면벽수행에 들어갑니다. 道란 녀석을 깨우치기 전에는 살아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그렇게 깨우친 것이 심즉리(心卽理), 치양지(致良知), 지행합일(知行合一)입니다. 이것이 양명학의 종지입니다. 왕양명은 “인간은 태어나면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선한 마음, 즉 ‘양지’를 가지고 있다. 성인의 도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재하여있다. 짐승에게 충효를 가르칠 수 없는 것은 교육이나 수행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님과 같은 이치이다. 마음(心)이 곧 이(理)이고 도(道)”라고 말합니다.

왕양명은 내재된 양지를 끊임없이 드러내기 위해 사욕을 극복하고 양지에 따라 행동하면 누구나 성인의 도에 이른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내적인 마음 수양이 외부의 적을 이기기보다 어렵다고 말하지요.

왕양명의 지행합일은 지(知)와 행(行)이 하나다. 즉,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언행이 일치하여야 한다, 혹은 아는 대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행동규범을 일컫는 말이 아닙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몸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동작이 둘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는 만큼 행동하는 거와 같이, 갑질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갑질이라고 절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사기꾼은 자기 행동이 사기라고 생각도 못합니다. 상대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상대가 잘못했다고 하지요.

왕양명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어찌 보면 최근에 유행하는 인지 언어철학과 일맥상통합니다.

기존의 유학자들은 성현의 도와 규범을 배우고 익힌 사대부가 무지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당연히 다스려야 한다며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였는데, 왕양명은 농부나 상인이나 인간이면 누구나 양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성인의 이름은커녕 성씨도 부르지 못해 자왈(子曰)~ 하던 조선에서는 왕은 물론이고 사대부의 통치권을 뒤엎는 요사한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퇴계를 위시한 대부분 유학자가 왕양명의 학설을 비판했습니다. 양명학을 찬성하면 육왕의 무리로 몰아 사문난적 혹은 이단으로 처단했습니다.

양명학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왕 중심의 절대군주냐? 백성을 위한 위민이 앞서야 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왕이나 절대 권력을 부정할 소지가 있지요.

왕양명의 학설은 일본으로 전파되어 메이지유신의 모태가 됩니다. 일본에서 왕양명을 연구하는 학파가 늘어나면서 일본 근대화의 이론을 제시하였고, 후에 양명학이란 이름으로 다시 청나라로 들어가 청나라를 개화시킵니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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