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돌아갈 곳 없는 노래

여옥(麗玉) 누님께

별래무양 하신지요?

어제 장에 다니러 갔다 누님이 지었다는 노래를 들었어요. 처음 들어보는 노래가 저잣거리에 가득하기에 이 노래가 뭐냐고 물었더랬지요. 늙수그레한 남자 하나가 조선 병사인 곽리자고(藿里子高)) 아내인 여옥이라는 이가 지었다 알려주더군요. 어찌하여 저잣거리에 이 노래만이 가득한가 하고 묻자 그는 말없이 곁에 둔 공후인을 집어 들었지요. 그가 눈짓을 보내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여인 하나가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님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세요 公無度河

님아 끝내 그 물을 건너셨나요. 公竟度河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어찌할까요 墮河而死

아아 님아 나는 이제 어찌할까요 當奈公何

누님,

노래를 듣고 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어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어떤 이들은 더러운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어떤 이들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또 어떤 이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엉엉 울더군요. 울음소리와 섞여 그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공'이라 했으니 높은 신분임을 알겠고, '며칠 만에 머리가 희게 세었다'라고 했으니 마음의 고난을 알겠더군요.

그는 새벽녘까지 술을 마셨고, 곁에 있던 여인은 계속 공후를 연주했다 했지요. 아마도 그들은 강 건너 잃어버린 땅, 돌아갈 곳도 없는 고향과 그 기억들을 그리워하지 않았나 해요. 강 하나 건너면 고향일진대, 이제는 갈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곳, 우리네 조선(朝鮮)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이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될 터이니까요. 그래서 곽리(?里)형은 매일 새벽잠을 잃어가며 빠짐없기 강을 돌아보았겠지요. 그러며 보고 들은 것들을 누님과 나누곤 했겠지요.

▲ 강 너머로 건너갈 수 없는 고향이 보인다

누님,

누군들 잃어버린 것을 찾아 깊은 강과 높은 산을 건너고, 한목숨을 아낌없이 내놓고 싶어 하지 않았던 적 있었을까요. 죽은 이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과 바꿔도 좋을 온전한 사랑이 있었으니 그 죽음이 슬프지만 값없지는 않겠군요. 또한 그들의 아픔은 계속 반복되겠지만, 슬픔의 노래만은 시간을 타고 그를 삼킨 강물처럼 쉼 없이 흘러갈 것을 저는 알고 있답니다. 노래가 시간을 타고 공간을 넘나들며 오래 남아 떠돌 것을 알고 있답니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꼭 찾아뵙도록 할게요. 밤새 통음하며 강너머 비치던 그 술자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안녕히 계세요, 오늘 밤은 누님의 노래를 껴안고 잠들 것 같네요.

                                     고현산 남쪽 아래에서, 해인 올림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해인 주주통신원  logcat@daum.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