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사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 개선 사업 관련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관련해서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확인하고 있듯 유엔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후 전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목에 온갖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 번합니다. 이에 따라 유엔사에 관련된 글을 4꼭지로 나눠 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주

 



1 유엔사의 DMZ 관할권 주장은 억지다

올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400여명을 포함 남북 통 틀어 대략 6천 300여 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었다. 주한미군사령관인 유엔사령관이 일일이 승인.허락을 해주어 가능했던 일이다. 9·19 평양 공동선언의 군사분야 부속 합의서에 따른 작업인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 작업이 10월 3일 시작되었던 것도 유엔사령관이 승인.허락해주어서였다.

지난 8월, 판문점선언 합의사안인 남북철도 공사를 위한 정부 조사가 유엔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무산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스러워했다. ‘DMZ가 누구 땅인데 왜, 유엔사의 허락을 얻어야한다는 말인가!’ 별 네 개짜리 미 장성이 어떻게 남북 양 정상의 결정을 ‘제압’할 수 있는 거냐며 사람들은 분노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설명을 했다. 지난 달 25일 미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DMZ 내의 모든 활동은 유엔사의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 결정되고, 준수·집행돼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DMZ 내에서의 GP철수작업과 유해 발굴작업, 유적지 발굴작업 등 이후 남북 합의사안을 이행하는 데에서도 유엔사의 승인.허락 절차는 필수다.

DMZ 내 활동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6.15공동선언 발표 직후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2000년 11월 조선인민군과 유엔사가 나서서 동·서해지구 철도 연결을 위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합의서를 채택한다. 철도와 도로가 통과하는 비무장지대 구역은 남측이 관리(Administration)한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라는 정전협정 1조 7항에 근거한 합의였다. 군사정전위에 대한 자격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합의서에 따라 DMZ 관리 논란은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2002년 남북지뢰검증단 교환 문제를 둘러싸고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리권은 한국 정부에 있지만 관할권(Jurisdiction)은 유엔사에 있다는 또 다른 주장을 폈다. 에이브럼스 지명자의 주장은 그렇듯 이미 십수년 전 미국이 주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정전협정에는 DMZ 관할권에 대한 규정이 없다. 관리권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인 것이다. 유엔사의 DMZ 관할권 주장은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억지주장이다.

DMZ 논란을 두고 ‘유엔사의 DMZ 관할권 논란’으로 명명하거나 ‘유엔사의 월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엔사의 근본문제를 덮기 때문이다. 유엔사의 역사에 의하면 유엔사의 근본문제는 주한 DMZ 관련 문제가 아니라 유엔사 존폐문제다.

2 유엔에 유엔사는 없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24일 일본 동경에서 창설됐다. 미국 트루만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군사제재 결의인 제1511호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보리의 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인 제1588호의 근거에 따라 1950년 7월 8일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사령관에 임명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유엔기를 이양받아 창설한 것이다. 그 후 유엔사는 1957년 7월 1일에 서울로 이동하였으며 지금은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있다.

유엔사는 흔히, ‘한국전쟁의 수행자’로서 ‘유엔의 보조기관’으로,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을 체결해 ‘정전협정의 준수 및 집행’을 책임지는 ‘유엔의 행정기관’으로 그 법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유엔사가 갖고 있던 그 법적 지위는 그러나 1975년 11월 17일 제 30차 유엔총회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30차 유엔총회가 ‘정전협정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직접 관계 당사자들이 정전협정 유지를 위하여 상호 수락할 수 있는 대안에 동의한다면, 미국정부는 1976년 1월 1일자로 유엔사를 종료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다’는 결의를 내온 것이다. 결의는 ‘정전협정 유지를 위한 적절한 방안과 더불어 유엔사가 해체될 수 있도록 제 1단계 조치로서 관계 당사자들이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의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도 결정했다.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다음 해인 제 31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은 한국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법적 장치인 정전협정이 계속 유지되거나 혹은 다른 조치로 대치되는 것을 전제로 유엔사를 해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연설을 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유엔 총회의 유엔사 해체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3 유엔사는 정전체제 유지군이 아니다

미국은 유엔총회의 유엔사 해체 결의가 있고 난 3년 뒤인 1978년 11월 7일 한·미 연합사령부를 창설해서는 유엔사가 그동안 쥐고 있었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과 한국방어 임무를 한미연합사에 넘겼다. 이로 인해 유엔사에게는 애초 갖고 있었던 정전협정체제 유지 및 위기 관리의 기능만이 남게 되었다. 미국은 이어 유엔사에게 북과 휴전협정을 손질하거나 이를 대체할 새 협정을 마련할 수 있는 ‘광범위한 특권’을 부여했다. 1994년 11월 29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미국이 스스로 내린 그 규정에 따르면 유엔사는 미국의 정전체제 유지군이다.

그러나 유엔은 유엔사가 정전체제 유지군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1995년 6월 29일, 김영남 당시 북 외교부장이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군이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에 중대한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유엔이 유엔사를 소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사는 유엔의 보조기관이 아니며 유엔사의 해산문제는 유엔 기구의 책임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는 문제’라는 답신을 보낸 것이다.

미군이 정전체제 유지군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북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적극 배격당하고 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이 지난 9월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사는 유엔의 통제 밖에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다’고 했다. 북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017년 7월 1일 유엔사 서울 이전 60주년을 맞아서도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의 견지로 보나, 유엔이 국제기구로서의 체면을 회복하는 견지에서 보나 유엔군사령부는 더 이상 존재할 명분이 없다"고 했었다.

마차오쉬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지난 9월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사는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며 “유엔사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 역시 북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유엔사의 DMZ 관할권은 미국의 억지이며 유엔에는 유엔사가 없고 유엔사는 미국이 주장하는 정전체제 유지군도 아니다. DMZ 관할권을 놓고 불거진 유엔사 논란은 유엔사의 정체성 논란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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