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에서 돈이 없어지자 선생님은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데.....

▲ 호반 산책 / 모바일그림(갤럭시탭S3,아트레이지 앱) 그림 : 정병길 주주통신원

“넌 왜 그렇게 걸음을 잘 못 걷는 거니?”

“…….”

어머니의 말씀에 종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만 고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이 애가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에 온 식구가 알면 또 한바탕 야단이 날 것을 걱정하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선이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종선이의 형님 부부와 조카들까지 모두 15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논 몇 마지기를 농사지어서 겨우 끼니나 거르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종선이 7남매 형제들이 모두 공부를 잘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우등상을 받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동네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30집 안팎이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모두 같은 일가친척들만이 모여 사는 진주정씨네들의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마을 사람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따돌림을 하는 일을 당하곤 합니다. 보통 때는 말로 나타내려 하지 않지만 어떤 일만 벌어지면 당연히 자기네들끼리 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 싸워가면서 많은 식구가 먹고살자니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서 언제 어느 학년에서라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잘해 칭찬을 받으면서 살아온 종선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걸음걸이가 불편한 것을 보니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종선이를 다른 식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부엌으로 끌고 들어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종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어머니가 종선이를 붙잡고

“어디가 아픈 거니 어디 보자.”하시면서 종선이를 붙잡자 종선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종아리를 걷어 올렸습니다. 종선이의 종아리를 본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매를 맞았는지 종아리에서 온통 피가 맺혀 시퍼렇게 줄이 서고, 가운데쯤은 피가 터져서 엉겨 붙은 핏덩이가 피딱지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왜 그랬는지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다잡아서 기어이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많은 식구가 알게 되면 또 한바탕 야단이 날 것 같아서 조용히 알아보고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는 종선이를 억지로 말을 하게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식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입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였지만, 더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선이는 학급에서 1, 2등을 다투는 우수한 아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네가 너무 가난하여 정말 하루 세끼를 비록 죽이라도 다 먹고사는 것만도 다행일 정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급에는 농촌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무원들의 아들딸들과 꽤 부잣집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당시만 하여도 우리나라에서 몇 개 되지 않는 발전소인 보성강 수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의 자녀가 세 명이나 되었고, 면사무소의 직원 자녀, 그리고 당시만 하여도 동네에서는 물론 면내에서도 손꼽히는 정미소의 주인집 아이, 그리고 몇백 석을 하는 대농의 자녀, 그리고 과수원집의 아이가 둘이나 되었습니다. 50여 명의 아이 중에서 1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제법 잘 사는 집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과 농촌 아이들과는 옷이며, 날마다 쓰는 학용품도 달랐고, 얼마 되지 않는 월사금을 못 내어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는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간신히 날짜를 어기지 않고 월사금을 내면 그것만도 다행이었습니다.

더구나 종선이네는 학교에서 약 4km 정도나 멀리 떨어진 말내 마을로 나중에는 새로 학교가 들어설 만큼 학교와 거리가 먼 마을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종선이네보다 더 먼 마을 호랑이 소리가 들리는 마을이라서 이름도 호음동에 사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이 마을의 아이들은 학교와의 거리가 약 6km나 되어서 나이들이 한두 살 많았습니다. 학교와 거리가 멀기도 하였지만 가난한 마을이어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어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가 내가 2학년 때에 처음으로 의무교육법이 생겨 돈을 내지 않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만약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소리에 뒤늦게 학교에 보내게 되었지만, 나이가 많고 마을에서 한문이라도 조금씩은 알고 하는 아이들은 1학년이 아닌 2학년 또는 3학년에 배정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3살이나 많은 형도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을의 아이들은 늘 함께 모여서 뛰다시피 학교를 오가야 하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요즘의 어머니들처럼 학교에 찾아와서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그런 어머니는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귀찮게 하지 않는 부잣집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더 귀여움을 받는 것만 같아서, 늘 부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사시는데- 이 마을은 선생님과 같은 성씨가 100가구나 모여 사는 군내에서도 유명한 집성촌<같은 성씨가 모여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한 교실에 5, 6명이나 되는 선생님의 친척들이 있는데, 선생님의 아저씨뻘이 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들도 약간은 다른 대우를 받는 듯해서 학교에서 먼 말내, 호음동 마을의 아이들은 늘 학교를 오가는 길에서 선생님의 흉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나이들이 많으니 다른 아이들보다 더 성숙하여 더 잘 보게 되고 생각이 깊었기 때문에 늘 그런 선생님의 편애<누군가만을 남달리 사랑하거나 아껴 줌> 점을 이야기하곤 하였습니다.

“어서 말을 해 봐. 네가 손댄 것 아니냐?”

“네.”

선생님이 아무리 달래 보아도 종선이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 어찌 된 일이란 말이냐? 교실엔 너와 경식이 둘만 있지 않았느냐? 그런데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간 적이 없다고 하는데 넌 교실 밖에를 나갔다가 왔지 않니?”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 왔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데 돈이 없어졌고 온 교실 안을 다 뒤져보아도 없지 않으냐? 그렇다면 돈은 교실 밖으로 나간 것인데, 너는 밖에 나갔다가 왔고, 경식이는 교실 안에만 있었다고 하니까 너밖에 의심할 사람이 없지 않아?”

“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말을 못 하겠니? 정말 모르겠단 말이지?”

“네. 배가 아파서……!”

“또 그 소리야?”

선생님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소리를 지르십니다. 종선이는 기가 질려서 말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모르겠단 말이냐?”

“예…….”

선생님은 정말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인데도 끝까지 털어놓지 않는 종선이가 한없이 미운 생각만 듭니다. 선생님은 더 참을 수가 없어서 매를 들고 종선이에게 호령합니다.

“아래 종아리를 좀 맞아야겠다. 어서 걷어!”

종선이는 아무 소리 못하고 어물쩍하게 다리를 걷어 올립니다. 선생님은 화를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사정없이 매를 후려칩니다. 하나하나 세면서 때리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날아드는 매는 종선이의 종아리에 새빨간 핏자국을 그려 갔습니다. 아니 순간적으로 종선이의 종아리는 시뻘건 맷자국으로 물 들어갔습니다. 종선이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눈물만 펑펑 흘리고 서 있습니다.

“이래도 말을 안 할 거냐?”

“정~말 모릅니다.”

종선이는 말을 잇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종선이를 더 용서를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하여도 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말을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들릴 듯 말 듯 한 종선이의 말을 듣는 순간 선생님은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회초리에 종선이의 종아리에서는 피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종선이는 더 매를 맞고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선생님 억울합니다. 저는 도둑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말에 선생님은 더욱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 돈이 날아갔단 말이냐? 엉? 말을 해봐!”

선생님은 다시 매를 들고 후려치십니다.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종선은 손을 비비는 시늉을, 아니 싹싹 비비면서 사실을 이야기 하건만 선생님은 그럴수록 더 화를 내고 더 의심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매를 피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손만 싹싹 비비고 있는 종선이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도 더 매를 때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화가 치밀었지만, 이제 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와서 땀을 닦던 아이들에게는 요즘 아이들처럼 체육복을 갈아입거나, 씻을 만한 자리도 없었습니다. 학교에 수도 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쓸 물을 두레박질을 하여 퍼 쓰던 시절이었으니 체육 시간이 끝났다고 씻고 교실로 들어오는 일이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모두 벗어 놓았던 옷을 걸쳐 입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옷을 입고 다음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윤성이가 울먹이면서

“내 돈, 내 돈이 없어졌어. 이따 가다가 물건을 사서 가야 하는데…….”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뭐? 어디에다 뒀는데?”

“얼마나 되는데…?”

“언제 없어졌어?”

아이들은 친구의 일이 걱정되어서 모두 한마디씩 하면서 모여들었습니다.

“아까 체육 시간에 나가면서 주머니에 있던 돈을 빠뜨릴까 봐서 필통에다 넣어놓고 갔는데…….”

“얼만데?”

“천오백 환.”

“뭐? 천오백 환이나?”

아이들은 모두 눈이 둥그레 가지고 모여들어서 수군거렸습니다.

“어머니가 비누를 사서 오라고 하셔서 가지고 있었는데…….”

윤성이가 울먹이면서 말을 하자 아이들은 모두 책보자기며 책상 속을 찾아보자고 뒤적이기도 하고, 책상 부근을 두리번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빳빳한 오백 환짜리 석 장이라는 돈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서로들 모여들어서 찾아보자고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에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은 조르르 자기 자리로 달려가 앉느라고 투 닥닥 소란이 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움직임과 울고 있는 윤성이를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여,

“왜? 유성이 무슨 일이야?”

하고 물으시자 아이들은 봇물이라도 터진 듯 와그르르 한꺼번에 말문이 터졌습니다.

“돈을 잃어버렸답니다.”

“필통에 넣어둔 돈이…….”

“심부름할 돈인데…….”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다시 물으십니다.

“선병환! 반장이 말을 해 봐.”

“윤성이가 어머니 심부름할 돈을 필통에다 넣어두고 체육을 하고 와서 보니까 없어졌답니다.”

단숨에 요점을 말하자. 선생님은 쉽게 알아들으시고

“당번이 누구였지?”

“경식이 하고 종선이가 했습니다.”

아이들의 합창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경식이, 종선이 일어서 봐.”

“네?”

당번을 한 두 사람은 눈이 둥그레 가지고 일어서서 겁에 질려서 아이들을 둘러봅니다.

‘이걸 어떻게 한 담. 분명 우리 반의 누가 손을 대었을 텐데…….’

선생님은 가만히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결심을 하듯이 차분하게

“모두 일어 서! 머리에 손 !”

선생님은 전체 어린이들을 일어 세워서 손을 들고 뒤로 나가게 한 다음에 반장과 부반장을 데리고 책상 속의 모든 물건을 일일이 뒤적이며 돈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분명히 이 반 안의 어딘가에 돈이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책상을 다 뒤졌을 때도 어디에서도 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호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게 하여서 찾아봤으나 역시 어디에도 돈은 없었습니다.

화가 난 선생님은 모두 제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선

“전부 눈을 감아라. 자 이제부터 선생님의 말을 잘 듣고 솔직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모두 용서를 하고 돈만 내놓도록 하겠지만, 만약 나오지 않으면 오늘 너희들 모두는 집에 돌려보내지 않고 끝까지 찾고 말 것이니까 선생님 말을 잘 듣고 솔직하게 나오기 바란다.”

하시면서 커다란 매를 들고 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자, 오늘 학급에서 돈이 없어졌는데 이 돈이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간 것도 아니고, 다른 반에서 누가 와서 가져간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 반에서 누군가가 이 돈에 손을 댔는데, 지금 그것을 밝히고 나설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분명히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아마도 필통에 넣는다는 것이 책상 밑에 흘렸거나, 아니면 필통이 떨어져서 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본 누군가가 이 돈을 주어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이 나서 순간적으로 호주머니에 주어 넣었다가 이렇게 돈을 잃어버렸다고 야단이 나니까 차마 내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그런 사정을 아니까 용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양심이 바른 사람이다.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커져 버린 사건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니까 본래 속이려거나, 훔치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그러니 선생님만 확인할 수 있게 조용히 눈만 떠서 선생님과 확인만 하면 된다. 손을 들거나 움직이면 옆의 친구가 알 수 있지마는 이렇게 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니까 걱정을 할 것이 없다. 자 이제 열을 세는 동안에 가만히 표시하면 된다. 알겠지? 하나, 둘……. 아홉, 열.”

선생님은 조용히 이야기하시고선 열까지 숫자를 세셨습니다. 교실 안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긴장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아니 군대에서 ‘눈썹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호통을 친다고 하더니 정말 누군가가 눈썹을 움직이는 소리라도 들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숨 막히는 시간이 잠시 흐르고 나서 선생님이 입을 여셨습니다.

“선생님이 용서를 해주겠다고 했는데도 나서지 않는 것을 보니까 누군가 끝까지 감추고 있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인데 도저히 안 되겠구나. 난 너희들 중에 나쁜 마음을 먹고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분명 누군가가 훔치고서도 양심을 속이려고 하고 있어.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어. 이렇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감추고 나쁜 짓인 줄을 모르는 사람은 영영 나쁜 마음을 고치지 못해서 그런 짓을 하게 된다는 말이야.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영락없이 소도둑이 되고 마는 것이지. 그러지 않겠냐?”

우리들은 숨소리도 못 내고 있다가 선생님의 말씀에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예.”

하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선생님도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였습니다. 사실 선생님도 자신이 맡은 아이 중에 그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자기 아들딸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일이 정말 싫었습니다. 이제는 돈을 훔쳐 간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모든 아이를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 돈을 잃어버린 아이가 미운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을 그냥 넘기면 다음 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에 아주 혼을 내서라도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면, 오늘 누가 훔쳐 갔는지 모르더라도 다음을 위해서는 충분히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을 책상 위로 올라가서 손을 들고 꿇어앉으라고 벌씌워 놓고서 교무실로 갔습니다.

“양 선생님! 왜 그래? 아이들이 무슨 사고 쳤나?”

선배 박 선생님이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양준승 선생님은 선배님의 말씀에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교실에서 돈이 없어졌다는데 훔쳐 간 사람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하고 대답을 하니까 박 선생님은

“얼마나 되는데?”

하시면서 별로 흥미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심드렁한 모습이었습니다.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안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훔쳐 간 사람을 찾아내려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없긴 왜 없어. 간단한 방법이 있지.”

“뭔데요? 어떻게 하면 되죠?”

“맨입으로 되나?”

“찾기만 하면 제가 선배님께 술 살게요. 어서요.”

“그거 간단해. 솔잎을 물리는 거 알지? 그거하고 단지를 쓰는 거 있잖아.”

박 선생님이 그렇게만 말을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안다는 듯 고개들을 끄덕입니다. 양 선생님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교무실 앞의 소나무에서 솔잎을 한 줌 따 가지고 교실로 향했습니다. 어쩜 이거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발걸음이 힘차 보였습니다.

교실로 들어서기 전에 연결 복도에서 가만히 교실을 들여다보니 아이들은 힘이 드는지 몸을 꿈틀거리기도 하고 슬그머니 내려서 머리에 얹기도 하였지만, 숨소리도 안 날 것 같은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눈치 빠른 아이들은 벌써 손이 번쩍 들려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 슬그머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면서 적당히 손을 머리에서 내리기도 하며 쉬고 있다가 얼른 제 자세를 잡았던 것입니다.

“자 이렇게 해도 스스로 잘 못을 인정하고 양심에 따라 자기 자신의 잘 못을 고백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하는 수가 없다. 이제 너희들 모두는 선생님이 나누어주는 이 솔잎을 입에 물고 있다가 선생님의 말이 끝나면 나에게 주면 된다. 이 솔잎을 물고 있으면 지금 나쁜 짓을 하고서도 말을 안 하는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의 것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약 2cm 정도 자라게 되는 요술을 부릴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때문에 심장이 더 많이 뛰는 사람의 에너지가 전달되어서 약간 자라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솔잎의 길이를 꼭 4cm씩 맞추어 잘라 놓았으니까 잠시 후엔 어떤 사람의 것은 그 길이가 6cm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지 꼭 밝혀지고 말 것이란 말이다. 알겠니? 자 이제 내가 나누어준 솔잎을 하나씩 입에 물고 5분 동안만 기다리고 있도록 한다.”

선생님은 솔잎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입에 물고 있도록 하고 나서 옛날 소도둑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