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살궂은 별님달님 등 돌리고 누우면

어둠 뚫고 바람 갈라 붉은 눈 하나둘 모습 드러냅니다

생살 찢고 맑은 물 핏빛으로 적시고 살림 노려보며 붉은 눈 몰려옵니다

 

퐁퐁 솟는 정갈한 우물 틀어막은 정수기 붉은 눈

휘휘 부는 바람길 가둔 에어컨 붉은 눈

도란도란 이야기 이기죽이기죽 씹는 텔레비전 붉은 눈

헐떡거리며 숨넘어가는 핸드폰 링거 주사기로 깜빡이는 붉은 눈

따뜻한 아궁이 집어삼킨 보일러 붉은 눈

마을 어귀 정자나무 넘어뜨린 24시편의점 붉은 눈

머릿속 알짬 야금야금 헤집는 노트북 붉은 눈

 

사방팔방 붉은 눈 부라리며

아침까지 잠들면 안 된다고 재우칩니다

딸깍딸깍 돌아눕지 말라며 새청맞은 목소리 귀청 때립니다

몸뚱이 이곳저곳 붙박여 팔딱거리는

동맥으로 빛날 때까지

네 목숨 될 때까지.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시열 시민통신원  abuk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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