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외노조 문제 조속히 해결해야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박근혜 정권은 6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강제했다. 앞서 이명박 정권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당시 5월 촛불시위의 배후 세력으로 전교조를 겨냥했다. 그리고 전국의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반교육적인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전교조 교사들 13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민주주의가 후퇴하다 못해 질식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자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전교조 교사들도 교사시국선언으로 이에 흔쾌히 동참했다. 이명박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와 탄압의 칼날을 망나니처럼 휘둘렀다. 무려 68명이나 되는 전교조 교사들을 해고하거나 정직, 감봉 등 징계처분을 내렸다.

전교조에 대한 혐오는 이미 그 이전 정치권에서 조성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졌다. 해방 후 60년 묵은 숙원 사업이자 4대 개혁입법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전교조도 사학법 개정에 온 힘을 쏟았다. 당시 우중의 날씨임에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에서 연좌한 채 바지가 흠뻑 젖도록 항의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며 전교조를 '해충'으로 비난했다.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것도 모자라 수구 관제언론을 총동원해 '전교조! 초심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전교조가 아이들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전교조 = 혐오단체'이미지를 조장했다. 그리고 박근혜 자신이 집권한 첫해인 2013년 10월에 전교조를 합법노조에서 아웃시켰다. 팩스 한 장으로 전교조가 법외노조임을 통보 처분한 것이다.

▲ 2005년 12월13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이 서울 명동에서 열린 사립학교법 재개정 촉구 집회에서 <전교조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거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시한 가증스런 전횡은 작고한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교조를 제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즉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과 효력정지 관련 소송을 청와대와 뒷거래를 하면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분을 맞춰주는 판결을 시도한 것이다. 바로 며칠 전 구속된 사법농단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2014년 12월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재판거래의 유・불리를 분석했다.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법원에서 인용할지 기각할지 청와대와 교감하며 계산한 인물이다. 실제로 1, 2심 효력정지 소송에서 법원은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청와대와 교감하며 3심에서 뒤집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 그리고 KTX 여승무원 재판과 똑같은 판박이 판결이었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입맛과 청와대의 요구에 굴복한 채 대법원에서 판결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빨치산 추모제 행사에 참가한 고 김형근 선생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도 1, 2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3심인 양승태 대법원에서 뒤집어버린 것과 똑같았다.

전교조 관련 사법농단 폐해는 문재인 정부의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의 조사에서도 밝혀졌다. 권력의 최고위층 지시에 따른 부당한 행정처분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사법농단에 따른 노동적폐임이 명백해졌다. 그리하여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다시 직권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법외노조의 근거 규정이자 사문화된 악법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예전의 청와대 대변인 기자회견처럼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자며 권고 사항을 즉각 거부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우선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도 비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조합법을 포함하여 전교조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동법 조항 가운데 독소조항을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기 교육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법외노조 효력정치 소송을 조속히 내려 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대법관 인적 구성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노동인권변호사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을 비롯해 진보 성향 대법관이 대법원에 진출한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 청문을 요청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진보 내지 중도성향 대법관 인적 구성에서 절반을 넘어서는 놀라운 변화가 예상된다. 이는 사법 70년의 역사상 처음 있는 혁명적 변화이자 그 변화는 장차 한국사회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크게 기대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전교조와 소통, 그리고 교육개혁에 대한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 사이 전교조는 위원장의 목숨 건 항의 단식이 두 차례나 있었다. 오로지 법외노조 해결을 위해 연가, 조퇴 등 총력투쟁으로 일관했다. 법외노조로 밀려난 지 5년이 지났고 문재인 촛불 정부가 들어선 지도 1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해직을 감수했던 34명 전교조 교사들도 있었다. 그분들은 5년이 넘도록 아직도 교단으로 돌아가질 못한 채 해직의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다.

▲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처분> 직권 취소를 촉구하며 2018년 7월 6일 청와대 앞에서 분노한 2000명 교사들이 연가, 조퇴 투쟁으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출처 : 하성환)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부터 교육개혁에 손발을 맞춰야 할 교육개혁 최대 우군인 전교조가 교육부와 한 번도 단체협상을 하지 못한 채 1년 6개월을 그냥 보낸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된 개혁정부와 전교조는 1년 6개월을 갈등과 불신 속에 불편한 관계로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최근 전국을 들끓게 한 사립유치원 비리문제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성명서나 기자회견 한 장 내질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 연말 전교조 위원장, 지부장, 대의원 등 중대 선거철이 다거오고 있다. 하지만 전국을 강타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전교조가 침묵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여기에는 전교조의 조급성과 완고함, 그리고 지사적 기질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전교조를 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1차적 원인이 컸다.

일찌감치 대법원 판결로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것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으면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교육개혁에 대한 상호신뢰를 구축했어야 옳았다. 법외노조 처분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노동적폐이자 사법농단이었기 때문이다. 취임 즉시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철회 통보를 했어야 옳았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에서 저질러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책무이자 촛불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당연한 요구에 대해 '사법적 해결'이라는 자신들의 방법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면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주문은 현명하지 못했다. 적어도 교육개혁의 최대 핵심동력인 전교조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읽혀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한편으로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촛불정신'을 망각한 권력의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문재인 정부가 앞장서서 전교조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옳았다.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목숨을 건 단식을 30일 가까이 단행했고 지금도 청와대 앞 항의 농성이 130일을 넘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의 분노를 이해하고 전교조의 협조를 구하는 진지한 노력을 이행해야 마땅하다. 한국사회 최대의 교육개혁 동력인 전교조와 신뢰를 구축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을 확신한다.

일찌감치 그렇게 했다면 지난 1년 6개월의 교육정책이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론화위로 넘겨져 어정쩡하게 확정된 대입제도 개편처럼 임시방편으로 봉합되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여론에 밀려 이뤄진 유치원생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 방침 또한 교육개혁의 전위인 전교조를 멀리한 데서 나온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며칠 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간에 짧지만 중요한 회동이 있었다. 교육부 최고 수장인 장관과 교육개혁 최대 구심인 전교조위원장 간 정례 회동에 합의한 것이다. 이는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소통과 협의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학교생활기록부, 차등성과금, 교원평가 등 교육문제 현안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다.

무엇보다 10월 27일 열린 민주시민교육 학술대회에서 교육부장관은 축사와 함께 진보 교육 세력에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국민주권시대 촛불 정부 교육부장관으로서 앞으로 펼쳐질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교조를 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변화를 기대하며 앞으로 전개될 교육개혁에 대해 현장교사로서 희망을 가져 본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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