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려 종아리가 터지도록 매를 맞으며 자백을 강요하던 선생님이 원망스러워

▲ 쉽고 즐거운 마라도 이야기 / 모바일그림: 정병길 통신원
“옛날 어느 산골의 한 집에 어머니와 아들만이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어머니를 잘 모셔서 효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어머니께 잘해드리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어머니가 잡수시고 싶다면 어머니를 위해 언제 어떤 것이라도 구해 다 드렸습니다. 날마다 열심히 다른 집의 일을 해서 품삯으로 가난한 살림을 꾸려나가면서도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서는 주인 몰래 물건을 슬쩍 가져가는 버릇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일을 시키기를 조금 꺼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효자가 원님께 끌려가서 매를 맞고 있다고 해서, 온 마을 사람들이 원님을 찾아가 효자를 용서해 달라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원님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효자에게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어머님을 좀 뵙게 해 주세요.”라고 하였습니다.

원님은 어머니에게 아들에게 가보도록 허락을 하였고, 어머니가 아들에게 다가가자, 아들은“어머니 조금만 더 가까이 오십시오. 할 말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가까이 다가가자

“어머니 귀를 좀…….“하고 속삭였습니다. 어머니가 귀를 가까이 대어주자 아들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어 버렸습니다. 원님은 화가 나서

“저놈을 당장 능지처참을 하여라. 마을 사람들이 효자라고 하기에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뵙게 해주었더니 저게 어디 효자란 말이냐? 천하에 나쁜 놈 같으니라고, 죄를 지어서 걱정을 끼친 것도 용서 못 할 일인데 더구나 어머니를 물어뜯다니…….” 화가 나서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원님께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고 청을 해서 말을 해보라고 했더니

“제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은 것이 천하의 죄인 줄은 압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이렇게 죄인이 되어 벌을 받게 된 것은 우리 어머니가 저를 잘 못 가르쳤기 때문에 어머니께도 죄가 있다고 생각하여 어머님께서도 깨우치시라고 그런 것이옵니다.” 하였답니다.

원님이 “그게 무슨 말인고?” 하고 묻자 아들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나 잘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남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어머님께 드리면 어머님이 기뻐하시기 때문에 저는 늘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것을 보기 위해 남의 물건을 훔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남의 소를 훔치다가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님이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못 하게 가르치셨다면 오늘 이처럼 죄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님께 이제라도 깨우쳐 드린 것입니다. 원님 제 불효를 용서하여 주십시오.”하고 빌었더랍니다.

이야기에 나온 주인공은 어려서 조그만 것을 훔치는 버릇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 소도둑이 되어서 붙잡힌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오늘은 우리가 모두 이렇게 벌쓰고 고생을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해주시고서는 아이들에게 솔잎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한 사람씩 가지고 와서 차례로 가져다 놓으라고 하시면서 솔잎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솔잎을 가리는 상자를 가져다 엎어놓고 아이들에게 그 사이로 자기 솔잎을 놓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차례로 나가서 선생님만 보이는 곳에 솔잎을 놓았습니다. 마지막 아이가 솔잎을 가져다 놓고 난 다음에도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있다가 이제 알았으니 모두 집에 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책보자기를 싸서 교실을 나서는데, 오늘 당번은 남아서 여기 정리를 하고 가라고 하여서 경식이와 종선이는 남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교문 밖으로 사라지자, 선생님은 함께 당번하였던 종선이와 경식이를 불렀습니다.

“너희들이 당번하였는데, 돈이 없어졌어. 너희들 둘 다 착실하고 공부들도 잘하는 아이들이라서 너희들을 믿고 있었지만, 너희들에게 좀 물어보아야겠다. 너희들 교실을 안 지키고 무엇 했니?”

“교실을 잘 지켰습니다.” 두 아이가 합창하듯 대답을 하자 선생님은

“잘 지켰는데 이렇게 도둑을 맞아서 야단이 나? 어떻게 지켰어? 교실에 누가 들어 온 거 아니야?”

“누가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요. 저는 교실에 있다가 배가 아파서 잠시 변소에 다녀온 것밖에는 잠시도 교실을 나간 적이 없는데, 아무도 온 적이 없었습니다.”

종선이가 말을 하자 선생님은 경식에게 고개를 돌려서 ‘너는…….’ 하고 묻는 모습을 보이시자

“저는 교실에서 한 걸음도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까 6학년 언니가 한 사람 잠시 교실에 왔다가 갔습니다. 저는 그냥 왔다 간 것만 보았습니다,”하고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한 사람씩 남겨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한 사람은 당번을 잘 못 한 벌로 운동장을 천천히 다섯 바퀴를 돌게 하였습니다. 먼저 경식이가 남고 종선이는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너는 교실에서 밖에 나가지 않았단 말이지? 그럼 누가 왔다 갔다고?”

“예, 저는 교실에서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6학년 언니가 잠시 교실에 들어 왔다가 그냥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그게 누군데? 너는 아버지가 공무원이시고 집안도 넉넉하니까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 당번이었으니 안 남길 수가 없지 않으냐? 그래 그 6학년 아이가 누구란 말이냐?”

선생님은 경식이를 달래듯이 말하면서 그 아이가 누군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경식이는

“저어……. 그 언니가 누군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라고 해보았자 불과 500명도 안 되는 조그만 학교이기 때문에 4학년이 교실에 들어온 6학년 언니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도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경식이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래 잘 알았다. 저기 앉아서 잘 생각을 해보아라. 종선이가 다섯 바퀴를 돌고 오기 전에 네가 생각이 나면 말을 해라. 만약 생각이 나지 않으면 종선이가 들어오면 네가 나가서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해라.” 하고 있을 때 종선이가 땀이 흠뻑 젖어서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선생님은 경식이에게 운동장을 돌라고 하시고는 종선이를 가까이 오라고 한 후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가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너는 교실 밖에를 왜 나갔어?”

“선생님 배가 아파서 잠시 변소에 다녀왔습니다.”

“그래? 그럼 그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5분도 안 걸렸을 것입니다. 설사가 나서 잠시 가서 누고 왔을 뿐이니까요.”

“그럼 화장실에 다녀올 때 누가 교실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니?”

“못 보았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 경식이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바로 유리창 앞에 가서 체육 시간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네가 화장실에 갈 때는 경식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경식이는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너는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어디 있었느냐?“

“저는 내 책상에서 다음 시간에 공부할 산수 문제를 풀고 있다가 배가 아파서 그냥 달려나갔습니다.”

“가기 전에 어디 다른 책상에는 가지 않았느냐?”

“다른 책상에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산수 문제를 풀다가 급해서 그냥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왜 돈이 없어진단 말이냐? 교실 밖에 나간 사람이 없는데?”

“저는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 온 것도 못 보았고, 제가 다른 책상에 가 본 적도 없습니다.”

“경식이는 교실 밖에를 나가지도 않았고, 6학년 아이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는데, 너는 본 적도 없다고 하고, 교실 밖에를 나갔다 왔으니 네가 어디에다가 감춰 놓고 들어 온 것이 아니냐?”

이 말을 들은 종선이는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지만 마을에서도 다른 성씨들의 틈에 끼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잘못이라도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살았고, 할아버지께서는 만약 다른 집의 감 하나만 따먹었다는 것을 아시면 당장 회초리로 종아리가 남아나지 않을 만큼 엄하게 때리시기 때문에 모든 형제가 거짓말이란 모르고 자라왔는데, 이제 당번을 잘 못 서서 도둑놈이라고 의심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선이는 오직 자기가 한 일만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종선이의 행동이 선생님께는 더욱더 의심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보통 때는 거의 말이 없는 종선이가 선생님이 묻기만 하면 되풀이해서 자신이 한 말만을 하고 또 하는 되풀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신 것입니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냐? 경식이가 볼 때 너는 교실 밖에를 나갔고, 상당히 있다가 들어 왔는데, 넌 그렇지 않다고 하고 다른 아이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는데 넌 본 적이 없다고 하니 아무래도 네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솔직히 말 못 해!”

선생님은 이제 화가 나서 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매를 들어서 위협을 했습니다. 그러나 종선이는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할 수도 없고 무엇을 가지고 나간 적이 없는데 의심을 받는 것이 억울해서 그냥 아니라고만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매를 좀 맞아 보아야겠구먼. 너 정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겠어? 너 한 번 생각해봐. 경식이네는 부잣집이고 너의 집안은 가난하여 늘 월사금도 제때 내지 못하고 있잖아. 그럼 그 돈이 없어졌는데 누굴 의심하겠어? 그런데 더구나 교실 밖으로 나간 사람은 너뿐이고 돈을 교실 어디에도 없었어.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말을 할래 아니면 매를 좀 맞을 거니?”

종선이는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펑펑 눈물만 흘리면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더욱더 의심스럽게 보인 선생님은 다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울기만 하지 말고 솔직히 말을 해. 그럼 용서해 줄 테니까. 돈은 어디에다가 감췄어? 엉?”

이제는 완전히 종선이가 훔쳐 간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종선이는 더욱 기가 막혀서 이제는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선생님, 정말 제가 훔친 거 아니란 말 이예요. 저는 보지도 못했어요. 너무 억울해요.”

하고 말을 하자, 선생님은 정말 화가 나서

“이 자식이 이제 대들어? 솔직히 말하라니까 아주 대들고 있어? 어디 좀 맞아 보아야 말을 할 거야?”

하시면서 사정없이 종선이의 종아리를 때렸습니다. 피하려고 하자 선생님은 옷을 걷어 올리라고 해 가지고 사정없이 종아리를 때리면서 얼른 말을 하라고 족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종선이는 본 적이 없는 돈을 훔쳤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억울합니다. 본적도 없는데 어떻게 훔쳤다고 하십니까?”하고 호소를 하였지만, 선생님의 화만 돋워 놓았습니다.

“뭐가 어째? 억울해? 그럼 그 돈이 어디로 날아갔단 말이냐? 어서 말을 못 해?”

선생님은 사정없이 종아리를 내리치셨습니다. 마침내 종선이의 종아리는 벌겋게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선이는 주저앉아서 ‘가난하다고 도둑놈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시 억울함이 밀려왔습니다.

선생님은 그때야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두 아이를 불러서 다시 다짐을 받습니다.

“너희 두 사람이 당번을 서다가 돈을 잃어버린 사건이 생겼어. 누가 보아도 너희 두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 내일이라도 솔직하게 말을 하도록 해 알겠지. 너무 늦었으니 어서 집에 가거라.”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설 때는 벌써 땅거미가 지고 있었습니다. 종선이는 학교에서 약 4km, 그리고 경식이는 약 4.5km 정도나 되는 먼 거리에서 다니는 아이들입니다. 두 아이는 교실을 나서자 집을 향하여 줄달음질을 쳤습니다. 경식이는 부잣집 아이라 잘 먹고 살아선지 몰라도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지만, 종선이는 4학년이 되었어도 130cm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에 깡마른 몸뚱이에 선생님께 맞은 종아리가 피가 터져서 발을 옮길 적마다 아려 왔습니다. 그래도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뛰다 보니 이제는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10월 들어 날씨가 제법 서늘하여 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종선이가 집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저녁이 끝나고 설거지를 하시던 어머니가 종선이를 부엌으로 오라고 해서 부엌에서 할아버지가 잡수시던 밥상에서 그 반찬에 밥을 퍼 넣었습니다. 아픈 다리를 펴지도 못하고 쭈그려 앉아서 밥을 먹고 일어서려니까 피가 나던 종아리에 옷이 엉겨서 다리를 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몰래 나가려던 종선이는 결국 어머니께 들키고 말았던 것입니다.

“어서 일어나라. 내가 씻고 약 발라 줄게. 어서…….”

어머니는 종선이를 일으켜서 씻겨 주고, 약을 발라주셨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종선이는 다음 날 학교에 갔습니다.

이렇게 이틀이 지나간 뒤에 교실 밑의 공간에 빠뜨린 연필을 주우려고 들어갔던 명철이가 손에 들고 올라온 물건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교실 밑에서 공책을 주었는데 경식이 공책이고 돈이 들어 있고 과자도 있어요.” 명철이의 말에 경식이는 얼굴이 하얗게 변하였지만, 누구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습니다.

“뭐라고?” 어디 일로 가져와 봐!“

선생님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 하셨습니다.

명철이가 가져다준 것은 분명히 경식이의 공책인데, 공책 속에는 5백 환짜리 두 장이 접힌 채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책과 함께 두 봉지의 과자가 함께 들려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그럼 이 돈은 경식이가 훔친 돈이고 거기다가 감춰두고 몰래 쓰고 있었단 말인가?’

경식이와 종선이가 다니는 학교는 군내의 두 읍을 이어주는 중요한 도로의 바로 곁에 있는 학교입니다. 도로와 운동장 사이에 농사지을 때 물을 끓어가는 작은 도랑 같은 물길이 있고 바로 학교 운동장입니다. 일본 시절에 지어진 학교는 일본이 처음에 지은 현관이 있는 건물<본관>에는 가운데 교무실로 쓰는 현관이 있고 양쪽으로 교실 두 칸씩이 있습니다.

나중에 지은 두 칸의 교실은 교실 바닥과 땅바닥 사이가 약 90cm 정도나 높다랗게 지어져서 교실 밑바닥의 마룻장 틈이나 옹이구멍으로 연필이나 지우개 같은 것이 빠지면 뚜껑을 열고 들어가서 찾아 나오곤 하였습니다. 바로 경식이네가 사용하는 교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다시 두 칸의 교실이 있는데 이 교실들은 그렇게 높지 않아서 바닥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실 바닥에 경식이가 돈을 감추어 두고 몰래 가져다가 과자를 사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틀 전에 교실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돈 천 오백 환은 이렇게 나왔지만, 선생님은 이 일에 대해서 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아니 종선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씀은 있었어야 할 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넘어가자,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에 대해서 불평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선이를 그렇게 쥐어 패 놓고도 미안하지도 않는가?”

“경식이네는 면서기 집이라서 잘 산다고 잘 봐주더니 너무 한다.”

“지난여름에는 우리들 데리고 가서 경식이네 모도 심어 줬잖아! 그런데 경식이가 잘 못 했다고 때리지도 못하고 가난한 종선이만 억울하게 피가 터지도록 매를 맞았구나.”

“야 종선아. 어디 종아리 좀 보자. 아직 피가 나지?”나이가 많은 형뻘이 되는 동급생들이 억지로 종선이의 종아리를 걷어 올려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워마, 이것 좀 봐라. 아직도 피가 엉겨 딱지가 되었네. 얼마나 아팠을까? 저런 선생님도 선생이라고 가난한 아이들을 차별이나 하고 도둑으로 몰아 매를 때려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다니,,,,,,”

“선생님이고 뭐고 부잣집 아이들만 이뻐하고 지네 집안 아이들에게 점수도 올려 주려고 애를 쓰고 정말 못돼 먹었어.”

이젠 대놓고 선생님을 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종선이는 가난한 집안이 원망스럽기만 하고 자신에게 한 선생님의 매질에 대해서 원망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 선생님이 월사금을 안 냈다고 두 번씩이나 집에까지 찾아오셨던 것을 생각하면 도리어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었습니다.

종선이와 경식이가 사는 마을은 학교에서도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멀리서 다니는 일 때문에 나이가 한두 살씩 많은 아이가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선이에게, “너도 경식이처럼 거짓말을 했으면 안 맞았을 거 아니야. 바보같이 거짓말도 못 해서 종아리가 터지게 맞았니? 공부는 잘하면서 거짓말도 못 하니?” 하고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종선이는 거짓말을 못 해서 맞았다는 말에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게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해서 늘 수군거리고 누구만 이뻐 하느니, 자기 친척이라고 누구에게만 점수를 더 주었느니 하고 욕을 하였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분명한 차별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종선이는 크게 불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딱지가 앉은 채 흉터로 남아서 아마도 평생을 이런 억울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부잣집 아이라고 감싸고 의심도 하지 않았던 선생님의 행동이 더 마음이 아프고 잊히지 않는 흉터처럼 늘 생채기가 되어 남았습니다.

 

그날의 아픔은 피가 터져서 흉터로 남아 아려오는 상처가 아니라, 아직도 귀에 쟁쟁하게 마음에 깊이 박힌 매서운 차별이라는 못이었습니다.

그날이 있은 지 이미 6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선생님의 그 말씀

“아무래도 매를 좀 맞아 보아야겠구먼. 너 정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겠어? 너 한 번 생각해봐. 경식이네는 부잣집이고 너의 집안은 가난하여 늘 월사금도 제때 내지 못하고 있잖아. 그럼 그 돈이 없어졌는데 누굴 의심하겠어? 그런데 더구나 교실 밖으로 나간 사람은 너뿐이고 돈을 교실 어디에도 없었어.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말을 할래 아니면 매를 좀 맞을 거니?”

하고, 말하던 가난하기에 의심받아야 했던 그 아픔이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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