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을 성찰하게 한 영화 『미쓰 백』

하성환 주주통신원l승인2018.11.08l수정2018.11.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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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쓰 백> 포스터.

자신의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연상시키는 지은(아역 김시아 분)이를 만난 뒤 미쓰 백(한지민 분)은 갈등을 겪는다. 그럼에도 혼란을 딛고 사회적 약자인 지은이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영화 <미쓰 백>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거꾸로 아동학대를 방임하는 국가의 역할부재, 즉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출처 : 리틀빅 픽처스)

2018년 10월 11일에 개봉된 영화 『미쓰 백』은 '아동학대'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영화 전편에 흐르는 강렬한 메시지는 '아동학대'를 넘어서서 '아동학대'를 방임하는 '국가폭력'의 추악함을 고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후기나 댓글들을 읽어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아동학대'에 머물고 있다. 시청 소감으로선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영화 『미쓰 백』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다루었다. 또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스스로도 가정폭력, 즉 아동학대를 중심소재로 다루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영화 『미쓰 백』은 감독의 의도와 달리 감춰진 '국가폭력'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국가폭력'을 사실적으로 발가벗긴 사회고발성 짙은 영화이다. 그렇게 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주연, 조연 배우들의 명대사에 함축된 의미를 살펴보자.

 

미쓰 백, 백상아(한지민 분)가 여고 3학년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성폭행범을 깨진 유리로 찌른다. 명백한 정당방위였지만 성폭행범은 사회지도층 2세였다. 국가공권력은 부와 권력을 거머쥔 성폭행범의 편에 서서 그를 풀어준다. 그리고 정당방위를 행사한 여고생을 거꾸로 가해자로 둔갑시켜 구속시킨다. 힘의 논리가 그대로 관철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국가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이 내뱉는 대사가 함축하는 의미는 크다.

'아버지가 재벌이고 외할아버지가 판사인데...'

성폭행범인 사회지도층 2세를 국가권력이 나서서 비호하는 장면이자 바로 일상적인 국가 폭력이 작동되는 방식이다. 어쩌면 그 대사는 정의가 세워지지 못한 한국현대사의 일그러진 단면을 연상시킨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민족운동가들에 대해 자행한 역청산, 바로 국가폭력을 떠올리게 한다. 4・3학살과 국민보도연맹 학살은 군경으로 대표되는 국가폭력 그 자체였다.

당시 국가폭력을 상징하는 언어는'빨갱이들! 폭도 새끼들인데...'

그 한 마디면 모든 게 끝났다. 국가폭력이 관철되는 방식이었으니까.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미쓰 백을 전과자로 만든 것은 적극적 의미의 국가폭력이다. 그렇다면 국가폭력이 일상에서 미시적 폭력으로 뿜어져 나올 때 국민을 방치하고 보호시설 설립을 태만히 하는 것은 소극적 의미의 국가폭력이다. 다음 대사와 장면들은 소극적 의미의 국가폭력을 압축적으로 암시한다. 휴머니즘을 발산하는 형사 장섭(이희준 분)의 명대사가 그렇다. 학대 받은 지은(김시아 분)이를 찾으러 가면서 내뱉는 장면이다.

'애들이 갈 수 있는 데가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 되냐고 씨☓'

이 대사는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되묻는다. 21세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실에서 국가의 역할은 실종된 채 시장의 현란함만 난무한다. 그런 현실을 개탄하는 장면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9개이다. 그곳에서 보호받는 어린이는 147,372명뿐이다. 학대 피해를 받은 피해 아동 발견율이 인구 1000명 당 2.15명 수준으로 형편없이 낮다.

 

그런가하면 미쓰 백(한지민 분)이 오갈 데 없는 지은(김시아 분)이에게 던지는 명대사가 있다.

"나는 너한테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줄 것도 없어. 대신 네 옆에 있어 줄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줄 쉼터를 국가가 나서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영화 『미쓰 백』은 그렇질 못하다. 어린 아이를 학대하거나 여성을 학대하는 가정폭력은 난무하지만 국가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가가 나서서 폭력의 피해자인 어린이를 보호하고 약자인 여성을 마땅히 지켜주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배반된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6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를 받은 아이가 쉼터에서 나온 뒤에 원 가정으로 복귀하는 비율이 46.4%에 이를 정도이다. 다시 가정 폭력이라는 반복되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왜냐하면 어린이를 학대하는 장소의 82.2%가 가정 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의 역할이 부재한 현실을 대신하는 미쓰 백의 명대사는 정곡을 찌른다. '내가 지켜줄게!'

 

국가의 역할이 미약하고 폭력만이 난무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 지은(김시아 분)이가 미쓰 백(한지민 분)에게 던진 짧은 대사는 정체성 혼란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명대사이다. "미쓰 백은 미쓰 백이 싫어요?"

그러나 영화 『미쓰 백』은 정체성 혼란 속에서도 제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상처 받은 아이에게 작지만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국가의 역할이 부재한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이런 나라도 같이 갈래?' 라며 약자의 상징인 지은(김시아 분)이에게 손을 내민다.

 

영화 『미쓰 백』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실존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상황의 연속이지만 인간성을 저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미쓰 백의 처절함이 돋보인다.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끝끝내 자신보다 못한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형사 장섭(이희준 분)의 차 안에서 미쓰 백은 '빨리 차 세우라'고 고함을 친 뒤, 차에서 급히 내린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지은이(김시아 분)에게 되돌아 달려간다. 미쓰 백을 부르며 폭력을 피해 달아나던 지은이를 구하기 위해 질주한다. 자신도 상처투성이 인생이지만 자신보다 더 끔찍한 폭력 속에 노출된 지은(김시아 분)이를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기 때문이다. 인간성의 승리이자 폭력이 난무하는 실존적 상황에서 자기 주체성을 찾아가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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