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주가 아닌 ‘주주통신원’으로서 이번 주주총회는 내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선 이른 아침 전국에서 모여드는 주주들을 위해 많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또 주총특별취재를 위해 주총 전날 경주, 전주 등 멀리서 올라와 자고 아침도 못 먹고 달려온 주주통신원 분들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거다. 집안 일로 전날 사전 준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나는 그분들이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행사장 로비에 한겨레주주통신원 부스를 설치하고 주주님들을 맞을 준비를 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송구스럽기만 하였다.

그렇게 애써 준비했건만 행사장 로비에 들어선 주주 한 분이 “신문 한 장도 준비 안 해놨어?”라며 행사 진행하는 한겨레 직원들을 나무랐다. 조금은 낯 뜨거웠다. 당일 신문을 준비하지 않은 회사측 실수도 그렇고 행사준비 하느라 고생하는 직원에게 대뜸 호통부터 치는 것도 그렇고. 이날 50여 명의 한겨레 임직원들이 행사 준비를 위해 나섰다. 지하철역에서 행사장인 백범김구기념관까지 버스 운행 안내와 행사장 입구에서 주주확인과 선물 배정을 준비한 직원부터 행사장 안의 현수막과 영상 음향시설 설치, 600여 개의 탁자와 의자 배치 등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모습이 매년 보아온 주총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다른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주들로 구성된 한겨레 주총 특별취재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요상 주총 특별취재반 운영 팀장을 비롯해 행사취재팀, 주주인터뷰팀, 본부지원팀으로 나눠 15명의 주주통신원이 주총장 안팎을 누볐다. 행사장 주변의 모습, 행사 진행 내용은 물론 많은 주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마도 한겨레 주총에서 주주들이 나서서 직접 취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날 새로운 주주통신원 20여 명도 새로 신청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문화행사로 안중근어린이합창단과 가수 전인권의 공연과 김선우 시인의 시낭송이 끝난 후 주총 본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안건심의에 들어가면서부터 거북스런 광경이 자주 보였다. 의안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 주주, 반말과 삿대질하며 경영진을 몰아붙이는 주주, 자기 할 말만 길게 하곤 서둘러 자리를 뜨는 주주 등.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주인이 머슴 나무라듯 경영진을 호통쳤다.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알고보면 직원들도 한겨레 주주인 주인이기도 하다. 한겨레 직원들은 2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아닌가. 그들은 한겨레에 몸담고 더 한겨레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다.

이런 불편한 마음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진 주주통신원은 주총 본 소감을 적은 글에서 “신문사만 세워놓는다고 저절로 신문이 나오는 건 아니다. 신문을 만드는 수많은 노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신문사가 없으면 일할 수 없다. 결론은 단순하다. 주주가 우월할 이유도, 직원들이 기죽을 이유도 없다. 주주가 교만할 연유도 없고, 사측(직원들)이 비굴할 까닭도 없다.”라고 밝혔다. (전문 보기: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42)

주주들의 발언 내용 중 많은 이를 절망을 하게 한 것은 “볼 것이 없어서 주주인 나도 한겨레신문을 보지 않고 있지만.....”이라며 말을 꺼내는 주주들이었다. 보지도 않았는데 볼 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일단 보면서 어떻게 고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일러주고 충고를 하는 것이 주인 된 바른 도리가 아니겠는가?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더 이상 이런 비상식적인 말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희망을 본 건 호통치는 주주 뒤엔 꼭 직원들을 격려하는 주주가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발언한 많은 주주들 중 가장 빛난 분은 김동수 주주라고 생각한다. 이미진 통신원의 말마따나 머슴 나무라듯 해대는 뭇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 한겨레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김동수 주주. 그는 공인회계사이며 법학박사다. 해마다 한겨레 주주통회에 참석하여 전문적인 재무회계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그는 주주발언을 통해 “이번 세출 항목 중에서 0000 부분은 세무법상 서류를 제출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항목입니다. 저와 친구들을 동원하여서 이를 처리하여 드릴 테니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공인회계사이며 법학박사인 그는 매해 한겨레 주주통회에 참석하여 전문적인 재무회계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이다. 그는 “외국의 국제회계사들을 동원해서라도 꼭 반환 받도록 돕겠다”는 말씀을 했다. 또 “내년부터는 한겨레 주주총회를 메이저 신문에도 광고를 하여서 외국에 있는 주주들도 올 수 있도록 해주면 그들과 함께 신문사의 어려운 세법상의 문제들을 돕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 바로 이런 자세가 우리 주주들이 가져야 할 바른 자세야!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 국민주주들의 참다운 모습이 아닐까? 이런 자세로 우리 한겨레를 밀어주고 끌어 주어야 더 좋은 신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제27기 주주총회 소식 보기: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9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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