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천지에서 손 맞잡고

 

  천지와 백록담에서

             김광철

 

2018년 9월 20일

헤어져 딴 살림 차리고 싸운 지 얼마만이더냐

김정숙여사가 들고 갔다는 한라산 물이 비록 삼다수면 어떻단 말이더냐

그 물 천지 못에 반 붓고, 천지 물 반 담아서 한 병을 이루니

비로소 겨레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더냐

문대통령은 북녘 외가 땅을 밟고, 김위원장은 남녘의 외가 땅을 찾아

천지 물 담고 와 그 절반은 백록담에 붓고, 백록담 물 받아 한 병을 채운다면

그걸 촌스러운 퍼포먼스라고 할 수만이야 있겠는가

절실함이 만들어낸 그런 연출에 팔천만 겨레의 가슴은 요동을 치는 걸

그 물이 한 병에 모여 섞이면 그 속에 살아숨쉬는 남북의 뭇생명들이 어울려 한 병을 한 집으로 알고 살아가듯이

양키, 뙤놈, 로스케, 왜놈들이 편을 지어 우릴 나누어 쌈박질 시킨다고

죽기 살기로 머리통 돌덩이로 찧으며 싸울 게 뭐가 있나

이 동네는 아직도 철없는 이들이 좀 설쳐대긴 한다만

그게 뭐 그리 대단한 힘이 되겠나

그들이 그 길을 막아서서 으르렁대고 있으면

동네 형님이 과자도 주고, 권투 글러브도 빌려줄지는 모르지만

동네 형님 믿지 마라

동네 형님도 때가 되면 늙어지고, 다시 새로운 형들이 뒤를 봐주겠다며 나서겠지만

그래도 결국 우린 형제 아닌가

김위원장님, 한 걸음에 달려오세요

문대통령이 한 걸음에 달려갔듯이

오실 땐 천지 물 듬뿍 담고와서 백록담 물도 듬뿍 담아 섞은 다음

여덟 병에 나눠 담아

남북 팔도 광장에 진열해놓고 마르지 않도록 좋은 장치해놓아 주세요

송이가 내려오고, 귤이 올라가듯

백두산 들쭉주라도 한 병 들고 오세요

한라산 천지신명님과 조상님 전에 한 잔 따라올리자구요

천세, 만세 남북이 서로 보듬으며 이 땅을 영원히 지켜주십사고

또 한 번 손 맞잡아 주세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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