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천마산에 피는 봄꽃은 참 다양하다. 앉은부채, 복수초, 노루귀, 둥근털제비꽃, 점현호색, 금괭이눈, 금붓꽃, 미치광이풀, 처녀치마,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달래, 산자고, 중의무릇, 얼레지, 피나물, 큰괭이밥, 개별꽃, 족도리풀 등을 비롯하여 생강나무, 올괴불나무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많은 봄꽃 중에서도 가장 일찍 피는 꽃은 단연 너도바람꽃이다.

너도바람꽃은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과 함께 미나리아재빗과 너도바람꽃속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국명은 우리나라 초기 분류학자 정태현이 '바람꽃'을 닮았다 하여 '너도바람꽃'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다. 다른 이름으로 절분초(節分草)라고도 하는데 '겨울과 봄의 계절을 나누는 풀'이란 뜻이다.

학명은 'Eranthis stellata Maxim.'이다. 속명 'Eranthis'는 '봄에 피는 꽃'이란 뜻이고, 종소명 'stellata'는 '반짝이는 별 모양'이란 뜻이니 학명은 '반짝이는 별 모양 봄꽃'이란 뜻이다. 그렇지만 눈이 녹은 가랑잎 사이사이에 하얗게 핀 너도바람꽃을 내가 천마산에서 처음 본 느낌은 마치 옥수수 튀밥을 흩뿌려 놓은 듯했다.

너도바람꽃은 중국 만주, 러시아의 우수리, 아무르 등 주로 북방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지리산(장당골), 남덕유산, 주흘산을 비롯하여 경기도, 강원도의 높은 산 습기가 많은 계곡가 낙엽수림의 반그늘에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너도바람꽃속 외에 북부지방에 분포하는 매화바람꽃속 1종, 나도바람꽃속 1종, 바람꽃속(Anemone) 12종 등의 바람꽃 종류가 생육한다.

서울 근교 천마산 북쪽 사면 중턱에서는 3월 10일경 노루귀나 복수초보다 약 1주일 정도 빠르게 핀다. 지난 주말 찾은 천마산엔 아직도 잔설과 얼음이 골짜기에 그대론데 언 땅을 뚫고 가녀리면서도 앙증맞은 꽃망울 터뜨렸다. 그 놀라운 생명력이 새삼 경외스러울 따름이다. 키가 작은 너도바람꽃으로선 키가 큰 활엽수림이 우거지기 전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햇빛을 충분히 받아 결실해야 종족을 보전할 수 있기에 서둘러 개화하는 나름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수염뿌리가 많이 달려 있는 땅속 덩이뿌리에서 꽃줄기와 뿌리잎이 나온다. 꽃줄기는 높이 10~15cm가량이다. 뿌리잎은 2-3장 나오는데 자루가 길고, 3갈래로 깊게 갈라진 후 다시 깃 모양으로 작게 갈라진다. 꽃을 받치고 있는 꽃싸개잎은 돌려난 것처럼 보이며 3갈래로 크게 갈라지고 다시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3월 10일 전후해서 피기 시작한 꽃은 꽃줄기 끝에 보통 1개, 드물게는 2개씩 피기도 하는데 지름은 1~3cm이고 흰색이다. 꽃자루는 길이 1cm쯤이고,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잎은 5~7장이다. 기실 꽃잎은 작아서 수술처럼 보이며 끝이 2갈래로 갈라져서 노란색 꿀샘으로 된다. 열매는 길이 1cm 정도의 반월형 골돌이며, 2~5개가 달린다. 5~6월에 익으면 벌어진다. 종자는 갈색으로 둥글다.

내가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하여 알게 된 것 중 상당수는 천마산에서 익혔다. 몇 년 전엔 입구에 대단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더니 천마산을 찾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많아진다. 요즈음엔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 보급에 힘입어 평일에도 야생화 동호인들이 대부대를 이루어 줄을 잇는다. 눈을 가져다 뿌린다든지, 돌멩이를 세우고 이끼를 올려놓는 등 연출을 하고 돛자리를 깔고 엎드려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식물을 단순히 피사체로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식물은 몸살 한다. 식물은 단순히 사진 촬영의 모델이 아니라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우리나라의 귀중한 생물자원이란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이호균 주주통신원  lee1228h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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