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소나무 

 

여주에 있는 어떤 캠프장 뜰.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본다.
소나무 한 그루가 나를 붙잡는다.

 

처음에는 유난히 유세를 떠는 줄 알았다
밑동은 실한데 어디로 이어지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늘이 무거운가, 하늘에 맡겼는가?
허리가 휘어지고 등은 틀어지고
수족은 뒤틀리고 모가지까지 돌아갔다.
차라리 누워버리지 뭣땜시 서 있을까?
마디마디 옹이진 모습이 짠하기 그지없다.

 

 

삶의 무게가 절로 내 어깨마저 짓누른다.
눈을 씻고 봐도 솔방울 한 개 달지 못한 불임이다.
난도질도 이런 난도질은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날까지 옥죄이고 살아왔음이 분명하다.

 

모진 세상이다.
남이사 죽지 못해 가쁜 숨 몰아쉬어도
지놈 뱃속만 다지면 그뿐.
필시 어떤 놈은 저렇게 남의 뼈까지 성냥질해 놓고
당골네처럼 간드러진 춤사위를 펼쳤겠지.

 

하지만 놀랍다.
돌멩이를 등받이 삼아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더디지만 에둘러 하늘을 향하고 있다.
강추위 칼바람 제 아무리 독한들
오는 봄 막을 수는 없을 거다.

 

하늘은 언제나 열려 있거든
머잖아 송홧가루 날리겠지.
조랑조랑 솔방울 맺히겠지.
햇살마저 시리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춘근 주주통신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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