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요20수 〔只由謠 二十首〕

출처 : 고전번역서 무명자집 시고 제3책

어떤 이는 땅을 사서 돈을 만들고 / 買之土成金
어떤 이는 비단 팔아 갈옷 해입네 / 賣之錦爲褐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넉넉함과 굶주림이 달라서라네 / 只由飽與渴

▲ 출처 : 한겨레, 작가 이무성, 조선의 청백리 유관의 우산각(雨傘閣), 비가 새는 초가 안방에서 우산으로 빗물을 피하다. 청백리인지 무능한 것인지...

남들은 시레기죽이 고기보다 낫다지만 / 人藿勝如肉
나는 막걸리도 마시지 못한다네 / 我醪不以漿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부유함과 가난함이 달라서라네 / 只由炎與凉

설상가상 가난하면서 천하기까지 / 貧賤雪加霜
금상첨화 부유하면서 귀하기까지 / 富貴花添繡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방해하고 도와줌이 달라서라네 / 只由害與佑

보옥을 가지고도 월형을 당하고 / 寶玉悲三刖
노둔한 말로도 구가를 달리노라 / 駑駘騁九衢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억누르고 추켜줌이 달라서라네 / 只由抑與扶

원헌은 가난하고 계씨는 부유하며 / 原貧季聚財
도척은 장수하고 안연은 단명했네 / 跖壽顔無命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사특함과 바름이 전도되어서라네 / 只由邪與正

글을 읽어도 마음이 의롭지 못하고 / 讀書心非義
배우지 않아도 행실이 남보다 낫네 / 無學行出人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위선과 진실이 달라서라네 / 只由僞與眞

현철은 종풍을 원망하고 / 淑美怨終風
소인배가 임금을 모시네 / 闒冗侍金殿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참소와 천거 때문이라네 / 只由讒與薦

천년 고목에 꽃이 피기도 하고 / 花發千年槁
하룻밤 우레에 비석이 부서지기도 하지 / 碑轟一夜雷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엎음과 북돋움 때문이라네 / 只由傾與栽

다 같은 지위라도 성쇠가 다르고 / 地醜榮枯殊
다 같은 일이라도 상벌이 갈리네 / 事均賞罰異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오연함과 아첨 때문이라네 / 只由傲與媚

남과 만나면 정답게 인사하면서 / 他人路傾蓋
친척은 먼 남보다 관심이 없네 / 親戚越視秦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부유함과 가난함이 달라서라네 / 只由富與貧

부지런히 밭 갈아도 굶주리고 / 勤耕腹每枵
희희낙락 방탕해도 늘 즐겁네 / 浪戱身長樂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세력의 강약이 달라서라네 / 只由強與弱

거짓으로 속여도 뜻을 이루고 / 譎欺恒得意
진실해도 도리어 의심을 받네 / 誠信乃遭疑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공변됨과 사사로움 전도되서지 / 只由公與私

조균이 그믐과 초하루를 말하고 / 朝菌語晦朔
메추리가 붕새의 날개를 비웃네 / 斥鷃嘲鵬翼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자만과 어리석음 때문이지 / 只由夸與惑

닭을 찾느라 악작을 놓치고 / 呼雞失鸑鷟
게를 낚느라 고래를 놓치네 / 釣蟹漏呑舟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무지함과 유약함 때문이지 / 只由暗與柔

맨손으로 범을 잡던 어제의 상처 잊고 / 暴虎忘昨傷
전철을 따라가다 줄줄이 엎어지네 / 結轍尋前覆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경계할 줄 모르고 욕심 많아서지 / 只由忽與慾

농렴이 자사를 축출하고 / 隴廉蹴子奢
납칼이 막야에게 으스대네 / 鉛刀高莫邪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칭찬과 훼방이 달라서이지 / 只由揚與遮

사기 치는 주제에 성실함을 요구하고 / 己詐責人誠
남의 보옥을 제 기왓장과 바꾸려 드네 / 爾瓊博我瓦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술수와 가식에 능해서라네 / 只由機與假

소악과 정성이 함께 연주되고 / 韶與鄭交奏
자색과 주색이 섞여 칠해졌네 / 紫將朱混施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爾
가려지고 속임을 당해서지 / 只由蔽與欺

징험할 수 없는 이치도 있고 / 理有不可徵
전례가 없는 일도 있다네 / 事有不可例
물어보자 무슨 이유인가 / 借問緣何然
시대와 형세가 달라서라네 / 只由時與勢

마음을 텅 비우면 내 스스로 알지니 / 心虛我自知
높은 하늘에 그대여 호소하지 말라 / 天高君莫籲
이리저리 생각하면 천만 이유 있겠지만 / 反復雖萬端
모두가 천명과 운수 때문인 것을 / 都由命與數

 

O, 보옥을 :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도리어 내침을 당한다는 뜻이다. 화씨는 춘추 시대 초나라 사람 변화(卞和)이다. 변화가 박옥(갈지 않은 옥의 원석)을 캐서 초 여왕(楚厲王)에게 바쳤더니 왕은 돌멩이를 가지고 옥이라고 속인다 하여 변화의 왼쪽 발꿈치를 깎아버렸다.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변화는 또 박옥을 바쳤다. 무왕 역시 속인다고 하며 이번에는 오른쪽 발꿈치를 깎았다. 그후 문왕(文王)이 즉위했는데, 변화는 박옥을 안고 형산(荊山) 밑에서 울고 있었다. 문왕이 사람을 시켜 물으니 “보옥(寶玉)을 돌이라 하고, 정직한 사람을 속인다고 하는 것이 슬프다.” 하였다. 왕이 옥공을 시켜서 박옥을 다듬었더니, 과연 한 아름이나 되는 귀한 보옥이 나왔다고 한다. 이것이 ‘화씨지벽(和氏之璧)’이다. 《韓非子》
원문의 ‘삼월(三刖)’은 오형(五刑) 곧 일의(一劓), 이묵(二墨), 삼월(三刖), 사궁(四宮), 오대벽(五大辟)에서 온 말로, ‘세 번째 형벌인 월형’이라는 뜻이다.

O, 구가(九衢)를 : 도성의 넓은 거리를 가리키는 말로, 포조(鮑照)의 악부시(樂府詩)에 “넓은 거리는 물처럼 잘 닦였고, 높은 궁궐은 구름 속에 떠 있는 듯.〔九衢平若水 雙闕似雲浮〕”이라고 노래하였다. 《文選 卷28 結客少年場行》 여기서는 고관대작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를 중의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O, 원헌(原憲)은 가난하고 : 원헌은 춘추 시대 노(魯)나라 자사(子思)인데, 공자의 제자이다. 원헌은 공자가 죽은 뒤에 궁벽한 시골로 들어가 지게문을 쑥대로 엮어서 달고 지붕을 생초(生草)로 이어 놓고 살았다. 이때 위(衛)나라 재상으로 있던 자공(子貢)이 그를 찾아가니 남루한 옷차림으로 만나주었다. 자공은 그의 행색이 수치스러워 말하기를 “혹시 병이 들지 않으셨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나는 들으니, 재물이 없는 자를 가난하다 말하고 도를 배우고서도 능히 행하지 못하는 자를 병들었다고 말한다 하였습니다. 나는 가난한 것이지 병든 것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禮記 檀弓下》

O, 계씨(季氏)는 부유하며 : 계씨는 춘추 시대 노나라 대부이다. 노나라의 실권을 쥐고서 국정에 깊이 관여했는데, 그의 영향력과 경쟁력은 노나라 군주를 능할 만큼 막강했다. 취재(聚財)는 가혹한 정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말한다. 원헌과 대비하여 선한 사람이 가난하게 살고 악한 사람이 부와 권력을 거머쥔 부조리를 꼬집기 위해 인용하였다.

O, 도척(盜跖)은 …… 단명했네 : 도척은 춘추 시대 인물이다. 《장자》 〈도척〉에 의하면 유하혜(柳下惠)의 아우로 성은 ‘전(展)’이고 이름은 ‘척(跖)’인데, 도적 떼 구천을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한 대도(大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척이라 불렀다고 한다. 가축을 훔치고 부녀자를 약탈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장수하였다고 한다. 안연(顔淵)은 공자의 수제자로, 덕행과 학문에 뛰어나 거의 성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마천은 《사기》 권61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안연은 빈궁한 생활 속에서 거친 밥도 실컷 먹지를 못하다가 결국은 일찍 죽고 말았다. 하늘이 선인(善人)에게 보답하는 것이 과연 어떻다 하겠는가. 도척은 날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쳐서 먹었으며 포악한 행동을 자행하면서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하다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하늘은 그에게 무슨 덕이 있기에 이렇게 해 주었는가. 과연 천도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儻所謂天道 是耶非耶〕”라고 통렬한 회의를 던졌다. 무명자 역시 이것이 올바른 천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전고를 인용하였다.

O, 종풍(終風)을 원망하고 : 《시경》 〈종풍(終風)〉은 포학한 장공(莊公)이 어진 부인 장강(莊姜)을 홀대하고 희롱하여, 장강이 이를 슬퍼하는 노래이다. 흔히 어진 이를 몰라보는 임금을 원망하는 신하가 자신의 심정을 가탁할 때 인용하는 시이다. 그중 3장을 보면 “하루 내내 바람 불고 또 음산하고는, 하루가 못되어 또다시 음산하다. 잠깨어 잠 못 이루며 이것을 생각하면 눈물콧물이 나오노라.〔終風且曀 不日有曀 寤言不寐 願言則嚔〕” 하였다.

O, 하룻밤 …… 하지 : 천복비(薦福碑)의 고사이다. 중국 요주(饒州)에 있는 비로, 당(唐)의 이북(李北)이 글을 짓고 구양순(歐陽詢)이 글씨를 썼다. 송(宋)의 범중엄(范仲淹)이 요주의 태수로 있을 때 한 선비가 찾아와서 “평생에 한 번도 배불러 본 적이 없었으니, 세상에 나처럼 춥고 배고픈 자가 어디 있겠느냐.” 하였다. 그 당시 천복비문(薦福碑文) 묵본(墨本)의 값이 천금이었다. 희문이 생각하기를, 천복비문 천 장을 탁본하여 이 사람에게 주어 서울에 가서 팔아 가난을 면케 하리라 하고 종이와 먹을 다 준비해 놓았더니 그날 밤에 벼락이 천복비를 쳐부숴버렸다. 이는 운명이 기박한 사람은 아무리 구제하려 해도 안 된다는 뜻이다. 《墨客揮犀》

O,엎음과 북돋움 : 하늘이 살려줄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려주고 버릴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버린다는 말이다. 《중용장구》 제17장에 “하늘이 물건을 낼 적에는 반드시 그 재질을 따라 돈독히 한다. 그러므로 심은 것은 북돋아 주고, 기운 것은 엎어버리는 것이다.〔天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 故栽者培之 傾者覆之〕”라고 한 것에 근거를 둔 표현이다.

O, 조균(朝菌) : 거름더미 위에서 아침에 생겨났다가 저녁에 죽는 버섯이다.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한 달의 끝과 처음인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한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아침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하고, 쓰르라미와 여치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朝菌不知晦朔 蟪蛄不知春秋〕” 하였다. 실제로 망태버섯은 보통 7~8월의 장마철 새벽녘에 피기 시작하여, 자루가 성장하고 망태가 펼쳐지고 난 뒤 2~3시간 정도 지나면 망태가 사그라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살이 버섯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O, 악작(鸑鷟) : 왕업(王業)을 이룰 때 상서로운 조짐으로 나타난다는 봉황새의 일종이다. 《국어(國語)》 〈주어 상(周語上)〉에 “주나라가 흥할 때에 악작이 기산에서 울었다.〔周之興也 鸑鷟鳴於岐山〕〕” 하였다

O, 고래를 놓치네 : 본문의 ‘누탄주(漏呑舟)’는 ‘망루탄주(網漏呑舟)’의 준말이다. 탄주는 배를 삼킬 만큼 큰 물고기 또는 고래이다. 그물이 헐거우면 배를 삼킬 만한 큰 고래도 빠져나가듯이 법망이 허술하고 약하면 큰 죄인이 모두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곧 세력이 없는 관리의 작은 잘못을 잡으면서 큰 죄를 저지른 세력가들은 모두 빠져나가는 현실을 풍자한 표현이다. 《史記 卷122 酷吏列傳序》

O, 맨손으로 범을 잡던 : 무모한 용기를 말한다. 자로(子路)가 “부자께서 삼군을 인솔하고 전장에 나가시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子行三軍則誰與〕” 하고 물으니, 공자가 “범을 맨손으로 잡으려 하고 하수를 맨몸으로 건너려다가 죽어도 뉘우침이 없는 자를 나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일을 당하면 두려워하고, 계책을 내기를 좋아하여 성공하는 자라야 할 것이다.〔暴虎憑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라고 한 말을 인용한 표현이다. 《論語 述而》

O, 농렴(隴廉)이 자사를 축출하고 : 농렴은 옛날 못생긴 여인의 이름이다. 《초사(楚辭)》 〈엄기(嚴忌) 애시명(哀時命)〉에 “구슬〔璋珪〕이 시루 구멍에 섞임이여! 농렴(隴廉)과 맹추(孟娵)가 궁(宮)을 함께 하도다.〔璋珪雜於甑窐兮 隴廉孟娵同宮〕”라고 하였다. 자사(子奢)는 정(鄭)나라의 미인이었다. 《전국책(戰國策)》 권17 〈객세춘신군(客說春申君)〉에 “여주(閭姝)나 자사에게 중매 넣을 생각은 아니하고, 모모가 구혼(求婚)하니 좋아한다.〔閭姝子奢 莫知媒兮 嫫母求之 又甚喜之兮〕” 하였다. 맹추(孟娵)는 고대 미녀의 이름이고, 여주 역시 양왕(梁王) 위적(魏翟)의 미녀이다. 모모는 황제(黃帝)의 넷째 왕비인데, 아주 못생긴 여인이다.

O, 소악(韶樂)과 …… 연주되고 : 소악은 순 임금의 음악으로 성덕이 있는 음악이고, 정성(鄭聲)은 정나라의 음악으로 음란한 노래이다. 공자는 소악을 듣고 3개월 동안 침식을 잊고 빠져들었으며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선하다.〔盡美矣 又盡善也〕”라고 평하였다. 또 정성을 두고는 추방해야 한다고 하였다.

O, 자색(紫色)과 …… 칠해졌네 : 자색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간색(間色)이 아니고, 주색은 정색(正色)이다. 그래서 공자는 “나는 자주색이 주색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의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전복시키는 것을 미워한다.〔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라고 하였다. 《論語 陽貨》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이규필 (역) | 2014+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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