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누구를 때린 셈인가?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다. 70주년이다. 생각건대, 인권 탄압이나 침해는 국가 폭력성의 적극적 발현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인 올해에 이르기까지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소리는 아직도 여전하다. 민주와 인권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일상생활에서 끊이지 않는 개개인 간 생활상 인권침해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

편찮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그게 세상살이라고 치부하며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고 지나치려고 하지만, 그렇게 안 되는 일은 데이트 폭력(연인끼리 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이다. 이는 생활상 인권침해의 표본이다.

관계는 곤충이 탈바꿈하듯이 변한다. 청춘남녀가 사랑하다가 만나려고 하지 않거나 헤어진 연후에 연인을 두들겨 패고 심지어 하늘로 날려 보내버렸다는 뉴스를 접하면, 사랑은 폭력으로 변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부부간, 부모와 자식 간의 폭력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면, 사랑의 결실로서 부부로 결합하고 음양합덕으로 자식을 낳고 길렀을 터인데도 도대체 무엇이 폭력을 조장할까, 폭력 가해자는 조물주의 뜻을 어떻게 헤아릴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간다.

기독교 바이블(Bible)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이 말씀대로 보면,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다. 조선 후기에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시한 동학은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이라고 가르친다. 사람의 속성은 하느님의 속성에 가깝다. 사람은 하느님의 부분집합이다. 요컨대, 하느님은 당신을 닮은 사람에게 권리를 주었다. 이른바 천부인권(天賦人權)이다.

인권(人權)은 아권(我權; 내 권리)이라기보다는 남의 권리이다. 사람 인(人)은 나 자신이 아닌 남을 뜻한다. 공자님은 『논어』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내 몸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말씀한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은 의당 인간이면서 남이다. 그 남이라는 인간은 하느님이 당신 모습으로 창조한 사람이다. 인권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남의 권리이다.

폭력 가해자는 천장에 매단 모래주머니를 때린 게 아니라 하느님의 부분집합인 피해자를 때린 자이다. 사실 그의 폭력은 하느님을 때린 행위이다. 생활인의 눈으로 보건대, 하느님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당신 모습대로 창조했기에 폭력장면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답답할까. 인간들이 하느님의 속성에는 폭력성도 들어간다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저 멀리 떨어져 존재하는 사람,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폭력행사는 상상하기 힘들다. 묻지마 폭력이 어쩌다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 횟수는 아는 사림들끼리 행사하는 폭력보다 아주 작다. 가까운 사람끼리의 폭력이 빈번하다면, 생면부지의 사람 간 폭력은 가뭄에 콩 나듯 발생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겠다.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을 법률로 규율해야 할 정도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우리 사회의 현안이다. 폭력의 상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깊은 골로 새겨진다. 당사자는 평생 안고 가야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아주 가까웠기에 그 상처는 더 크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두 사람 간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표리관계를 띄기에 서로 동행하는 변인이다. 경험칙에 따라 공식으로 표현하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처의 크기와 후유증은 당사자 간 거리 제곱의 역수에 비례한다. 예컨대, 어떤 부부의 물리적 거리가 0.1m라면, 어느 한편이 받는 상처는 물리적 거리가 1m인 부부간에 발생하는 상처보다 백 배가 더 크다.

생활상 인권을 지키고 지켜주려면, 하느님의 일부를 때리는 불경죄를 범하지 않으려면, 남편이든, 아내든, 아들딸이든 평소에 자주 만나는 사람을 '하느님을 닮은 남'으로 여김과 동시에 그와 나 사이에 아름다운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정성이 필요하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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