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김형효

촛불을 켜는 마음은
순정한 기도의 마음이었다.
촛불을 들었던 그 마음은
처절한 절실함을 품은 
세상을 향한 간절한 평화의 기도였다.
촛불을 든 사람들은 모두 그래 보였고
그들은 모두 평화의 수호자인 듯 성스러웠다.
하나 둘 광장을 떠나면서도 
그들은 광장이었다.
하나 둘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 
그들은 광장을 품었다.
한 해가 갔고 또 한 해가 갔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촛불을 꺼내 서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은 파편처럼 촛불을 켜고 광장을 살핀다.
빈 광장이 쓸쓸하다.
쓸쓸한 광장이 오한으로 가득하다.
꺼지지 않은 심장에서 하나 둘 광장이 되어 살아난다.
너도 나도 광장을 바라본다.
다시 또 다시 촛불을 켜며 서로를 위로한다.
촛불을 보며 가슴이 시려온다.
광장은 무덤처럼 외면되고 
촛불든 사람들에 기댄 권력자들은 
등 따순 눈빛으로 배부른 돼지가 되어 
우걱우걱 무언가를 씹어댄다.
순정한 기도의 마음으로 스스로 빛이 되었던 사람들
촛불든 사람들을 외면한 그들을
광장은 용서하지 않으리라.
처절한 절실함 그 간절함을 외면하는 그들이
언젠가 질질 광장으로 끌려 나오리라.
촛불이 흘린 촛농처럼 그들이 눈물짓게 되리라.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시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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