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을 이념의 프레임으로 보는 태도를 경계한다

하성환 주주통신원l승인2018.12.18l수정2018.12.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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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교육부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해방 후 수십 년 동안 시민교육이 국가주의 교육이었음을 고백했다. 국가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입한 반공・준법의식 교육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의 자기 성찰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촛불의 힘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교육부문에서 개혁성을 드러낸 최초의 정책으로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는 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인권의 신장과 함께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널리 풍미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 저변은 시민민주주의가 널리 확산되었다. 그와 동시에 정치, 경제, 주거, 인권, 환경, 노동, 교육, 페미니즘 등 다양한 시민단체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시민이 사회의 주체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억압된 시민권이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세대별・성별・지역별・인종별・계급별 사회갈등 또한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외국인 이주민과 여성에 대한 혐오가 범죄로 고개를 내미는 등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다. 연금 개혁 또한 세대 간 정의의 문제를 촉발시켰다. 자본이 압도하는 한국사회에서 노동계급,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는 극한으로 내몰려 있다.

24살 꽃다운 나이에 황망한 죽음을 맞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님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안전보건공단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1,957명에 이른다. 산재사고로 부상을 입은 노동자는 2017년 한 해 동안만 9만 명에 육박한다. 매년 참극이 되풀이되는 현실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북유럽 스웨덴에서는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정치면 1면 머리기사로 등장하고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재사망사고가 1단 기사로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력 신문이나 언론 등을 자본이 직접 소유하거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그들의 영향 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절대적 우위가 인간의 영혼을 잠식해 버린 비극적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노동 계급의 분노가 폭발 직전의 위험 수위임을 한국사회는 깨달아야 한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이 현역으로 입대해서 매년 100명 가까이 사망한다. 1970년대엔 1000명이, 1980년대엔 600명이, 그리고 1990년대엔 매년 300명 정도씩 군대에서 죽었다. 전투 상황이 아닌데도 왜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군대 사망사고는 많이 줄었다. 야만적인 구타와 폭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려와 공존이 어려운 사회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정책 발표는,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좀 더 성숙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해서도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사회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정치와 교육의 영역이다. 정치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영역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시급하고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타인과 상생하고 공존하는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나아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소외된 이들에게 배려와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부조리와 불의한 현실에 침묵하거나 방관한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자주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리하여 공동체를 위해 선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자주적 인간을 기르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고 이것이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문화된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이념이다.

'자주적인 생활능력을 기르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다. 나아가 '민주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는 것'에 교육의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함에도 교육부의 정책 발표 직후 일부 보수 신문과 보수적인 교육단체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이념의 프레임 속에 가두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매우 의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민주시민교육이 정치교육이나 편향적인 이념 교육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지레 민주시민교육을 의심하고 학교현장과 아이들을 걱정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명심할 일이다. 해방 후 수십 년 동안 시민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아니라 권력에 순종하는 신민(臣民)을 양성하는 교육으로 심각하게 편향돼 왔었다. 지극히 정치 편향적이고 이데올로기 주입 일색이었음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자주성을 말살하고 순치된 인간형을 양산한 신민(臣民)형 시민교육이 거의 100년을 넘게 지속돼 온 것이다. 식민지배자와 독재자의 입맛에 맞는 정치편향적인 신민형 시민교육으로 일관해 온 결과, 오늘날 한국사회의 갈등지수는 폭발 직전이다. 한국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근원적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사회갈등 수준은 폭발수준의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포용적 성장이나 포용적 민주주의가 절실한 대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통계(2016)에 따르면 한국사회 갈등 지수는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매우 높다. 멕시코, 터어키 다음으로 10년 넘게 OECD 평균 수치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사회자본으로서 세대 간・계급간・지역간 신뢰와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성장잠재력마저 잠식시킨다. 사회갈등 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GDP가 7.1% 상승한다. 사회갈등으로 매년 GDP 27%에 맞먹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추정 통계치도 존재한다.

사회갈등을 낮추고 사회대타협을 통해 사회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자본과 물질이 인간의 정신을 압도하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사회의 주류 기득권 집단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일정 부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개인 재산이 수천억을 넘어 수조 원대에 이르는 사람과 쪽방 촌에서 난방기구도 없이 한겨울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이 동시대에 공존한다면 이것을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시민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임으로써 학생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신장시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공존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한다. 나아가 민주시민교육은 입시경쟁교육으로 억눌린 오늘의 학교교육을 해방시킴으로써 교육의 본령에 충실한 회복적 교육이다. 나아가 학생 한 사람 한사람 자존감을 간직한 자율적 인간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는 참된 교육이다. 교육부의 참신한 민주시민교육 정책에 딴죽을 거는 기사나 성명서 발표는 자숙할 일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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