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악과 거짓이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을 때부터 적폐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 적폐가 수십만 년간 쌓이고 쌓인 결과물이 현재의 인류사회이다. 역사적으로 노출된 적폐는 숱한 시행착오끝에 살기 좋은 환경과 제도로 발효된 것들도 많지만 썩은 채로 남아 있는 것도 있다.

현재는 황량한 자본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권력과 자본을 쥔 자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폐를 저지르고, 권력도 자본도 없는 일반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적폐의 피해자가 된다. 적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 청산이 새 정권의 과제로 대두된다.

▲ 삶의 역사 방식

모두들 간과한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 아이인가를. 그리고 잊고 있다. 그 허약한 아이, 민주주의가 뺑덕어미같은 악덕 자본주의의 비호(?)아래 눈칫밥 먹고 자랐다는 사실을. 지금도 그 고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흔히들 착각하기 쉽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면 정의가 강같이 흐를 거라고. 그래서 분노하기 쉽다. 대명천지 민주주의 아래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이 모든 일은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적폐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이 아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귀결되는 것을 보는 것이. 그래도 철석같이 믿어본다. 역사는 진보하고, 인류는 진화한다는 것을.

역사가 직선으로 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역사엔 굴곡이 있다. 그 굴곡을 잘 견뎌내야 한다. 인내만으로는 안 된다. 투쟁만이 능사도 아니다. 흐름을 타야 한다. 역사적 흐름은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사이클 밑에서 도도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끝까지 지켜본다. ‘역사는 가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만큼 간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말에 위로를 얻으며.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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